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집착해야 할 단 한가지?”
“당신이 집착해야 할 단 한가지?”
  • 조현성
  • 승인 2013.06.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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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석 교수,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서 하심(下心) 강조

<간추린 불교상식 100문 100답> 등 저술 활동으로 해박한 불교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해 온 정승석 교수(동국대 불교대학·불교대학원장)는 최근 펴낸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를 출간했다. 책에서 정 교수는 무아·무심·하심을 행복의 필수조건으로 제시했다.


당신의 행복은 자기만의 욕구충족?

정 교수는 “아무리 풍족하고 편리한 상태에 있을지라도 탐욕이 발동하는 한 행복은 잠시뿐이고 그 행복은 이내 불만으로 바뀌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일찍이 인간의 마음이 발휘하는 독소적 기능을 삼독으로 간파했다.

정 교수는 “행복의 허실을 결정하는 일차적 요소가 탐욕이기는 하나 혐오와 무지도 불가피하게 함께 관여한다”며 “삼독의 강도와 행복의 질은 반비례한다. 삼독의 강도가 셀수록 행복의 질은 부실해지고 그 강도가 약할수록 행복의 질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우리는 감각적 요구 충족을 행복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오욕락이다. 이로부터 우리 인생 전반으로 눈을 돌려 재욕 색욕 음식욕 명예욕 수면욕이라는 오욕을 채우는 것으로 행복을 얻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지 때문에 행복 아닌 것을 행복으로 생각해 그것을 얻고자 노력한다. 행복이라고 착각했던 것들을 성취하고 나면 기대했던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그래서 다시 행복을 추구하고 결과에 실망하기를 되풀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애초 행복에 대해서, 자신의 탐욕에 대해서 무지한 탓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무지하기 때문에 불행한 우리의 삶

정 교수는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고 행복은 욕구가 충족된 상태, 즉 만족을 느끼는 상태”라며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불만족의 상태가 불행이고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감정이 고통”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무지의 바다에 떠 있는 것 자체가 불행이라고도 했다.

정 교수는 “(부처님이 말씀한)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바라는 것이 전혀 없는 마음은 무상을 고통으로 느끼지 않는다. 무상은 그저 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상을 고통으로 느끼는 주체는 욕구를 가진 마음”이라며 “욕구를 가진 마음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고 강조했다.

무아, 아집 버린다는 뜻으로 이해를

정 교수는 “‘나(자아)’ 또는 영혼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실제로는 오온(五蘊)이다. 업덩어리인 오온으로 윤회도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업덩어리를 나라고 착각하고 산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아집은 무상의 이치를 외면하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아집으로 얻었다 싶은 자기만족은 허위”라고 말했다.

이어 “이 허위의 근원은 그릇된 자기관념”이라며 “그릇된 자아관념이 초래한 최악의 병폐가 아집”이라고 지적했다.

자아 관념이 고통을 유발할 아집으로 발현됐기 때문에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은 무아의 강조로 이어졌다.

정 교수는 “무아는 ‘자아가 없다’며 자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집을 버린다는 뜻”이라며 “아집은 물건처럼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관념이 아닌 실천이 돼야 한다. 이것이 마음 다스리는 수행을 강조하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저절로 얻게 되는 것이 무심의 공덕

정 교수는 “무아의 정신이 요구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애착까지도 버릴 수 있을 만큼 철저하게 집착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노는 거칠게 일어나지만 집착은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점잖게 우리 마음을 장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서 집착으로 생각되는 것 또는 집착과 비슷한 감정으로 생각되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을 무조건 버리는 것이 무심”이라며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사실을 확고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렇게 버린다는 것이 반드시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무심은 생각하지 않는 것,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동차 운전을 본보기로 들었다. 교통이 혼잡할수록 정신을 집중해야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정신 집중이 몸에 배면 번뇌가 밀려와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 정신 집중이 몸에 배인 상태가 무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 앞에서 마음을 비웠다는 말들은 대체로 바라는 것을 얻게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무심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했다.

