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의원 ·송영길 대표 사과 무산…몇몇 재가자 반대시위
정치 개입 우려와 방역 지침 위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원행)이 전국 승려대회를 강행했다. 조계종이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한 것은 종단 개혁을 위해 모인 1994년 이후 근 30여 년 만이다.
조계종은 1월 21일 오후 2시 조계사에서 ‘종교 편향·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 승려대회’를 개최했다.
조계사에 모인 3000여 대중은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한 근본 대책과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계승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여당에 요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봉행사에서 “국가의 위기마다 항상 국민 곁을 지켜온 한국불교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천진암과 주어사는 천주교 성지가 되었으며, 국립공원의 울타리는 수행공간을 옥죄었고,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는 ‘통행세’로 치부받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과정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며,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 종교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부추기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님은 전국승가대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전통문화를 수호하기 위함이며, 편협하고 차별적인 사회를 향한 외침이며, 나은 미래를 위한 파사현정의 몸부림”이라고 밝히고, “다름과 차별, 갈등과 분열이라는 검은 장막을 걷어내 상생과 화합, 그리고 통합의 거대한 물결을 이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정문 스님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종교 평화를 위한 노력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문 스님은 “한국불교는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2월부터 정부시책에 호응해 선제적 방역지침을 준수해왔지만 불교계에 돌아온 것은 그 어느 정권 때보다 심각한 종교 편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종헌·종법을 초월하는 초법적 의사결의의 수단이자 종단이 누란의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최고의 결의인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이 땅에서 부당한 종교차별과 불교 폄훼를 뿌리 뽑겠다는 불퇴전의 각오”라고 밝히고, 국민에게 “한국불교의 자주권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십분 이해하고, 종교로 인한 갈등과 대립이 사라지고 종교 간 화합과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참석 대중은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특위 위원장 선광 스님이 대표 낭독한 결의문에서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이어온 한국불교의 전통문화유산은 공공기관의 의도된 편향과 차별로 인해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은 대한민국의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민족의 역사를 왜곡하고 전통문화를 말살시키며 종교 갈등과 사회 갈등을 조장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모든 종단의 승가대중들은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오롯이 보존하고 계승해 나갈 것을 다짐하며,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을 일삼는 위정자들에게 파사현정의 준엄한 경책을 내린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차별금지법 제정 등 근본 대책, 전통문화유산 보존·계승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정부 여당에 요구했다.
전국승려대회봉행위원회는 결의문 낭독 직후 “승려대회 참석 대중에게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식순에 없던 자리를 마련했다.
전국승려대회봉행위원회는 사전 녹화된 황희 장관의 영상 메시지를 들은 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영배 의원이 단상에 올라 사과하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전국승려대회 참석대중의 반대로 영상 상영이 중단되고, 봉암사, 송광사 대중이 항의 표시로 대회장을 벗어나면서 불발됐다.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징수하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로 지칭해 이번 전국승려대회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정청래 의원도 불교계에 재차 사과하기 위해 조계사를 찾았지만, 봉행위의 거부로 돌아갔다. 정청래 의원은 이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렸다”며, “더 낮은 자세로 불교계 상생발전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날 전국승려대회 행사장 주변에는 포교사단 단원들이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각종 손피켓을 들고 조계사 쪽 우정국로 인도에 일렬로 늘어섰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회원 등 몇몇 재가자들도 조계사 일주문 앞과 건너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홍보관 앞에서 승려대회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여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조계종은 전날 시민단체가 조계사 앞에서 전국승려대회 규탄 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의식한 듯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홍보관 앞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홍보 부스를 차리기도 했다.
이번 전국승려대회는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통행세’ 발언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 공공합창단의 특정 종교 편향, 경기도 광주시와 가톨릭 수원교구의 천진암 순례길 사업 등 공공영역에서 벌어지는 종교 편향과 불교 왜곡을 시정한다는 명분으로 개최됐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을 겨냥한 대규모 집회라는 점, 오미클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시점에 열린다는 점 때문에 개최 전부터 정치 개입 우려와 방역지침 위반 논란으로 개최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의평화불교연대가 전국승려대회 이틀 전부터 전날까지 조계종 승려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 가량이 전국승려대회 개최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불교계 재가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취소 요구가 잇따랐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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