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1번’ 당선?… “그럴 수도 있지”
‘기호 1번’ 당선?… “그럴 수도 있지”
  • 조현성
  • 승인 2013.11.1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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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님 "선거 결과 보고 '멘붕'...이렇게 극복했다"

지난 총무원장 선거에서 선거인단에 선출된 한 스님이 ‘기호 2번’을 찍었다. 자신이 선택한 후보가 낙선하자 스님은 ‘멘붕’에 빠졌다. 10분쯤 후, 스님은 마음을 추스렸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 덕분이었다.

자비명상으로 널리 알려진 마가 스님(동국대 교법사)의 이야기이다. 스님은 12일 인사동 모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연을 밝혔다. 저서 <알고 보면 괜찮은>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련다”

스님은 “지난 선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스님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된다’ ‘~해야 한다’는 것 역시 나의 상(相)이었다. 모두가 내 바람대로 될 수는 없기에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후 (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많은 스님들이 승려로 머물다 떠나는 현실에서 스님들을 승보로 만드는 디딤돌을 놓기로 발원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최근 말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영어로 뭐죠?”라고 물었다. “차이나”라는 답이 돌아오자 “그렇죠. 차이나. 나와 남은 차이 난다. 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도 차이나를 중요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반드시 찾아야 하는 섬이 있습니다. ‘그래도’입니다.” “불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누구나 절에 반드시 가야합니다. ‘우여곡절’”이라고도 했다.

“연꽃은 구정물을 탓하지 않는다”

스님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될 수 있으면 많이 울어라”고 조언했다. “그런 다음 새로운 서원을 세우라”고 했다. “단, ‘(부처님) 행복하게 해 주세요’가 아닌,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을 하겠습니다’라고.”

스님은 “남과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미안하다’는 사과보다 더 한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꽃은 구정물을 탓하지 않는다”며 “남 탓을 하면 스스로 내 삶의 조연이 된다. 지금 처한 현실에서 ‘내가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내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범계승도 사랑합시다.” 응?

스님은 “암세포가 있다고 가정할 때 많은 사람들이 암세포를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만을 고민한다. 왜 암세포가 생겼는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상습도박 등 범계행위를 한 승려 등) 남을 바꾸려는 내 욕심이 사라질 때 상대가 바뀌게 돼 있다. 그들에게 미움 대신 긍정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를 “보여 지는 것을 바꾸려하면 갈등을 야기한다. 내 마음부터 바꿔 나를 돌아보고 매 순간 깨어있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유와 깨달음을 목적으로 명상을 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그저 명상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행복해지려거든 나의 지금 행동이 행복해지기 위한 것인지, 행복을 파괴하는 것인지 늘 깨어있으라”면서 “나를 ‘킬링’하지 않으면 ‘힐링’은 없다”고 했다.

“용서하고 나니 세상이 아름다워”

마가 스님은 출가 전 아버지를 증오했던 청년이었다. 청화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아버지를 용서하게 됐고 삶에 변화를 경험했다. 스님이 용서하기 전  20여 년 동안 미움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는 그 후로 스님의 호법신장이 됐다. 아버지는 스님의 이야기마다 등장해 스님의 출가생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알고 보면 괜찮은> 역시 ‘아버지 용서하기’로부터 시작된다.

스님은 “내 젊은 날은 아버지 때문에 힘들고 부정적이었다. 어느 날 미움이 고마움으로 바뀌고 나니 삶이 확 달라졌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며 “내가 겪은 과정이 아픔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이 될까 하는 바람

에 책을 펴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5년간 <알고 보면 괜찮은>을 준비했다. 책에서 스님들의 깊은 사생활을 보고나면 ‘스님도 나와 똑같구나’라고 느끼며 삶의 위안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면 괜찮은┃마가 글┃불광출판사┃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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