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구불출, 8년 장좌불와, 3000배의 만남으로 유명했던 우리 시대 선지식 성철 스님(1912~1993).
스님의 열반 20주기를 맞아 저명인사 27인이 스님을 추모하는 글을 한 권에 담아 <참선 잘하그래이>를 펴냈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기획한 책에는 고은 시인이 추모시를, 무비 스님(前 동국역경원장), 김희중 가톨릭 대주교, 박성배·고준환·김형효·고영섭·김호성·황순일 교수, 한승원·김성동 소설가, 홍신선·정호승·고형렬 시인, 이계진 前 국회의원, 언론인 이은윤·김택근 씨, 스님의 동상을 조성한 조각가 강대철 씨 글이 담겼다.
무비 스님은 “성철 스님은 보조지눌 국사를 엄청 비난했다”며 “성철 스님이 혹여 보조 스님의 화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보조의 오류가 아니라 당신의 오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보조의 오류를 바로 잡으려고 저렇게까지 집요하게 해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스님을 추모했다.
1993년 스님의 입적 때, 해인사 다비장을 지켰던 정호승 시인은 “밤이 깊어가자 늦가을 산속은 갑자기 겨울이 찾아온 듯 무척 추웠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하나둘 불길 곁으로 모여들었다. 나도 너무나 추워서 점점 불길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 ‘아! 지금 이 불길이 무엇인가. 바로 스님의 법체를 태우는 불길이 아닌가. 스님께서는 자신의 몸을 태워서 나를 추위에 떨지 않게 해주시는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한승원 작가는 “삼천 번 절은 꼬박 하루 동안 해야 하는데, 그 절을 하는 동안에 바보가 아닌 한에는 성철 스님을 만나 뵙고 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고가 모두 스스로 풀릴 터이다. 그게 풀렸다면 스님을 뵈어야 하는 이유가 소멸되는 것 아닌가”라고 적었다.
김희중 대주교는 “스님이 화장지 한 장도 네 조각으로 나누어 사용하고, 승복이 누더기가 될 때까지 평생 옷 한 벌로 지내신 것은 결코 청빈에 관한 가르침만은 아닐 것”이라며 “구도자로서 물질에 대한 절제의 태도와 외향적인 모습에 마음을 두지 말고 내적인 수련에 더욱 정진하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의 탄신 100주년, 열반 20주기 사업이 마무리에 접어들고 있다. 스님의 20주기 다례재 즈음에 <백일법문> 증보판을 펴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백일법문> 증보판에는 성철 스님의 법문 가운데 기존에 누락됐던 선 관련 법문 100여 페이지가 추가될 예정이다.
참선 잘하그래이┃김형효·한승원 외 지음┃김영사┃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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