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이 가장 쉽다
성불이 가장 쉽다
  • 조현성
  • 승인 2013.02.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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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상인 참선 법문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

 


책의 서문은 저자가 온갖 공력을 기울여 쓴 글이다. 표지가 책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면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보이는 서문은 그 첫인상을 다시금 확인시키고, 책의 대강을 알게 하는 조개 속 진주이다.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 어떤 과정으로 썼는지, 어떻게 읽을지를 친절히 설명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불서의 서문을 소개하며 다섯 번째로 선화 상인의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를 옮긴다. 편집자 주.

참선의 목적은 마음을 밝혀 견성하는 것이다. 바로 자기 마음의 오염을 없애 자기 성품의 본래면목을 실제로 보는 것이다.

오염이란 바로 망상집착이며, 자성이란 여래의 지혜덕상이다. 여래의 지혜덕상은 모든 부처와 중생이 함께 갖추고 있어 둘이 아니며, 차별이 없다. 만약 망상집착을 떠나면 여래의 지혜덕상을 증득하는 것이며, 바로 부처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생이다.

단지 우리들은 무량겁 이래로 생사에 미혹하여 윤회하면서 오염됨이 너무 오래되어 당장에 망상을 벗어 본성을 실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참선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참선의 선결조건은 바로 망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망상은 어떻게 제거하는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많이 말씀을 하셨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쉬면 바로 보리(깨달음)[歇’卽菩提]라는 것으로 이 하나의 쉰다[歇]는 글자이다.

선종은 달마 조사로부터 중국에 전해져 육조혜능 대사에 이른 후에 널리 펴졌다. 하지만 달마 조사와 육조혜능 대사께서 사람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말이 ‘모든 인연을 쉬고,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넘지 않는다. 모든 인연을 막고 쉬는 것은 바로 모든 인연을 놓는 것[萬緣放下]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연을 놓고,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다[萬緣放下 一念不生]’라는 두 구절의 말이 만약 행하지 못한다면, 참선은 성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입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무릇 모든 인연에 얽혀서 생각 생각이 생멸하니, 당신은 어찌 참선을 논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참선의 선결조건을 알았으니, 그럼 어떻게 하면 모든 인연을 놓을 수 있는가? 상근기의 사람은 한 생각이 영원히 쉬면서 바로 무생(無生)에 이르러 문득 보리(깨달음)를 증득하니 더 말할 것이 없다.

그 다음은 이치를 깨닫고 나서 습기와 집착을 제거하며, 자성이 보래 청정하다는 것을 알고, 번뇌와 보리, 생사와 열반이 모두 헛된 이름이라는 것을 알며, 원래 나의 자성과는 상관이 없음을 알며, 사물마다 모두 꿈이고 환상이며 거품이고 그림자라는 것을 알며, 나의 이 사대육신과 산하대지는 자성 가운데서 마치 바다의 물거품과 같이 일어났다 가라앉으면서 본체에는 아무런 장애를 주지 못함을 안다.

그러므로 환화와 같은 모든 일의 생주이멸(生住異滅)을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며 취하고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온 몸을 놓아버리기를 마치 죽은 사람과 같이 하면, 자연히 근진(根塵: 육근으로 애착하는 대상)과 식심(識心)이 떨어져 나가며, 탐·진·치·애가 소멸되고, 모든 이 몸의 고통과 즐거움, 배고픔과 배부름, 영욕과 생사, 길흉화복, 얻음과 잃음, 편안함과 위험 등을 모두 한쪽으로 놓아두고 도외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비로소 놓아버렸다고 할 수 있다.

하나를 놓고 일체를 놓으며, 영원히 놓으며, 이것을 ‘모든 인연을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인연을 놓아버리면 망상은 저절로 소멸되며, 분별이 일어나지 않고, 집착을 멀리 떠날 수 있어 일념불생(一念不生)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자성이 광명으로 빛나, 전체가 드러나게 된다. 이렇게 참선의 조건을 구비하고 다시 참되게 정진해 참구하면, 명심견성(明心見性)을 할 연분이 있게 될 것이다.

요즘 참선하는 사람이 와서 묻기를 ‘무릇 법에는 본래 아무런 법도 없으며, 언어로 해석하는 데 떨어지면 곧 진실한 뜻이 아니다“라고 한다.

이 한마음이 본래 부처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아무런 일도 없으며 각각의 모든 일이 지금 이미 이루어져 있으며, 닦는다거나 증득한다고 말하는 것은 모두 마구니의 말이다. 달마께서 동쪽으로 오셔서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성품을 보면 부처를 이룬다[直指人心 見性成佛]“라고 하셨으며, 대지의 일체중생은 모두 부처라고 명백하게 가르치셨다.

이러한 청정한 자성을 곧 알아차리고 수순하며 오염되지 않으면, 하루종일 행주좌와에 마음은 다름이 없을 것이며(즉 여여할 것이며), 바로 이미 이루어진 부처로서 마음을 쓰거나 힘을 들일 필요가 없으며, 더욱 억지로 조작할 필요가 없으며, 조금도 말을 하거나 생각을 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부처를 이루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며, 가장 자재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것은 나에게 있으며 밖에서 구할 필요가 없다.

대지의 일체중생은 만약 기나긴 세월 동안 사생육도에 윤회하며 영원히 고해에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부처의 상락아정(常樂我淨: 항상하고 즐거우며 큰 나를 이루고 청정함을 이루는 열반의 네 가지 덕)을 이루기를 원한다면, 부처님과 조사님들의 진실한 말씀을 깊이 믿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선과 악 모두를 생각하지 않으면 개개의 사람은 바로 선 자리에서 부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불보살과 역대의 조사께서 일체중생을 다 제도하기를 발원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헛되이 큰 원을 발하고 헛되이 큰 소리를 치는 것이 아니다.

(선화 상인의 스승) 허운 대사.

허공을 타파하여 마음을 밝히다┃선화 상인 강설┃각산 정원규 편역┃불광출판사┃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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