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 동기였던 스님…
채동욱 검찰총장 동기였던 스님…
  • 조현성
  • 승인 2013.09.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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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서 출가한 대성 스님과 그의 책

‘혼외아들 의혹’으로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 채 총장과 사법연수원 24기 동기로 출가 전 변호사였던 스님이 있다. 대성(大晟) 스님이다. 

스님은 서울대 법대 77학번. 사법고시 24회에 합격했다. 부모와의 약속 때문에 고시를 패스하고 변호사가 됐지만 군법무관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홀연히 길을 떠났다. 일찍이 대학시절부터 가졌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 길로 송광사에서 스님이 됐다. 1989년이었다.

비구계도 받았다. 정진에 몰두했던 스님은 2000년께 20세기 인도의 힌두교 성자 마하르쉬의 가르침을 우리 글로 옮긴 번역서인 <마하르쉬의 복음>과 <바가반의 말씀을 따른 삶> 등을 펴냈다.

스님이 마하르쉬의 책을 펴낸 까닭은 출가 동기가 됐기 때문이다. 스님은 도반이었던 故 지산 스님이 번역한 마하르쉬의 <나는 누구인가>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마하르쉬를 만나기 전까지 스님은 속세에서 사회철학을 공부했다. 사법고시 24회 동기인 채동욱 총장, 정종섭 교수(서울대), 신기남 의원(민주당)과 함께 ‘칼 포퍼 4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채 총장 사태를 스님은 어떤 시각으로 바로보고 있을까. 스님은 예나 지금이나 언론 인터뷰를 극구 사양해 접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스님은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 때는 변호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기획업무를 맡아 종단일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스님은 은둔하며 수행 중이다. 2010년 분한신고를 하지 않아 조계종 승적도 제적된 채.

스님이 지인과 함께 세운 출판법인 ‘탐구사’에서는 현재도 법학 서적을 비롯한 여러 책들을 펴내고 있다. 탐구사 대표는 “스님이 일반인과의 접촉을 몹시 꺼린다. 토굴에서 수행 중이다. 스님의 연락처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의 책과 공부에만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엘리트 대성 스님이 감탄한 선지식 성엄 선사

스님이 펴낸 책 가운데 <대의단의 타파, 무방법의 방법>은 현대 중국불교 선지식으로 대만 법고산 창건주인 성엄 선사(1930~2009)가 화두선과 묵조선에 관해 설명한 법문집이다. 책은 화두선을 다룬 <대의단의 타파(Shattering of the Great Doubt)>와 묵조선을 다룬 <무방법의 방법(Method of No-method)> 두 권인 것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성엄 선사는 대만불교의 중흥조이자 동서양에 걸쳐 가장 뛰어난 선사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선사는 책에서 화두와 묵조라는 두 가지 선법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책에는 이 밖에도 심신을 이완하는 법, 일상생활 속의 선 수행, 호흡 관법과 직접 관법 등 화두와 묵조를 닦는 예비적 수행법과 각 선법의 단계들, 의정과 대의단, ‘비춤’과 ‘묵연함’, 선정(禪定)과 깨달음의 지혜 등 수행의 기초에서부터 궁극의 깨달음 경지까지 두루 설해져 있다.

대성 스님은 “한국에서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현대적인 선 법문이며, 선사 자신의 불법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체험, 그리고 풍부한 경험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책 속으로

선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망념이 일어나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不怕念起 唯恐覺遲).” 선은 망념이 없으면 지혜가 발현될 길이 없다는 것을 믿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우리가 망념을 알아차릴 때는 그 순간 지혜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은 선정 그 자체를 해탈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선정에서 나오고 나면 여전히 번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선에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지혜를 계발할 것을 강조합니다. 선의 지혜(Chan wisdom)는 어떤 지성이나 특별한 지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활동의 한가운데서도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 마음 상태입니다. 마음은 여전히 움직이지만 순수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그것이 바로 대승의 가르침을 완전하게 표현하는 선의 지혜입니다. (180쪽)

- 올바른 선 수행은 새의 두 날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 날개는 수행을 이끄는 개념, 또 한 날개는 수행방법입니다. (22쪽)

- 얕은 수준에서는 여전히 “무엇이 무인가?” 하고 묻지만, 그 의심 속에 완전히 집어삼켜지면 그 물음 자체가 사라지고 이 궁금증의 상태만 있습니다. 그래서 앉으나 서나 걸으나 잠을 자나 이 상태가 지속됩니다. (30쪽)

- 화두 수행으로 말하면, 우리가 참구해야 할 주된 화두는 “무?”나 “무엇이 무인가?”입니다. 그 이유는, 이 ‘무’가 평생 꾸준히 공부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강력한 화두이기 때문입니다. (71쪽)

- 화두법을 잘 하려면 의정을 일으켜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전체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118쪽)

- 이 대의단은 여러분의 위에 떠 있으면서 어떤 부담감, 누르는 느낌을 가져다줍니다. 계속 밀고 나가면, 그 의심이 마침내 타파되면서 여러분은 통찰로 깨어나고, 홀연히 마음 꽃이 찬연한 빛을 발하며 시방세계를 비추게 됩니다. (162쪽)

- 묵조의 첫째 단계는 지관타좌를 통해 들어갑니다. 이때는 단순히 몸 전체가 그곳에 앉아 있다는 자각을 유지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됩니다. 즉, 몸의 각 부위를 자각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첫째 단계인 몸과 마음의 통일입니다. (266쪽)

- 과거나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현재조차도 놓아버리십시오. 그저 자각 속에 머무르십시오. 선을 ‘문 없는 문’이라고 하는 것은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문이 없기 때문입니다. (277쪽) 

 

 

 


대의단의 타파, 무방법의 방법┃성엄선사 말씀┃대성 옮김┃탐구사┃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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