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불국사에서 만난 예수’…“中ㆍ日 역사왜곡 생각나”
[리뷰]‘불국사에서 만난 예수’…“中ㆍ日 역사왜곡 생각나”
  • 조현성
  • 승인 2012.12.24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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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하나님(야훼) 아냐…기독사관 경계를”

<불국사에서 만난 예수>를 봤을 때 “광(狂) 예수쟁이의 씨나락 까먹는 소리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잖이 서점가를 장식하고 있는 여느 책들처럼 펴 볼 가치도 없겠지 싶었다.

모 스님이 “불자를 가장한 기독교”라고 폄훼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도 쫓겨나는 처지지만 ‘누가 뭐래도’ 난 불자니까.

저절로 발동한 자기방어 속에 책을 훑어보면서 든 생각은 “어! 그럴싸한데”였다.

책 표지에는 서울대 교수가 떡하니 이름을 걸고 서평을 적었다. 서문에서는 이곳저곳 대학 교수들이 고증까지 했다고 적고 있다. 소위 잘나간다는 전문가들이 ‘인증’까지 해줬다는데 지식을 목말라하는 입장에서 어찌 솔깃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 불교문화의 백미로 꼽히는 불국사와 인류 정신문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예수의 만남. 그 둘의 만남은 어떨까. 소통ㆍ수용ㆍ인정이 미덕인 다원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책을 읽었다….

독후감을 사자성어로 적자면 아전인수(我田引水), 침소봉대(針小棒大)랄까.
책이 담고 있는 사실을 떠나서 서술은 궤변에 가깝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포장했으니까.

저자는 독자들에게 헤브라이즘을 주입하기 위해 헬레니즘을 사용했다. 그리스-로마문화와 서구 기독교문화를 서로 뭉개면서 교묘하게 혼용했다. 종교성이 없는 인본주의를 누가 거부하겠는가?

저자는 목은이색이 시에서 언급한 ‘상제’를 ‘하나님(야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색이 예수교를 접했을 것이라면서도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아님 말고’ 식의 해석은 책의 저변에 흐른다. 그러나 이색의 증언을 들을 수 없으니 어찌할까. 이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또 다른 해석이려니 하고 묻어 두자.

발해의 십자가 불상?

불교미술사 전공자에게 물으니 “불상의 진위판별이 우선…”이라고 답한다. 중국ㆍ북한이 생산(?)해 내는 고미술품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자가 외국문헌을 인용하며 제시한 불상 사진을 보면 옷주름 마모 정도와 비교해 십자가 부분이 현저하게 두드러져 보인다. 책에는 불상 재질이 적혀 있지 않지만 석조라면 후대에 누가 십자가 문양만 후보했을 가능성이 짙다. 철조라면 위조해 부식시켰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불상의 진위가 궁금하다.

▲ 가로 세로 24cm 크기의 돌십자가 모양의 석재. 저자는 이 돌십자가가 신라에 예수교가 전래됐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불국사 돌십자가 신라 예수교 전래 증거?

저자가 근거로 제시한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는 돌십자가는 가로ㆍ세로ㆍ두께가 24*24*9cm이다. 저자 주장대로 신앙 유물이라면 이 큰 십자가를 어디에 썼을까? 들기에도 무거울 텐데 목에 걸었을까? 아니면 어디 벽에 걸었을까? 뭣 하러?

“뭣에 쓰는 물건이고?”하고 아무리 고민해 봐도 이건 석조건축물 부재로 봐야 한다는 설이 타당해 보인다.

또, 십자가는 개신교의 상징이기 이전에 로마시대에 존재했다. 예수 이전 십자가가 있었으니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 받은 것 아닌가.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기호에는 한계가 있다. 보편성을 특수화하려는 시도는 불순한 목적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석굴암 예수 제자 ‘누가’ 초상 복제라고?

저자가 근거로 제시한 누가 초상화와 석굴암을 보면 어디를 봐서 둘이 닮았다는 건지, ‘누가’ 봐도 서로 안 닮았다고 했을 거다. 또, 초상화가 그려진 모양과 석굴암이 돔 형을 하고 있어 둘의 형식이 비슷하단다. 그리고 석굴암이 헬레니즘 문화의 대미란다.

‘대미’라는 표현은 비록 저자가 다른 학자의 말을 인용하긴 했어도 참 듣기 좋은 것만은 틀림없다. 그만큼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낸 것이니까.

그런데 여기서 저자의 의도가 드러난다. 돔 형식이 닮았다고? 저자 주장대로라면 중국 등에 널린 석굴들은 모두 헬레니즘 영향이고, 예수교 영향인가?

저자가 석굴암이 예수 제자 얼굴이라며 차용한 기원은 간다라 양식이다. 간다라 양식은 저자 말대로 헬레니즘 영향인 것이 맞다. 

간다라 양식의 특징은 양어깨를 가린 통견착의로 신체가 드러나지 않고 (나발 대신) 고수머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석굴암은 한 쪽 어깨를 드러낸 우견편단을 하고 있다. 신체의 굴곡이 드러나 있고 나발을 하고 있다. 석굴암은 간다라와 마투라가 융합된 굽타 양식이기 때문이다.

굽타 양식인 석굴암을 저자가 굳이 간다라 양식이라고 말한 것은 왜일까? 저자는 어떻게든 헬레니즘과 연결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에 예수의 입김이 있었다고 우길 수 있으니까.

▲ 저자는 누가 초상화(위)와 석굴암(아래)의 양식이 같다고 주장했다. 또, 불상과 예수 제자 누가가 닮았다고 말했다.

모서리 둥글면 다 아이폰? 아니지.

책을 읽으며 몰랐던ㆍ잊었던ㆍ흘려보냈던 사실들을 새롭게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얻은 것에 비해 책이 가진 독성은 너무나 세다. 순진하게 책을 읽었다가는 일본의 식민사관 버금가는 기독사관에 시름시름 앓을 것 같다.

저자가 독실한 신앙관에 입각해 학술적 테크닉을 활용한 것을 갖고 필자 또한 불교학을 하는 입장에서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하나에 꽂혀서 ‘선무당이 사람 잡듯’ 기술한 것이 문제이다.

조선~고려~신라ㆍ발해로 시대를 거스르며 기술한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다. 저자는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부터 확장해 특정 메시지를 독자에게 주입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한반도에 불교가 공인된 것은 신라시대. 같은 시기에 비록 종교단체로 인정받지는 못했어도 예수교도 분명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한국인의 정신을 불교가 독식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때문에 저자는 석굴암 불상과 예수 제자 ‘누가’가 닮았다고 하고, 돔 형식이 같다고 하고, 법륜 안에 십자가가 들어 있다고 주장한 것 아닐까.

이것은 삼성이 만든 갤럭시 모서리가 둥글다고 특허소송 낸 아이폰과 뭐가 다를까? 동북공정 등 역사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왜곡하는 중국과는 어떤 차이일까? ‘다께시마[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일본과 닮지 않았나?

저자가 신앙을 배제하고 오롯이 역사학자처럼 서술했더라면 책 속에 담아준 씨나락이 찰밥 한 그릇 못지않았을 텐데.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편린을 한 그릇에 주워 담아 낸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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