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회에서 정치 설교 줄어든 까닭은?
미국 교회에서 정치 설교 줄어든 까닭은?
  • 조현성
  • 승인 2013.03.08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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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고 정치학자가 쓴 '아메리칸 그레이스'

책의 서문은 저자가 온갖 공력을 기울여 쓴 글이다. 표지가 책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면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보이는 서문은 그 첫인상을 다시금 확인시키고, 책의 대강을 알게 하는 조개 속 진주이다.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 어떤 과정으로 썼는지, 어떻게 읽을지를 친절히 설명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서문을 소개하며 여섯 번째로 <아메리칸 그레이스>의 한국어 독자를 위한 서문을 옮긴다. 편집자 주.

이 책은 종교와 미국에 대한 책입니다.

미국을 알기 원한다면, 특히 미국의 역사 사회 정치 등을 이해하려면 종교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종교는 건국 이래 미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세히 논의한 대로 미국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부침을 거듭했고, 지난 세대에서 그런 모습을 명확히 보였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종교는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세력으로 작용했는데, 이는 종교와 보수적 정치가 서로 하나로 뭉쳐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종교는 정치적으로 당파적인 색깔을 내보인 것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종교가 보수적인 정치인, 특히 공화당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 때문에 종교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역사를 통해 추측하건데, 뛰어난 종교지도자들은 대중이 종교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략을 고안해낼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종교로부터 이탈을 약화시킬 것인지, 아니면 아예 역전시켜 놓을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들이 그런 노력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미국의 종교는 개혁되고 변화될 것입니다. 실제로 종교가 당파적 정치에 너무 접근해 있다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는 종교 지도자 숫자는 늘고 있습니다.

우리가 2006년 시행한 1차 조사에 대한 후속 연구를 2011년에 한 결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회에서의 정치에 대한 설교가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이 종교와 미국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미국의 종교를 이해하는 것에만 유용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논의한 많은 주제들은 다른 나라와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종교의 영향력은 미국 국경 안에만 갇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시민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우리의 대답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시민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이중적이라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종교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력입니다. 종교적인 미국인들은 세속적인 미국인들보다 자신의 시간과 돈을 자선단체에, 심지어 종교와 관련 없는 자선단체에도 더 많이 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종교를 열심히 믿는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도가 떨어집니다. 종교적인 사람들이 동시적으로 드러내는 높은 수준의 사회 참여(기부)와 낮은 수준의 관용도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는지요? 우리는 이런 주제에 대한 후속 연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질문들도 많이 했습니다. 종교와 민족성의 관계는 무엇인가? 소득 불평등과 여성의 역할에 대해 종교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종교는 국가의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질문들은 비단 미국에서만 중요한 질문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다뤘던 주제들 중에 전 지구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는 주제가 있습니다.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해야 하는가? 종교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회를 이룰 수 있는가? 국민들의 종교가 다양해지고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종교간 화합 문제는 어느때보다 중요한 주제입니다. 종교가 정치적 분열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또는 종교를 믿는 사람과 무종교인 사이에서 갈등과 반목이 심화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 텔레비전 방송을 보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미국이 ‘종교 전쟁(war on religion)’에 휘말려 있다고 진단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과 대화해보면 종교전쟁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신기루임이 분명해집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나 아예 종교가 없는 사람들과도 편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보기에, 거의 모든 미국인들은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맥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미국인의 경험이 다른 나라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미국에서 관찰되는 종교간 관계는 여러 요인들-거대한 이민자 집단, 국가종교에 대한 헌법적 반대, 새로운 종교운동을 일으켜 온 오랜 역사-이 독특하게 합쳐진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종교간 화합은 꼭 미국과 같은 동일한 요인들의 합성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성공적인 종교간 화합에 대해 다른 문화권에서 연구해서 그 결과를 발표한다면 오히려 미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종교적인 관용성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에서 전 세계적으로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자: 로버트 D. 퍼트넘 & 데이비드 E. 캠벨

아메리칸 그레이스┃로버트 D. 퍼트넘·데이비드 E. 캠벨 지음┃정태식·안병진·정종현·이충훈 옮김┃페이퍼로드┃4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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