행복하려면 마음 낮추어 '나'를 앞세우지 않아야

정 교수는 “‘마음을 낮추어 나를 앞세우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이 하심이다. 나를 앞세우지 않는 것은 무아의 정신이자 무심”이라며 “하심은 무심과 하나로 통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심으로 번뇌를 다스리는 것은 수행의 첫째이다. 둘째로는 이것이 몸에 베도록 선행을 실천해야 한다. 진심(眞心)은 이 둘을 병행하는 것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진심이 곧 무심이고, 무심이 곧 진심이며 무심이 일상화된 것이 평상심이라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평상심의 요점은 집착하거나 차별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모든 일을 흘러가는 형편에 맞춰 대처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심하려면 탐욕을 버려야하고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며 “누구를 만나든지 아무리 못나 보이는 사람에게도 나보다 나은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적어도 교만이 먼저 발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무심과 하심에 길들여지면 자아관념이 사라지고, 번뇌의 온상이던 아집이 발붙일 곳을 잃게 된다. 이것이 본래의 진심인 무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번뇌가 달려들지라도 다시 무심·하심에 길들여지는 것으로 평온할 수 있다. 그래서 ‘나를 버리는 것’이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환락 구분 어렵거든 하심 추구하라


“그들은 우리가 경계를 하면 남달리 조심스럽고 소심하다고 여기고, 분별력 있게 행동하면 약삭빠르다고 생각하며, 우리 신앙을 지키면 불신자라고 낙인찍고, 적들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우리 물품을 보관하면 탐욕스럽다고 비난하며, 지식을 습득하면 야심가라고 말하고, 선행을 베풀면 주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위선이라고 헐뜯습니다.” -야콥 단코나의 <빛의 도시> 가운데.

“요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연예인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모두 서로 이름 알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듯하다. (중략) 명예욕은 발동하지만 명예는 간 데 없고 인기만이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곤 한다. 바라던 바라지 않던 우리는 명예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정 교수는 <동방견문론>을 쓴 마르코 폴로보다 먼저 중국을 방문했던 야콥 단코나의 <빛의 도시> 구절을 인용하며 “13세기 중국의 어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묘사한 이것이 우리 시대 세태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우리는 인터넷이나 SNS로 800여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신속하게 재현하고 있다”며 “진정 추구해야할 행복은 간 데 없고 환락만이 설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 편리한 도구가 행복의 개념을 환락으로 바꾸어 버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내가 추구하고 있는 행복이 실은 환락과 같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는 것이 좋겠다”며 “행복인지 환락인지 구분하기 귀찮거나 애매하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하심으로 추구하겠다고 작정하라”고 조언했다.

내게 충분한 재산 남에게 주는 것도 하심

정 교수는 “우리에게 환락을 부추기는 것은 악마요 마귀(마구니)이다. 수행자였던 부처님에게도 마귀가 달라붙으려 했는데 우리에게는 오죽하겠냐”고 반문했다.

日 도오겐 선사의 <정법안장>을 인용해 “명예와 이익에 사로잡혀 있는 한, 마귀의 방해를 피할 수 없다”며 “현대 사회 세태로 보면 명예와 이익으로 얻고자 하는 행복은 다름 아닌 환락일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마귀의 방해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심과 하심에 달라붙을 마귀는 없다”며 “하심에는 마귀의 먹이가 될 교만이 없는 대신, 마귀가 가장 싫어하는 자비만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재산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는 하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재산을 쌓아두고 있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재산은 줄어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내게 충분한 재산을 덜어 내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하심의 발로”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아집은 그릇된 자아관념이 초래한 최악의 병폐이다. 아집은 모든 집착의 우두머리”라며 “내게 아집이 없다고 생각되거든 집착을 아집으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집착은 버려야 할 것이지만, 하심에 대한 집착만은 남겨두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정승석 지음┃1만800원┃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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