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23. 똥본위화폐가 만들어 낸 우연의 힘

"우연의 힘을 찾아내는 똥본위화폐”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산책하고 있는 공원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카페에서 똥본위화폐 15꿀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는 알림이다. 그 카페에 가서 15꿀을 지불하고 아메리카노한 잔을 즐긴다. 카페엔 똥본위화폐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중에는 함께 산책 나온 모녀도 보인다. 딸은 똥본위화폐로 엄마에게 커피를 사 드린다. 어머니는 딸에게 그것이 무엇이냐고 신기해한다. 딸은 엄마의 스마트폰에 똥본위화폐 앱을 설치해 준다. 잠시후 똥본위화폐에 할당된 커피가 매진된다. 알람을 듣고 왔지만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 발길을 돌린다. 그중 몇 사람은 똥본위화폐가 아닌 돈을 내고 커피를 사서 마신다. 가게 점원에게 물어보니 오늘이지나면 팔 수 없는 커피가 있어 오늘 내로 소진하기 위해 똥본위화폐를 받고 일정량의 커피를 팔았다고 한다. 우연히 카페 주위 길을 걷고 있어 알람을 받아 커피 한 잔을 똥본위화폐로 즐길 수 있었다. 우연이 만들어 준 여유 있는 커피 타임이다.

유럽 여행하고 있는데 100미터 반경 내 카페에서 똥본위화폐로 커피와 마카롱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똥본위화폐 앱을 통해 확인한다. 환전도 필요 없고 여행 경비도 절약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카페를 찾아간다.

‘우연(偶然)’은 자연스러운 만남을 뜻한다. ‘우(偶)’는 짝(couple)이란 뜻이다. 우연한 만남에는 부담이 없다. 우연이 가져다 준 만남은 선택할 수도 있고 부담 없이 거절할 수도 있다. 우연에는 의무감, 책임 등이 없어 부담이 적다. 눈이 많이 온 날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이웃이 내집 앞도 쓸어 주고 있다. 그 사람에게 감사의 표시로 똥본위화폐를 보낸다. 난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똥본위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다. 디지털기술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똥본위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똥본위화폐를 받은 사람은 인터넷 댓글의 칭찬과 같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똥본위화폐는 여전히 돈이므로 돈 역할을 당연히 한다. 그날 오후 눈을 쓸고 받은 똥본위화폐로 그는 우연히 지나가던 거리에서 알람을 받고 커피 한 잔을 즐긴다. 동네 영화관에서 똥본위화폐를 지불하고 똥본위화폐에 배정된 좌석을 구입하여 영화를 즐긴다.

똥본위화폐를 동료peers들로부터 왕창 받아 비성수기라 빈자리가 많은 항공사의 스페인행 티켓을 똥본위화폐로 구매할 수도 있다. 항공사는 비성수기 스페인행 빈자리 일부를 똥본위화폐 세일을 한 것이다. 평생 해외여행 한 번하지 못했던 한 노인은 똥본위화폐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역시 똥본위화폐로 여행지역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 젊은이들이 어른신께 인생강의를 듣고 똥본위화폐를 지불한 것이었다.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취약계층 아동은 학교 친구들이 숙제를 도와준 댓가로 준 똥본위화폐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예약을 해둔 영화를 관람한다. 항공사, 멀티플렉스 영화사는 어짜피 비어있는 좌석을 똥본위화폐를 받고 판매하고, 직원들에게 똥본위화폐로 일정에 없던 ‘특별’상여금을 지급한다. 똥본위화폐는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 만들기, 홍보 등을 위해 창의적으로 쓰여 질 수 있다. 똥본위화폐는 보통의 돈이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힘들이지 않고 해내기도 한다. 마음만 있으면 만들어 질 수 있는 우연의 힘을 똥본위화폐는 찾아낸다.

찾아간 카페에서 마끼야또 한잔을 주문한다. 카페 주인은 똥본위화폐로 K-Pop 음원도 구입할 수 있고 아프리카 커피 원두도 구매가능하다고 오히려 반겨한다. 여행 중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스페인 세비야를 여행하던 한국에서 온 세 모녀(엄마와 두 자녀)는 세비야 성당 근처 식당으로부터 따빠(tapas)를 똥본위화폐로 구입할 수 있다는 알람을 받는다. 세 모녀는 따파 레스토랑에 들어가 똥본위화폐로 따파를 주문하여 먹으며 여행의 피로를 잠시 잊는다. 맥주는 유로를 지불하고 사서 마신다. 세비야 식당은 한국으로부터 온 세 모녀가 지불한 똥본위화폐를 이용하여 근처 올리브 농장에서 올리브를 주문한다. 세비야 올리브 농장 주인은 올리브를 팔고 받은 똥본위화폐로 인터넷에서 한국의 아이돌 가수의 K-pop 새 앨범을 구입하여 듣는다. 세 모녀는 세비야 따빠 식당 주인아저씨를, 세비야 식당 주인아저씨는 한국으로부터 온 세 모녀를 똥본위화폐 동료peers로 이번 기회에 추가한다.

