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아들 의혹’으로 전격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 채 총장과 사법연수원 24기 동기로 출가 전 변호사였던 스님이 있다. 대성(大晟) 스님이다.
스님은 서울대 법대 77학번. 사법고시 24회에 합격했다. 부모와의 약속 때문에 고시를 패스하고 변호사가 됐지만 군법무관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홀연히 길을 떠났다. 일찍이 대학시절부터 가졌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 길로 송광사에서 스님이 됐다. 1989년이었다.
비구계도 받았다. 정진에 몰두했던 스님은 2000년께 20세기 인도의 힌두교 성자 마하르쉬의 가르침을 우리 글로 옮긴 번역서인 <마하르쉬의 복음>과 <바가반의 말씀을 따른 삶> 등을 펴냈다.
스님이 마하르쉬의 책을 펴낸 까닭은 출가 동기가 됐기 때문이다. 스님은 도반이었던 故 지산 스님이 번역한 마하르쉬의 <나는 누구인가>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마하르쉬를 만나기 전까지 스님은 속세에서 사회철학을 공부했다. 사법고시 24회 동기인 채동욱 총장, 정종섭 교수(서울대), 신기남 의원(민주당)과 함께 ‘칼 포퍼 4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번 채 총장 사태를 스님은 어떤 시각으로 바로보고 있을까. 스님은 예나 지금이나 언론 인터뷰를 극구 사양해 접촉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스님은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 때는 변호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기획업무를 맡아 종단일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스님은 은둔하며 수행 중이다. 2010년 분한신고를 하지 않아 조계종 승적도 제적된 채.
스님이 지인과 함께 세운 출판법인 ‘탐구사’에서는 현재도 법학 서적을 비롯한 여러 책들을 펴내고 있다. 탐구사 대표는 “스님이 일반인과의 접촉을 몹시 꺼린다. 토굴에서 수행 중이다. 스님의 연락처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의 책과 공부에만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엘리트 대성 스님이 감탄한 선지식 성엄 선사
스님이 펴낸 책 가운데 <대의단의 타파, 무방법의 방법>은 현대 중국불교 선지식으로 대만 법고산 창건주인 성엄 선사(1930~2009)가 화두선과 묵조선에 관해 설명한 법문집이다. 책은 화두선을 다룬 <대의단의 타파(Shattering of the Great Doubt)>와 묵조선을 다룬 <무방법의 방법(Method of No-method)> 두 권인 것을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성엄 선사는 대만불교의 중흥조이자 동서양에 걸쳐 가장 뛰어난 선사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선사는 책에서 화두와 묵조라는 두 가지 선법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책에는 이 밖에도 심신을 이완하는 법, 일상생활 속의 선 수행, 호흡 관법과 직접 관법 등 화두와 묵조를 닦는 예비적 수행법과 각 선법의 단계들, 의정과 대의단, ‘비춤’과 ‘묵연함’, 선정(禪定)과 깨달음의 지혜 등 수행의 기초에서부터 궁극의 깨달음 경지까지 두루 설해져 있다.
대성 스님은 “한국에서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현대적인 선 법문이며, 선사 자신의 불법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체험, 그리고 풍부한 경험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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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단의 타파, 무방법의 방법┃성엄선사 말씀┃대성 옮김┃탐구사┃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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