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강신주 ‘무문관’ 뚫다
철학자 강신주 ‘무문관’ 뚫다
  • 조현성
  • 승인 2014.07.14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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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무문관>은 간화선 수행의 교과서라 불린다. 무문혜개(1183~1260) 스님이 선종에서 전해 내려오는 48개 화두를 정리한 모음집이다. 무문 스님은 48개 화두에 자신의 평어와 송을 달았다. 어떻게 해야 화두를 바르게 들어 그 핵심에 다가설 수 있는지를 간결하게 압축했다.

강신주는 강단을 벗어난 철학자로 불린다. 사랑과 자유를 갈망하며 동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강연과 저술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 왔다. 그가 <무문관>에 천착했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라는 책을 펴냈다.

불교는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 즉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긍정하는 사유체계이다. 선에서는 내가 주인(부처)가 되는데 방해가 된다면 부처마저 ‘마른 똥막대기’ 취급을 하라고 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선불교 정신만큼 인간의 자유와 힘을 긍정하는 사유가 어딨겠느냐고 한다. 무문관을 뚫는 여정 속에서 그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주인의 삶을 살고 있느냐”고. “절벽에서 계단이나 사다리에 의존해 절벽에 매달려 있을 것인지, 그 계단과 사다리를 걷어차고 스스로 설 것인지”도.

저자는 말한다.

“무언가에 의존한다는 것. 그건 우리가 그것에 좌지우지된다는 말입니다. 스스로 말하고, 행동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아무리 도움이 돼도 그것이 외적인 것이라면, 어느 순간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만 합니다. … ‘스스로!’ 계단과 사다리로 상징되는 일체의 외적인 것에 의존하지 않고 온몸으로 깨닫지 않는다면, 그건 깨달음일 수도 없는 법이니까요. 깨달음은 스스로 주인으로 삶을 영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무문관 48개 관문에서 어떤 외적 권위에도 휘둘리지 않는 자유와 함께 자신만 주인공 삶을 살아 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타자 역시 주인공의 삶을 살도록 돕는, 타자에 대한 사랑이라는 인문학의 강력한 정신을 발견한다. 바로 선불교의 자리이타 정신이다.

저자는 니체에게서 외적 권위와 가치평가에서 자유로운 ‘부처’의 모습을, 들뢰즈에게서 ‘본래면목’의 의미를, 사르트르에게서 ‘무아’를, 비트겐슈타인에게서 나가르주나를 읽어 냈다.

그러면서 저자는 <무문관> 48개 화두를 ‘우리의 성장을 기다리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강신주 지음┃도서출판 동녘┃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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