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밝은 이가 보면 그게 그거겠지만..."
"눈 밝은 이가 보면 그게 그거겠지만..."
  • 조현성
  • 승인 2013.02.0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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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대검차장 '물 속을 걸어가는 달'

 

책의 서문은 저자가 온갖 공력을 기울여 쓴 글이다. 표지가 책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면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보이는 서문은 그 첫인상을 다시금 확인시키고, 책의 대강을 알게 하는 조개 속 진주이다.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 어떤 과정으로 썼는지, 어떻게 읽을지를 친절히 설명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불서의 서문을 소개하며 네 번째로 김진태 대검차장의 <물 속을 걸어가는 달>을 옮긴다. 편집자 주.

수년 전 수월(水月) 스님의 삶의 모습에 홀려 이것저것 가리지도 못하고 무작정 책(<달을 듣는 강물>)으로 엮었습니다만, 독자들이 보여주신 반응은 저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었고, 수월 스님의 삶의 모습을 기리고, 따르며, 그렇게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들을 보여주어 이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희생과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연유를 다소나마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삼 년 전부터 출판사에서도, 서점에서도 책을 전혀 찾을 수 없으니 책을 구할 길이 없겠느냐는 문의를 수시로 받고 남감해 하던 중 마침 다소 마음의 여유를 얻어 책을 새로 내기로 마음먹고 처음부터 다시 살폈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지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만, 이번에 특히 힘을 기울인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스님의 삶에 관계되는 부분은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도 모두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스님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격려해주셨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워낙 당신의 삶 자체가 그랬기 때문으로 돌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스님과 독립운동에 관여한 사람들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내려고 나름대로 공을 들였습니다만, 눈앞의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릴 뿐 제대로 잡아내지를 못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다음으로, 수월 스님의 삶은 그 자체가 깨달은 이의 삶의 모습이어서 깨달음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은데다가, 지난 번 글이 다소 어렵다는 이야기도 들려 깨달음에 대하여 사족이나마 덧붙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다시피 깨달음이란 수행에 의해 증득되는 경계이지, 생각이나 논리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닌 까닭에 그에 관해 얻은 것이 없는 저로서는 눈 밝은 이의 것을 곁눈질하거나 흉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이것 역시 원숭이가 원숭이가 물에 잠긴 달을 건지려 하는 격이라 그 실체에 어느 정도 접근했는지 의문입니다.

특히 깨달음은 그에 이르는 길을 제대로 증험하지도 못한 채 잘못 인도하면 오히려 남의 눈만 멀게 할 뿐이니 그 죄업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어떻게 이해해도 개인적으로는 눈썹이 몽땅 빠질 일이요, 무간지옥행을 자처하는 만용입니다만, 미몽(迷夢) 속을 헤매고 있는 어리석은 중생의 노파심절(老婆心切)로 헤아려주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달을 듣는 강물>이라는 책제목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니, 책을 다시 내는 김에 제목을 좀 더 쉬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항간의 강한 권유가 있어 <물 속을 걸어가는 달>로 변경했습니다만, 눈 밝은 이가 보면 그게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 외에도 나름대로 몇 군데 손을 대었습니다만, 결과는 그저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자신의 무능과 부족함을 질책하며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랄 뿐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은 단 한 조각도 가지지 아니한 채 남을 위해 삶 전부를 바칠 수 있음을 보여준 수월 스님의 삶의 모습은 저의 아둔하고 범연한 소개와는 상관없이 우리 모두에게 두고두고 어두운 밤을 밝히는 한 점 빛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제 삶의 보다 나은 길을 위해 늘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시는 가까운 벗들과 여러 스님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기에 이 정도라도 가능했습니다. 모두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합니다.

아울러, 책을 새로 만들어주신 학고재 우찬규 대표님과 편집부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온 누리에 자비와 사랑, 그리고 평화가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물 속을 걸어가는 달┃김진태 지음┃학고재┃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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