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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결을 이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을 고를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맞설지는 듯대로 고를 수 있다. 내가 고른 결과가 바로 나 자신. 어제 올바른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지금 여기에서 또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 바람직한 삶을 이어가는 일이 바로 ‘행지(行持)’.
스승은 일본 스님 도겐(道元)이 기록한 <정법안장> ‘행지’편을 각별히 여겨 주지실 이름을 ‘행지실’이라 했다. ‘행지’는 수행자가 지녀야 할 실천 덕목으로, 행지실은 바른 삶을 사는 이가 머무는 방이다.
우연한 스침은 있어도 우연한 만남은 없다. 만남이 결을 이룬다. 물이 논에 들어 벼를 살리고 산에 들어 푸나무를 살리듯이, 뜻 맞는 사람이 만나 비벼 대며 서로를 빛내는 결이 바로 숨결이다.
스승이 만난 한 분 한 분,
저마다 독특한 빛을 지닌 스무 분이
스승과 어우러져
켜켜이 이룬 행지를 들춰본다.
이 책은 네 마디로 나눠 첫째 마디에는 세상을 벼리는 분들을, 둘째 마디에는 씨줄날줄로 엮어 어깨동무하는 수행자들을, 셋째 마디에는 일상에서 독특한 새 길을 내는 분들을, 넷째 마디에는 삶을 곱다라니 엮어가는 분들을 사려 담았다.
“말이라는 게 참 허망해. 내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듣는 사람마다 다 제 처지에서 헤아려 듣거든. 또 말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삼천포로 빠지기 쉽구. 글서 난 말하는게 별루야. 그렇지만 글은 달라요. 글을 쓰노라면 생각이 정리되고 틀림없는 목소리를 낼 수 있거든. 그러니까 글은 200프로라도 책임지겠지만 말은 책임 못 져”라며 스승은 당신이 쓰신 글에 무한 책임을 진다는 무서운 말씀을 하셨는데, 아둔하고 생각도 모자라는 놈이 괜한 짓을 했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변택주 지음┃불광출판사┃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