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승려대회 이후가 문제다
[기고]승려대회 이후가 문제다
  • 법응 스님
  • 승인 2022.01.13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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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닭고기를 먹을 때 죽어간 닭에게 미안해하지 않는 것은 닭의 정신세계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법령 등 국가제도가 불교계에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과 공인들에 의한 종교 편향적인 언행과 불교에 대한 막말은 분명코 불교의 정신세계와 그 문화를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조선시대 봉은사와 봉선사가 철거를 당할 위기가 있었다. 중종실록 91권에 보면 성균관 생원 유예선 등이 상소를 했는데, “이단(異端)의 뿌리가 되는 곳은 반드시 봉선사와 봉은사인데, (중략) 이 두 사찰을 철거하여 그 뿌리를 끊어버린다면 사방으로 엄금하지 않아도 여러 산사(山寺)가 절로 황폐하게 될 것이요, 이 두 중을 베어 주벌(誅罰)을 명백히 보인다면 금령(禁令)을 엄하게 만들지 않아도 요승의 화가 절로 없어질 것입니다.” 라는 대목이 있다.

한마디로 성리학 추종자들이 불교를 이단으로 취급하면서 소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다. 과연 오늘날에도 조선시대 당시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없다 할 수 있을까.

불교계는 국가권력에 의해 피해가 진행 중인 당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으니 그렇다면 조계종단 집행부는 전혀 책임이 없는가 하는 것이다. 종단이 한국불교와 조계종의 명운을 걸고서라도 관련한 현안들에 대해서 역량을 총 집중했다면 해묵은 적폐와 악습은 해결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권리는 그 권리를 주체적으로 추구하는 자에게 부여된다는 말이 생각난다. 근자의 사례를 보자. 지관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재직하시던 2008년 8월 27일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가 열렸고, 같은 해 11월 1일 ‘종교차별금지 입법 촉구, 사회갈등 해소 대구경북 범불교도 결의대회’가 봉행되었다. 그리고 자승스님이 총무원장을 역임하던 시절, 2010년 12월 9일엔 “민족문화 보호정책을 외면하고 종교편향을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전국의 사찰 출입을 거부한다.”는 성명서가 조계종 총무원 이름으로 나왔다. 그 조치는 상당 기간 이행되었으며 교구별로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다.

2008년 범불교도대회 당시 본 행사가 끝난 후 일부 참가자들이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모시고 우정국로를 감격한 모습으로 행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당시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향후 실질적인 성과인 결과물로 무엇을 내놓을지 걱정이 앞섰다. 범불교도대회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종단은 이번 승려대회를 봉행하고 6개월 내에 근원적인 문제 해결의 결과를 생산해 내야한다. 새 정부가 꾸려지고 3개월 정도면 정책의 기조가 공고히 되는 시기인바, 종단은 향후 6개월 전후로 해서 가시적 성과를 돌출해 내기위한 승려대회가 돼야 함을 인식하고 부담을 가져야 한다.

불교관련 악법과 불교에 대한 정치인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발언들을 근본에서부터 개선하고 바꾸는 성과를 이번에도 생산해 내지 못한다면 승려대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스스로 재촉함이다.

승려대회 외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나 반드시 해야 한다면 정치권이 혼비백산하고 온갖 사회의 뉴스를 삼킬 정도로 장엄하게 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악조건 속에서 치르는 대회다. 때맞추어 불교에 대한 악재가 들춰내질 수도 있는 등 예상치 못한 방해가 일어날 수 있다. 그러한 악재들을 덮고도 남는 행사여야 엄동설한에 세계적 감염병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동원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닭이라 해서 다 같은 닭이 아니다. 장자(莊子)의 '달생(達生)편'에 나오는 목계(木鷄)는 잡아먹을 수 있기는커녕 최고 경지이기에 눈조차 마주칠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 목계는 스스로 되는 것이다. 종단을 책임진 스님들의 삼보호지의 사명은 수미산과 같이 무겁고 개인적 야망과 체면 따위는 보잘 것 없다 할 것이다.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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