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진제스님 임인년 동안거 결제법어
팔공총림 동화사 방장 진제스님 임인년 동안거 결제법어
  • 김원행기자
  • 승인 2022.11.08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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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장자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시고)

 진리의 옛 바람이 항상 드날리고 있음이여! 바람을 따라서 비가 화(化)해서 앞산을 지나가누나.

 바람을 따라 비가 화(化)해서 앞산을 지나간다는 이 말의 뜻을 알 것 같으면, 삼세 제불(三世諸佛)과 역대 조사(歷代祖師)와 더불어 함께 손을 잡고 억만년이 다하도록 부처님의 열반락(涅槃樂)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심오한 진리를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느 누구라도 나고 죽는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다.

 금일은 임인년 동안거 결제일이라. 이 삼동구순(三冬九旬) 결제 동안 모여서 안거(安居)를 시작함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생사해탈의 대오견성(大悟見性)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결제에 임하는 사부대중들은 이번 안거에는 반드시 대오견성 하겠다는 태산 같은 용맹심과 불퇴전(不退轉)의 각오로 매일 매일 발심(發心)과 신심(信心)을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라.

 금생에 이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어느 생에 견성법(見性法)을 만나리오. 과거생으로부터 부처님 전에 정법(正法)의 인연을 간절하게 세운 자만이 이 견성법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니, 각자 화두를 성성하게 챙겨 일념이 지속되게끔 혼신의 노력을 다할지어다.

 사람의 몸을 받기도 어렵고, 사람몸을 받았다 하더라도 불법(佛法) 만나기 어렵고, 불법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최상승(最上乘)의 진리를 아는 선지식(善知識)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도 어렵고 중요한 것은, 참으로 고준한 진리의 법문을 듣고서 실천에 옮겨 바르게 수행해 나가는 일이다.

 그 좋은 법문을 듣고도 행(行)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러니 하루 이틀 미루다가 백발이 되고 눈과 귀가 멀어지도록 허송세월하지 말고, 이번 안거에 대신심(大信心)과 대분심(大憤心)으로 용맹정진(勇猛精進)하여 자기사(自己事)를 밝힐 수 있기를 바라노라.

 석가모니 부처님 이후로 가장 위대한 도인이라면 마조 도일(馬祖道一) 선사를 꼽을 수 있는데, 그 분의 탁월한 안목(眼目)은 감히 어느 누구도 능가할 사람이 없다 하겠다. 달마 대사의 스승이신 반야다라(般若多羅) 존자께서 예언하시기를, “네 밑으로 7대(代)의 아손(兒孫)에 이르러 한 망아지가 출현하여 천하 사람을 밟아 죽일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 예언이 전해 내려와서 육조 혜능(六祖慧能) 선사에 이르렀다. 어느 날 육조께서 제자인 남악 회양(南嶽懷讓) 스님에게 은밀하게 부촉(付囑)하셨다. “그대 밑에 천하 사람을 밟아버릴 만한 한 망아지가 출현할 것이네. 그리하여 그 밑에 수많은 도인 제자가 나와서 불법이 크게 흥성(興盛)하리라고 반야다라 존자께서 예언하셨으니, 그대만 알고 잘 지도하게.” 회양 선사께서 회상(會上)을 열어 법을 펴시니, 마(馬)씨 성(姓)을 가진 한 수좌가 와서 신심(信心)을 내어 불철주야 공부를 지어갔다. 그런데 이 수좌는 항상 좌선(坐禪)하는 것만을 고집하여 자리를 뜨는 법이 없었다. 회양 선사께서 하루는, 앉는 데 국집(局執)하는 그 병통을 고쳐 줘야겠다고 생각하시고, 좌선중인 마조(馬祖) 스님에게 말을 건네셨다.

"수좌는 좌선하여 무엇 하려는고?"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그러자 회양 선사께서는 암자 앞에서 벽돌을 하나 집어와서 마조 스님 옆에서 묵묵히 가시기 시작했다. 마조 스님이 한참 정진을 하다가 그것을 보고는 여쭈었다.

"스님, 벽돌은 갈아서 무엇 하시렵니까?"

"거울을 만들고자 하네."

"벽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들 수 있습니까?"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지 못할진대, 좌선을 한들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소를 수레에 매서 수레가 가지 않을 때 수레를 쳐야 옳겠는가, 소를 때려야 옳겠는가?"

 마조 스님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회양 선사께서 다시 말씀을 이으셨다. "그대는 좌선(坐禪)을 배우는가, 좌불(坐佛)을 배우는가? 앉아서 참선하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면 선(禪)은 앉거나 눕는데 있는 것이 아니니 선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고, 앉은 부처를 배운다고 한다면 부처님은 어느 하나의 법이 아니니 자네가 부처님법을 잘못 알고 있음이네. 무주법(無住法)에서는 응당 취하거나 버림이 없어야 하네. 그대가 앉은 부처를 구한다면 부처를 죽이는 것이고, 앉은 모습에 집착한다면 선(禪)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것이네."

 마조 스님은 여기에서 크게 뉘우치는 바가 있어서 좌선만을 고집하던 생각을 버리고, 행주좌와(行住坐臥) 사위의(四威儀) 가운데서 일여(一如)하게 화두를 참구하여 순일(純一)을 이루어서 마침내 크게 깨쳤다.

 그 후 회양 선사를 모시고 10여 년 동안 시봉하면서 탁마(琢磨)받아 마침내 천하 도인의 기봉(機鋒)을 갖추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훌륭한 안목(眼目)을 갖추어 출세(出世)하시니 승속을 막론하고 참학인(參學人)들이 무수히 모여들었다. 그리하여 마조 선사의 지도하에 84인의 도인 제자가 나왔으니 충분히 수기(授記)를 받을 만한 분이라 하겠다.