멕시코 국경에서 엄마와 생이별을 한 어린소녀에게 전 세계로부터 똥본위화폐가 쏟아져 들어온다. 미국의 한 유명대학에서는 그 소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똥본위화폐로 등록금을 낼 수 있다는 오퍼를 한다. 소녀는 그 대학등록금을 전 세계 동료들로부터 받은 똥본위화폐로 미리 지급한다. 그 소녀가 임시로 머물고 있는 지역의 장난감가게에서는 소녀가 똥본위화폐로 장난감을 살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인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그렇게 얘기한다. 한 항공사에서는 소녀가 엄마를 만나러 멕시코를 방문할 때 항공권을 똥본위화폐로 구입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여행 중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버스킹 공연 예술가에게 똥본위화폐로 감사를 표한다. 예술가는 공연 후 똥본위화폐로 인근 카페에서 차 한 잔, 간단한 요기를 한다.

지진으로 생활의 터전을 잃은 콰테말라 마을주민들에게 전 세계로부터 똥본위화폐가 들어온다. 마을주민들은 똥본위화폐로 생수와 음식 등 생활필수품을 인터넷 국제택배로 구매할 수도 있다. 택배회사는 똥본위화폐를 받고 재난지역에 배달할 수 있는 길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난민들은 받은 똥본위화폐로 캠프에서 살아가고 또 재기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프리랜서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똥본위화폐로 판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가을전시회를 기획한다. 인디 음악가는 여름철 해변 버스킹 공연에서 번 똥본위화폐로 중고지만 꽤쓸만한 기타를 구입하고 가을공연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청년은 아침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을 똥본위화폐로 시민광장 가판대에서 구입한다. 은퇴한 한 어르신은 자신이 평생 몸 담았던 일과 비슷한 똥본위화폐 마을 에너지 관리소에서 일하면서 월급을 똥본위화폐로 받는다.

------------------------------------------------------------------------------------- — 유럽 여행하고 있는데 100미터 반경 내 카페에서 똥본위화폐로 커피와 마카롱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똥본위화폐 앱을 통해 확인한다. 환전도 필요 없고 여행 경비도 절약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카페를 찾아간다.

‘우연(偶然)’은 자연스러운 만남을 뜻한다. ‘우(偶)’는 짝(couple)이란 뜻이다. 우연한 만남에는 부담이 없다. 우연이 가져다 준 만남은 선택할 수도 있고 부담 없이 거절할 수도 있다. 우연에는 의무감, 책임 등이 없어 부담이 적다. 눈이 많이 온 날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이웃이 내집 앞도 쓸어 주고 있다. 그 사람에게 감사의 표시로 똥본위화폐를 보낸다. 난 그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똥본위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다. 디지털기술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똥본위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똥본위화폐를 받은 사람은 인터넷 댓글의 칭찬과 같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똥본위화폐는 여전히 돈이므로 돈 역할을 당연히 한다. 그날 오후 눈을 쓸고 받은 똥본위화폐로 그는 우연히 지나가던 거리에서 알람을 받고 커피 한 잔을 즐긴다. 동네 영화관에서 똥본위화폐를 지불하고 똥본위화폐에 배정된 좌석을 구입하여 영화를 즐긴다.

똥본위화폐를 동료peers들로부터 왕창 받아 비성수기라 빈자리가 많은 항공사의 스페인행 티켓을 똥본위화폐로 구매할 수도 있다. 항공사는 비성수기 스페인행 빈자리 일부를 똥본위화폐 세일을 한 것이다. 평생 해외여행 한 번하지 못했던 한 노인은 똥본위화폐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역시 똥본위화폐로 여행지역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지역공동체 젊은이들이 어른신께 인생강의를 듣고 똥본위화폐를 지불한 것이었다.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취약계층 아동은 학교 친구들이 숙제를 도와준 댓가로 준 똥본위화폐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예약을 해둔 영화를 관람한다. 항공사, 멀티플렉스 영화사는 어짜피 비어있는 좌석을 똥본위화폐를 받고 판매하고, 직원들에게 똥본위화폐로 일정에 없던 ‘특별’상여금을 지급한다. 똥본위화폐는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 만들기, 홍보 등을 위해 창의적으로 쓰여 질 수 있다. 똥본위화폐는 보통의 돈이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을 힘들이지 않고 해내기도 한다. 마음만 있으면 만들어 질 수 있는 우연의 힘을 똥본위화폐는 찾아낸다.

