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 수좌 고령화 심각, 선방 문화도 바뀌었다③
출가자수 감소가 한국불교의 보루 선방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양사 운문선원 수좌 12명 가운데 가장 젊은 스님이 50대 중반인 것이 한 본보기이다. 특히, 신세대의 출가로 선방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수좌 출신 교구장인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내가 외호한 스님이 오도송을 울리는 훌륭한 스님이 되길 바란다"며 전폭적인 뒷바라지를 약속했다.
조계종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23일 기자들을 만나 "백양사는 수행이 제일 덕목인 도량"이라고 했다.
백양사는 조계종 초대종정 만암 스님(1876~1957)을 비롯해 석전 박한영 스님(1870~1948) 등 근대 한국불교를 이끌었던 선지식을 배출한 명문도량이다.
스님은 "경제가 우선인 시대이다보니 가난한 백양사는 사세가 약했다. 가난한 집안에 다툼이 없다고 백양사는 '수행만이 제일'이라는 조사스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정진해 왔다. 운문선원과 고불선원, 율원 등에서 많은 스님이 정진하고 있다"고 했다.
백양사의 가난한 절 살림은 수행과 노동을 함께 하는 '반농반선' 가풍이 됐다. 만암 스님은 더 나아가 시주에 의존 않는 사찰 자립경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으로 '반농반선'을 강조했다.
무공 스님은 "'반농반선' 정신은 <백장청규>의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일일부작 일일불식)와 맥을 같이 하는 백양사의 가풍"이라고 했다.
이어서 "요즘은 농사를 크게 짓지 않다보니 농사일보다 환경을 정비하는 등 대중 운력이 됐다. 구참도 빠지지 않고 대중 모두가 운력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무공 스님은 "백양사 근세 중창주인 만암 스님의 역사가 많이 잊혀졌다.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서 지금이라도 그 정신과 뜻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백양사는 만암 스님 평전 간행사업과 정례 학술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서옹 스님(1912~2003)의 참사람 정신은 행동으로서의 결사가 아니라 이 마음 자체가 항상 무위진인인, 늘 정진하는 마음으로 참사람이 되자는 정신을 이야기한 것이다. 백양사 대중이 행동으로 따지지 않아도 항상 근본적으로 수행하는데 있어서 참사람 정신은 늘 깃들어 있다"고 했다.
교구장인 무공 스님 역시 일생을 참선 정진에 매진한 수좌이다.
스님은 "평생 수좌로 수행하다가 교구장이 되어 지난 4년 무척 긴장하며 주지 소임을 살았다. 주지소임을 마치면 다시 선방에 앉아 화두나 챙기고 살고 싶었다. 원로 등 대중이 조금 더 수고하라고 해서 교구장 소임을 한 만기 더 앞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임기에는 수행가풍에 맞춰 청규를 정비하고, 만암 스님 선양사업 등에 힘쓰겠다"고 했다.
무공 스님은 "본사주지로서 수좌, 학인스님등 대중이 수행정진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뒷바라지 하는 것으로 원칙과 방침을 세우고 최선을 다해왔다"고 했다.
이어서 "내가 외호하는 스님이 잘 정진해서 훌륭한 스님이 되어 오도송이 울려퍼지고 온 도량에 참된 깨달음의 소리가 가득찬 해제일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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