 하루는 마조 선사의 제자, 남전(南泉)·귀종(歸宗)·마곡(麻谷)선사 세 분이 남양 혜충(南陽慧忠) 국사를 친견하기 위하여 길을 나섰다. 당시는 마조(馬祖)··석두(石頭) ·혜충(慧忠), 이 세 분 선사께서 삼각을 이루어 선풍(禪風)을 크게 드날리시던 때여서, 누구든지 이 세 분의 도인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만 중국 천하를 횡행(橫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용맹 있고 당당한 사자의 조아(爪牙)를 갖춘 분도 으레 이 세 분 도인을 친견해서 탁마(琢磨)하여 인증을 받아야 했다. 며칠을 걸어가다가, 남전 선사께서 길바닥에 커다란 원상(圓相)을 하나 그려놓고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이 원상에 대해서 한 마디씩 분명히 이를 것 같으면 혜충 국사를 친견하러 가겠거니와, 바로 이르지 못할 것 같으면 친견하러 갈 수 없네."

 이에 마곡 선사는 그 원상 안에 주저앉으셨고, 귀종 선사는 원상을 향해 여자 절[女人拜]을 한 자리 나붓이 하셨다. 그 광경을 지켜보시던 남전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그렇게 이른다면 국사를 친견하러 갈 수 없네. 도로 돌아가세." 그러자 이 말 끝에 귀종 선사께서, "이 무슨 심보를 행하는고?"하고 한 마디 던지셨다. 참으로 귀종 선사는 불조(佛祖)를 능가하는 안목이 있다.

 알겠는가? 만약 알았다고 한다면, 이러한 차별삼매(差別三昧)를 바로 보는 명철(明徹)한 지혜의 눈을 갖추었는지, 선지식은 그 진위(眞僞)를 점검한다. 세상 사람들은 다 속일 수 있다 하더라도 불법정안(佛法正眼)을 갖춘 선지식은 속일래야 속일 수가 없다. 그 낙처(落處)를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입을 여는 순간에 바로 그 진위(眞僞)를 척척 가려내지 못한다면, 아직 정안(正眼)을 갖추지 못한 참학도중인(參學途中人)인 것이니, 마땅히 다시 참구해야 옳다. 그러면 남전 선사께서 귀종 마곡 선사의 답처(答處)를 보시고 혜충 국사를 친견하러 갈 수 없다고 하셨는데, 시회대중(時會大衆)은 남전 선사를 알겠는가?

(대중이 아무 말 없자 스스로 이르시기를)

 백주 대낮에 도적질을 하다가 도적의 몸이 드러나 간파(看破)당함이로다.

세 분의 도인들이 한가하게 사는 세계를 알겠는가?

상환상호귀거래(相喚相呼歸去來) 불각로습전신의(不覺露濕全身衣)

서로 부르고 부르며 오가다 전신이 이슬에 젖음을 깨닫지 못함이로다.

 하루는 마조 선사께서 편찮으셔서 원주(院主)가 아침에 문안(問安)을 드리며, "밤새 존후(尊候)가 어떠하십니까?"하니, 마조 선사께서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과거에 일면불(日面佛) 부처님과 월면불(月面佛) 부처님이 계셨다. “밤새 존후가 어떠하십니까?”하는데 왜 이 두 분 부처님 명호를 들먹이셨을까? 마조 선사의 이 '일면불 월면불(日面佛月面佛)'은 알기가 가장 어려운 고준(高峻)한 법문(法門)이다. 이 한 마디에는 마조 대선사의 전(全) 살림살이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마조 선사를 알고자 한다면 이 법문을 알아야만 한다. 역대의 선지식들께서도 이것에 대해 말씀하시기를, "'일면불 월면불', 이 공안(公安)을 바로 알아야만 일대사(一大事)를 마친다."고 하셨다. 산승(山僧)도 이 법문을 가지고 5년 동안이나 씨름했고, 중국 송나라 때 설두(雪竇) 선사께서도 다른 모든 법문에는 확연명백하셨으나 여기에 막혀 20년을 신고(辛苦)하셨던 법문이다.

 그러니 마조 살림의 진가(眞價)는 바로 ‘일면불 월면불’에 있다. 천하 도인이 다 마조 선사를 위대한 도인으로 평가하는 까닭이 이 법문에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고로 참학자(參學者)는 모름지기 이 법문에 확연명백해야 마조 선사의 살림살이를 바로 볼 수 있는 법이다.

 설두(雪竇) 선사께서 20년 만에 ‘일면불 월면불’을 깨쳐 게송(偈頌)하시기를,

일면불월면불(一面佛月面佛) 오제삼황시하물(五帝三皇是何物)

이십년래증신고(二十年來曾辛苦) 위군기하창룡굴(爲君幾下蒼龍窟)

굴감술(屈堪述)하노니, 명안납승(明眼納僧)도 막경홀(莫輕忽)하라.

일면불 월면불이여! 오제삼황이 이 무슨 물건인고.

20년간 신고함에 그대를 위해 몇 번이나 창룡굴에 내려갔던가.

간곡히 말하노니 눈 밝은 납승도 소홀히 하지 말라.

대중은 설두 선사를 알겠는가?

(한참 묵묵히 계시다가 이르시기를,)

일면불월면불(一面佛月面佛) 오제삼황시하물(五帝三皇是何物)

초출천성정액상(超出千聖頂額上) 천상인간능기기(天上人間能幾幾)

'일면불 월면불이여, 오제삼황이 이 무슨 물건인고'라고 하셨으니

설두는 일천 성인의 이마를 뛰어 넘음이라.천상과 인간에 이와 같은 안목을 갖춘 이가 몇몇이리오!

(주장자를 들어 법상을 한 번 치고 하좌(下座) 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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