찾아간 카페에서 마끼야또 한잔을 주문한다. 카페 주인은 똥본위화폐로 K-Pop 음원도 구입할 수 있고 아프리카 커피 원두도 구매가능하다고 오히려 반겨한다. 여행 중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스페인 세비야를 여행하던 한국에서 온 세 모녀(엄마와 두 자녀)는 세비야 성당 근처 식당으로부터 따빠(tapas)를 똥본위화폐로 구입할 수 있다는 알람을 받는다. 세 모녀는 따파 레스토랑에 들어가 똥본위화폐로 따파를 주문하여 먹으며 여행의 피로를 잠시 잊는다. 맥주는 유로를 지불하고 사서 마신다. 세비야 식당은 한국으로부터 온 세 모녀가 지불한 똥본위화폐를 이용하여 근처 올리브 농장에서 올리브를 주문한다. 세비야 올리브 농장 주인은 올리브를 팔고 받은 똥본위화폐로 인터넷에서 한국의 아이돌 가수의 K-pop 새 앨범을 구입하여 듣는다. 세 모녀는 세비야 따빠 식당 주인아저씨를, 세비야 식당 주인아저씨는 한국으로부터 온 세 모녀를 똥본위화폐 동료peers로 이번 기회에 추가한다.

멕시코 국경에서 엄마와 생이별을 한 어린소녀에게 전 세계로부터 똥본위화폐가 쏟아져 들어온다. 미국의 한 유명대학에서는 그 소녀가 대학에 입학하면 똥본위화폐로 등록금을 낼 수 있다는 오퍼를 한다. 소녀는 그 대학등록금을 전 세계 동료들로부터 받은 똥본위화폐로 미리 지급한다. 그 소녀가 임시로 머물고 있는 지역의 장난감가게에서는 소녀가 똥본위화폐로 장난감을 살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인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그렇게 얘기한다. 한 항공사에서는 소녀가 엄마를 만나러 멕시코를 방문할 때 항공권을 똥본위화폐로 구입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여행 중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버스킹 공연 예술가에게 똥본위화폐로 감사를 표한다. 예술가는 공연 후 똥본위화폐로 인근 카페에서 차 한 잔, 간단한 요기를 한다.

지진으로 생활의 터전을 잃은 콰테말라 마을주민들에게 전 세계로부터 똥본위화폐가 들어온다. 마을주민들은 똥본위화폐로 생수와 음식 등 생활필수품을 인터넷 국제택배로 구매할 수도 있다. 택배회사는 똥본위화폐를 받고 재난지역에 배달할 수 있는 길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난민들은 받은 똥본위화폐로 캠프에서 살아가고 또 재기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프리랜서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똥본위화폐로 판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가을전시회를 기획한다. 인디 음악가는 여름철 해변 버스킹 공연에서 번 똥본위화폐로 중고지만 꽤쓸만한 기타를 구입하고 가을공연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청년은 아침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을 똥본위화폐로 시민광장 가판대에서 구입한다. 은퇴한 한 어르신은 자신이 평생 몸 담았던 일과 비슷한 똥본위화폐 마을 에너지 관리소에서 일하면서 월급을 똥본위화폐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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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원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법명은 원광(圓光).
과학예술융합 연구센터 사이언스월든 센터장을 2015년 이후 맡고 있다. 2016년, 2017년 씽크탱크 Edge 재단에 ‘똥본위화폐’, ‘중용의 비움’ 에세이를 발표했다. 통일부 (사)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멤버로서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물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또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물이 부족하고 수질이 나쁜 작은 마을에 전기없이도 안전한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옹달샘’ 정수기 공급프로젝트를 2006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저술로는 <이것은 변기가 아닙니다>(2021년, 개마고원)과 <금간 거울 산산조각 내기>(2020년, 파티)가 있다. 사이언스월든 센터 웹: ScienceWalden.org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