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 방장 원각대종사 계묘년 동안거 결제법어
해인총림 방장 원각대종사 계묘년 동안거 결제법어
  • 김원행 기자
  • 승인 2023.11.27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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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拄杖子)를 세 번 치시고>

지도무난(至道無難)이요. 유혐간택(唯嫌揀擇)이니

단막증애(但莫憎愛)하면 통연명백(洞然明白)이로다.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음이요.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이니

미워하고 사랑함을 여의면 통연히 명백하리라.

신심명은 삼조 승찬스님이 지은 글입니다.

승찬대사는 수나라 양제 대업2년에 입적했습니다.

승찬대사는 대풍질(大風疾) 이라는 큰 병에 걸려 있었는데 오늘날의 문둥병입니다.

스님은 문둥병에 걸려 죽을 고생을 하다가 이조혜가대사(二祖慧可大師)를 찾아가 물었습니다.

“저는 문둥병을 앓고 있습니다. 화상께서는 저의 죄를 참회케 해 주십시오.”

“그대는 죄를 가져 오너라. 죄를 참회시켜 주리라.”

“죄를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죄는 모두 참회 되었느니라. 그대는 그저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에 의지해서 안주하라.”

“지금 화상(和尙)을 뵈옵고 승보(僧寶)는 알았으나 어떤 것을 불보(佛寶). 법보(法寶)라 합니까?”

“마음이 부처이며 마음이 법이니라. 법과 부처는 둘이 아니고 승보도 또한 그러하니 그대는 알겠는가?”

“오늘에야 비로소 죄의 성품은 마음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지 않음을 알았으며 마음이 그러하듯 불보와 법보도 둘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이에 혜가대사께서 그가 법기(法器)인줄 아시고 매우 기특하게 여겨 승찬 이라고 법명을 지어 주었습니다.

그해 3월18일 복광사(福光寺)에서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그로부터 병이 차츰 나아져서 2년 동안 혜가스님을 시봉하였습니다.

입적 하실 적에는 법회 하던 큰 나무 밑에서 합장한 채 서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신심명은 격외도리와 교리의 현묘한 이치를 다 갖추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위순상쟁(違順相爭)이 시위심병(是爲心病)이니. 불식현지(不識玄旨)하고 도로염정(徒勞念靜)이로다.

어긋남과 따름이 서로 다툼은 마음의 병이 되나니. 근본을 알지 못하고 공연히 생각만 고요히 하려고 하도다.

옛날 송나라 때 도겸스님 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한 때 대혜선사의 심부름으로 먼 곳을 다녀와야 할 일이 있었는데 공부에 지장이 있을까 싶어서 종원스님에 동행을 청해서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도중에 도겸스님이 공부에 열중한 나머지

“너무 너무 답답하다. 어떻게 깨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종원스님에게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종원스님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무엇이든지 너를 위해 도와주고 싶다. 그러나 여기에 다섯 가지만은 어떻게 할 수 없다. 이것은 네 자신 스스로 해야지 나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면 그 다섯 가지란 무엇이냐. 말해줄 수 없는가?” 이렇게 부탁을 받고 종원스님은 “예컨대 네가 배가 고프다든가 목이 마르다든가 할 때에는 아무리 내가 먹고 마시어도 너에게 소용이 없다. 먹고 마시는 것을 네 자신이 해야 한다. 그리고 대소변을 하기 위해 변소에 가고 싶을 때에도 내가 네 대신 대소변을 해줄 수 없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몸이다. 이것을 끌고 다니는 것은 네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너를 위해 걸어 줄 수는 없지 않느냐?” 이렇게 말하니 도겸스님은 한 줄기 광명이 마음에 점화되어 이른바 깨닫게 되었습니다.

원앙수출종군간(鴛鴦繡出從君看)이나. 막파금침도여인(莫把金針渡與人)이로구나.

원앙새 수놓은 것은 그대에게 보여 줄 수 있지만 원앙을 수놓은 금바늘은 그대에게 잡아서 줄 수가 없구나.

보화선사는 당나라 때 반산 보적스님의 제자입니다.

보화(普化)선사는 거리에서 요령을 흔들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차별로 오면 차별로써 치고 평등으로 오면 평등으로써 치고 사방팔방으로 오면 회오리바람처럼 치고(旋風) 허공으로 오면 도리깨로 타작하듯 친다. 연가타(連架打)”라고 했습니다.

이때 임제화상이 이 소문을 듣고 시자를 보내어 보화스님에게 “아무것도 아닌데서 올 때에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보화화상은 시자를 밀쳐버리고

“내일 대비원(大悲院)에서 재(齋)를 올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자가 돌아와서 보고하니 임제선사는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이전부터 그가 보통이 아닌 줄 알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보화선사는 행동이 걸림이 없고 활발발 했습니다.

부사의해탈력(不思議解脫力)이여. 묘용항사야무극(妙用恒沙也無極)이로다.

부사의 한 해탈의 힘이여. 묘한 작용 항하 모래와 같아 다함이 없도다.

하안거 해제 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삼동결제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너무 빠릅니다.

우리는 잘못하면 가치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부가 늦어지는 것은 시간 여유가 있거니 하고 항상 미루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도 할 수 있을 때 해야 됩니다.

모든 조사스님들도 옛날에는 모두 우리와 같은 범부였습니다.

그가 이미 장부요 나도 또한 장부거니 다만 하지 않을지언정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해인사 이 좋은 도량에서 이번 동안거 기간 애써 정진해서 공부를 성취하도록 합시다.

주인공의 삶을 살면 날마다 좋은 날입니다.

추행만국추무적(秋行萬國秋無跡)하고. 월만천강월불분(月滿千江月不分)이라.

가을 기운이 만방에 퍼져도 가을은 자취가 남아 있지 않으며. 달이 천개의 강에 잠겼는데도 하늘의 달은 나누어지지 않는구나.

<주장자(拄杖子)를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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