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이 늘 말하던 그 스님 이야기
법륜 스님이 늘 말하던 그 스님 이야기
  • 조현성
  • 승인 2013.04.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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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 스님의 ‘그대 보지 못했는가’

“여보게, 어떤 한 사람이 논두렁 밑에 조용히 앉아서 그 마음을 스스로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바로 중이요, 그곳이 바로 절이지. 그리고 그것이 불교라네.”

우리 시대 힐링멘토 법륜 스님이 자신의 출가수행 과정을 밝히며 자주 언급하는 노스님의 말씀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前 조계종 종정 서암 스님(1913~2003)의 회고록 <그대, 보지 못했는가>가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맞아 출간됐다.

책은 스님이 직접 구술한 내용을 이청 작가가 엮었다. 책에서는 스님의 출가와 수행, 구도와 깨달음의 여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종단 개혁 과정에서 발생한 종정사퇴에 대한 스님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서암 스님은 한평생 수행자로만 살던 선지식이었다. 지리산 칠불암에서 도반들과 더불어 ‘공부하다 죽어도 좋다’고 서약하고 정진한 일화가 그 본보기이다. 그러나 스님은 1993년 12월 대한불교조계종 제8대 종정으로 추대됐지만 재임 140일 만인 1994년 4월종정을 사임하고 종단을 떠났다.

평생 선수행을 바탕으로 법문·공부했던 스님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쉬운 ‘생활선 법문’ 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은 선에 있어서도 생활 속 실천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선은 어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손 움직이고 발 움직이고 울고 웃고 이웃 간에 대화하는 그 속에서 24시간 내 모습을 온전히 찾아가는 것, 그것이 생활선이지.”

스님은 “혼돈과 고통으로 얼룩진 정신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자기 본래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참선이고 생활선”이라고 말했다.

서암 스님은 “해방 후 왜색화된 한국불교를 정화한다는 목적으로 불러들였던 폭력이 오늘날까지 불교 발전을 저해하는 근본 요인”이라고도 지적했다. 대의와 명분은 옳았어도 그 방식이 문제라면 불교적 입장에서는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꼭 물리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단식이든 집회든 대중의 힘을 과시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폭력이며 폭력적인 해결방법은 세속의 방식이고 불교의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이 스님의 뜻이었다.

1994년 종단개혁 당시, 스님의 대중의 힘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부정하고 막으려 했다. 대중은 내편·

네편으로 나눠 힘을 모았고, 이 과정에서 ‘서암 스님은 우리 편이 아니다’는 오해로 스님은 개혁의 대상이 됐다.

이에 스님은 비불교적인 방법에 대해 불교적인 원칙을 제시하며 종정을 사퇴하고 종단 밖으로 나갔다.

작가는 “서암 큰스님 열반 10주기를 맞는 지금, 스님의 종정사퇴와 탈종은 불법을 수호하는 수행자로써 최대의 명예로움으로 다시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대, 보지 못했는가┃서암 스님 구술┃이청 엮음┃정토출판┃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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