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선문답’ 해보셨나요?
카메라로 ‘선문답’ 해보셨나요?
  • 조현성
  • 승인 2013.03.19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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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카메라 들고 나서 ‘카메라로 명상하기’

“사진 찍기는 ‘밖’으로 나서기이다. 문 밖으로, 습관 밖으로, 이성 밖으로 나서기이다. 내부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열어 준다.”

<카메라로 명상하기>는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진 찍기를 하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떤 것을 겪지 않을 수 없고, 어떤 상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은 소수의 훈련된 사진가나 전문적인 사진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휴대폰에 내장된 카메라라 할지라도 카메라를 손에 들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사진 찍기를 통한 명상의 장점이다.

책은 사진 찍기 과정 속에 항상 있었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말한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세상이 갑자기 새롭게 보이거나 이전에는 관심 갖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온 경험을 갖는 이가 많다. 책은 사진찍기에 내재된 이 힘을 명상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적고 있다.

저자는 “사진 찍기를 하며 느꼈던 그 특별한 느낌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 느낌에 내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그 특별한 느낌에 놀라움을 받을 수 있는 상태로 내 몸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진 찍기는 사소해 보이는 일상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내 속에 부처가 있음을,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내 몸의 경험을 통해 직접 깨닫게 한다”고 강조한다.

본문 중에서

이미지의 바다에 뛰어들기(17p)
이상적인 미술관은 관람자가 ‘길을 잃게 만든다’고 합니다. 사진 찍기는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도 카메라를 손에 드는 것만으로 길을 잃게 하는 감각의 미술관으로 촬영자를 안내합니다.
카메라를 들기 전의 삶의 방식을 내려놓게 하며, 그동안의 삶의 방식과 견고해 보이던 것들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도록 합니다.

사진 찍기는 초보일수록 좋다(44p)
사진 찍기의 초보자들은 일정한 방향으로만 사진 찍기를 하도록 강제하는 오염된 카메라를 갖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안심할 일입니다.
사진 찍기에 대한 훈련이 거듭될수록 특정한 방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만약 사유를 위해서 카메라를 들었다면, 사진 찍기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 초보자가 사유의 실천자로 더욱 적합합니다.
사진 찍기를 훈련한 촬영의 고수는 ‘나는 사진 찍기를 왜 하는가, 어떤 사진 찍기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않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는 가장 좋은 방법, 우연을 긍정하기(49p)
사진을 좋게 하려면 ‘의도’라는 힘을 빼야 합니다. 특정한 사진을 찍겠다는 의도를 버려야 합니다. 좋은 사진은 우연히 찍힙니다.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 속에 담길 때 좋은 사진이 나옵니다. 사진 찍기를 통해 사유가 가능하다면 우연적인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데 있습니다.

나를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카메라 들고 무작정 나가기(78p)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걷는 순간, 촬영자는 외부 세계에 주목하게 되며, 더 이상 내 안에만 머물지 않게 됩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카메라는 우리로 하여금 사진 찍을 무엇을 찾게 하고, 사진 찍을 대상 앞에 멈춰 서도록 하며, 멈춰선 대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합니다.
이전에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색다른 사진 찍기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거들떠보지 않았던 것들을 활용해 보는 것입니다.

사진 찍기로 선문답하기(132p)
두 사람이 사진 찍기를 통해 대화를 시도합니다. 한 대의 카메라만을 이용해서 사진 찍기를 하는 것입니다. 먼저 한 사람(A)이 사진을 찍고, 아무런 설명 없이 카메라를 다른 사람(B)에게 건넵니다.
카메라를 건네받은 사람(B)은 상대방(A)이 찍은 사진을 확인한 후, 그 사진에 맞는 대상을 찾아 사진을 찍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무런 말없이 사진 찍기만으로 대화를 시도합니다.


사진을 모두 찍은 후 컴퓨터에 띄워 놓고서, 사진들을 왜 찍었는지 또 상대방이 찍은 사진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진심을 다해서 말했음에도 오해가 벌어지는 것을 종종 경험합니다. 두 사람이 한 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대화를 하는 이러한 사진 찍기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의 어려움과 의사소통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은 오해를 기초로 해서만 이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의사소통에 사용한 매개체(말이든, 사진이든)의 풍성한 감각과 의미가 단일한 것으로 억압되고 환원될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카메라로 명상하기┃임민수 지음┃송미옥 사진┃비움과소통┃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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