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혼례식으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불자부부인 신랑 남형각(31세), 신부 조성형(32세) 씨가 13일 봉은사(주지 원명 스님) 보우당에서는 사찰식 전통혼례를 치렀다.
혼례식은 혼주 측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이뤄졌다. 혼례식은 40분 동안 열렸다. 양가 어머님의 불단 점화를 시작으로 향과 연등, 꽃으로 삼법공양, 화동들의 도량결계, 신랑신부입장, 삼귀의례, 주례법사의 고불문 봉독, 신랑신부 7송이 헌화, 혼인서약, 성혼선언, 신랑신부 발원문 봉독, 주례사, 봉은국악합주단의 축가, 사홍서원, 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했다. 양가 하객과 봉은사 대중 스님과 신도회 임원진 등 250여 명이 동참해 두 젊은 부부의 새로운 앞길을 축하했다.
주례법사인 원명 스님은 주례사를 통해 “인생 속 3가지의 큰 인연 중에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부부의 인연을 강조”하며, “자기 분수를 지키고 마음의 안정을 바탕으로 지혜로운 생활을 꾸려가길 축원”했다.
혼례식을 마친 신랑신부 역시 “봉은사에서 결혼하기를 너무 잘했다. 부처님 제자로서 주지스님의 말씀처럼 지혜롭게 살아가는 부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봉은사는 불자 가족인 양가 혼주와 신랑 신부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6년여 만에 다시 봉행한 혼례식을 여법하게 봉행하기 위해 한 달여 동안 준비해 만전을 기했다.
신부 측 어머님인 원각심 불자와 신부는 지난 3월 초 주지 스님 예방 자리에서 “봉은사 신도이기에 그리고 신랑신부가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봉은사에서 전통혼례로 치르고 평생 잊지못할 소중한 혼례식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신랑측 부모도 과거 사찰에서 결혼식을 올린 분들이다.”면서 요청을 드렸고 주지 원명 스님은 흔쾌히 혼례를 수락했다.
일반 예식장도 아닌 성당이나 교회도 아닌 사찰에서 혼례를 치르는 예는 극히 드문게 현실이어서 이번 봉은사 전통혼례식의 의미는 남다르다. 종교가 다른 부부가 아닌 같은 불자로서 마음을 모아 사찰에서 혼례를 치른다는 것이 요즘 조계종 차원의 대대적인 전법 포교에서도 소중한 의미로 여겨진다.
이번 결혼식에 동참한 신랑신부측의 젊은 하객들은 사찰에서 결혼식을 하는 부분에 처음에는 의아해 하였으나 막상 법당에 마련된 혼례식장 장엄과 식후 봉은사에서 사찰음식으로 공양한 것까지 너무나 소중하고 뜻깊은 경험이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