사찰 전각마다 불상을 모시고 있다.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모니불만 해도 사찰마다 모습이 제각각 다르다. 왜 다르고, 어떻게 다른 것일까?
송은석 교수(동국대)가 펴낸 <조선후기불교조각사>(사회평론 刊)은 이 같은 궁금증 해결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은 17세기 불모(佛母)로 활동했던 조각승들을 중심으로 조선후기 조성된 불상을 조명하고 있다. 저자가 10여 년 연구 끝에 계보를 확실히 밝혀 수록한 불상만 142점에 달한다. 저자는 수백여 점의 불상 양식을 정리하고 그 안의 복장발원문을 모두 옮기고 해석했다.
이 책이 그간의 책들과 다른 점은 정면ㆍ측면을 고루 촬영한 192컷 도판을 보여주고 하나하나 자세한 설명을 통해 유파간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저자가 한국불교의 유구한 시기 가운데서도 17세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임진왜란 후 전란으로 소실됐던 사찰들이 대대적으로 재건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현전하는 우리나라의 많은 절들은 이 시기에 복원된 것들이 많다.
17세기 전국적으로 사찰이 재건되면서 새 불상 역시 대량으로 요구됐다. 동시다발적으로 불상들이 조성됐고, 이때 만들어진 주존불들이 지금까지 전해져 우리가 보는 불상들의 모습이 서로 비슷하다.
17세기 불상들은 승려이자 조각가였던 조각승(彫刻僧)에 의해 조성됐다.
저자는 “대량의 불상이 동시에 필요했던 시대적 상황은 당시 조각승들로 하여금 공동작업이라는 작업 방식을 택하게 했다”고 말했다.
조각승들이 집단을 이뤄 돌아다니며 공동으로 불상 조성 작업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 집단은 수화사(首畵師)로 불리는 우두머리 조각승 아래 차화사(次畵師), 일반 조각승으로 구성돼 있었다.
수조각승을 중심으로 진행된 공동작업은 유파 성립으로 이어졌다. 이는 한국미술사에서 그 구체적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첫 작가 그룹이다.
현진ㆍ청헌을 수조각승으로 한 유파 성립을 시작으로 응원ㆍ인균파, 수연파, 법령파, 무염파의 다섯 유파가 17세기 전반에 활동했다.
저자는 “가장 규모가 큰 집단의 경우 30여 명에 이르렀다. 유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많은 불상이 지속적으로 조성돼야 했다”며 “이들의 활발한 활동은 당시 충분한 사회적ㆍ경제적 여건이 주어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유파별 고유 작업방식은 얼굴 몸체 손 귀 옷주름 표현 등에서 찾을 수 있다”며 이들 다섯 유파의 특징을 분류했다.
현진ㆍ청헌파의 불상은 넓적한 사각형의 얼굴, 수현파의 양식은 턱 양끝이 직각이고 얼굴 전체가 거의 직사각형을 이룬다. 응원ㆍ인균파가 조성한 불상의 얼굴은 뺨과 턱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양감이 강조돼 있다.
법령파는 직사각형 얼굴이지만 입속에 무언가 물고 있는 것 같이 아래쪽 뺨이 볼록하다. 무염파가 조성한 불성은 얼굴이 넓적하면서도 양감이 잘 표현돼 볼과 턱이 튀어나와 있고 코 역시 이마에서 곧바로 뾰족하게 나와 있다.
몸체와 옷주름에서도 각 유파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불상이 육중하고 건장한 신체인데 반해, 수연
파와 법령파의 불상은 하체가 비교적 빈약하게 표현돼 있다. 불단으로 흘러내린 옷자락이 파도물결과 같은 무늬라면 응원ㆍ인균파, 왼쪽 어깨로 흘러내린 대의자락이 ‘U’자 모양이라면 현진ㆍ청헌파 작품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1000여 점을 상회하는 조선후기 불상이 우리나라 아름다운 명소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책은 전쟁이 끝난 폐허 속에서 마음 속에 모신 부처를 실물로 조각했던 조각승들. 책은 그들이 이룬 집단 창작의 예술적 가치와 고유한 색깔을 불상에서 찾아볼 수 있게 도와준다.
조선후기불교조각사┃송은석 지음┃사회평론┃3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