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찬호 시집 『지금이 바로 문득 당신이 그리운 때』 출간
[신간] 박찬호 시집 『지금이 바로 문득 당신이 그리운 때』 출간
  • 김백
  • 승인 2023.03.15 13: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뉴스렙] 박찬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지금이 바로 문득 당신이 그리운 때』가 출간됐다. 천년의시작에서 시작시인선 0461번으로 펴낸 이번 시집은 표제시를 비롯해 모두 64편을 담았다.

박찬호 시인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20년 월간 『시』 추천시인상과 2020년 계간 『미래시학』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시집으로 『꼭 온다고 했던 그날』이 있다.

해설을 쓴 이승하 시인은 "박찬호 시편의 화자는 '누군가를 영결하고 있다"며, “가족은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진다는 불변의 진리에 새삼 주목한다. 시의 화자는 유서를 세 통 쓰는데, 한 통은 아내에게, 한 통은 딸에게, 한 통은 아들에게 남기며 살아 있는 순간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먼 곳의 죽음을 호명한다"고 설파했다.

언제나 아프게 하는 것은 ‘나’의 죽음이 아닌, ‘사랑하는 너’와의 작별이다. 그래서 ‘죽음’은 ‘사랑하는 이’를 필연적으로 떠올리게 만든다. 이때의 ‘죽음’은 역설적으로 가장 뜨겁게 빛나는 ‘삶’이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는 ‘시인의 말’처럼 “기도 같고 고백 같고 기억 같고 구원 같은 것”이다. 시인이 아내에게 작별을 고하며 쓴 시는 ‘기억·고백·기억·구원 같은 것’의 압권이다. 빛나고 높고 별 같은 사랑의 동행에 따뜻해지고 외롭고 쓸쓸하고 필연의 담대한 이별에 저릿해진다.

날이 그래도 선선하고 하늘이 좀 더 높아 보이는, 정말 맑은 가을이었으면 좋겠어.

죽는 날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면 말이지. 그래 생각해 보면 그리 짧은 시간만은 아니었어.

당신에게 기대어 살았던 그 많은 날들에게 감사해. 지금 이 순간 가슴 깊이 켜켜이 쌓아 둔 복잡다단했던 지난날이 그리워.

당신은 모르겠지만 음…… 내게 남은 날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때는 오로지 당신을 생각하는 그때야.

그날이 얼마나 남아야 부족하지 않을까. 지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들 이 슬픔이 곧 별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은 빨리 눈물을 닦고 이제 서서히, 그리고 담대하게, 차분히 이 현실을 품어 안아야 한다는 얘기일 거야.

사실은, 꼭 별처럼 반짝이며 달처럼 은은하게 항상 당신을 비춰 주고 싶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못하고 당신에게 무심히 살았던 아픈 지난날에 미안해.

이제 그날이 곧 와. 그 다가온 그날을 미소로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라는 것은 그간 잊힌 많은 것들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했으면 해. 그리고 남겨진 모든 것이 또 지나간 어제와 다름없는 일상이라 생각했으면 해.

(하략) - 시 ‘유언1 – 아내에게’ 일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