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 “3년 해도 안 되면 수행 관둬야”
백창우 “3년 해도 안 되면 수행 관둬야”
  • 조현성
  • 승인 2014.11.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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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깨달음이다’ 저자…“한국불교 ‘부모미생전’ 갖고는 안 돼”

“부처님은 6년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팔만대장경> 등을 통해 친절하게 답안까지 만들어 보였으니, 우리는 3년에는 수행을 끝내야 합니다.”

<이것이 깨달음이다> 저자 백창우 거사(사진)는 8일 서울 양재동 대적광명상센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백 거사는 인터넷카페 ‘대적광’(cafe.naver.com/tchut)에서 닉네님 ‘지여인'(지금여기있는 자의 약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지리산 대적광 명상센터에서는 직접 수행을 지도한다.

“깨달음은 권력 아니다”

인터넷 카페 대적광은 백 거사가 깨달음을 회향하기 위해 2006년 8월 만들었다. 2002년 1월 깨달음을 얻은 백 거사는 4년 동안 경전 등을 읽으며 자신의 깨달음을 점검하고 다졌다. 대적광 카페에서 그에게 직접 지도를 바라는 요구가 늘었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도반이 자신의 집을 명상센터로 흔쾌히 내주면서 대적광명상센터도 문을 열었다.   

백 거사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권력처럼 행사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며 “깨닫고 보림까지 마치고 나니 내가 고민했던 것들과 해결 방법 등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백 거사는 “수행을 시작한지 2년 만에 깨달았다”며 자신의 수행법을 ‘대충 열심히’라고 했다.

이어 “중도수행 하라는 부처님 말씀은 쾌락‧고에 관한 중도만이 아니다. 너무 열심히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깨달음을 향한 적당한 세기의 마음은 독서수행을 할 때 몰입하는 정도”라고 했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2년 만에 깨달음”

백 거사는 중년에 수행을 시작했다. 어릴 때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은 갖고 있었지만 학교 공부에 치이면서 잊고 지냈다. 20여 년의 공군 장교 생활을 마치고 1998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백 거사는 “40대 중반이 되니 죽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처럼 느껴졌다. 새로운 것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무 계획도 없었지만 명예전역 신청을 했다”고 했다. 그는 전역 후 1년을 할 일 없이 보내다 처남의 제안으로 가구 사업을 시작했다.

그 해 마음공부 하는 곳이 있다는 곳을 찾아 수행을 시작했다. 의심이 많던 그는 자신 만의 질문노트를 만들어 스승을 만날 때마다 하나씩 물었다.

스승에게 “당신은 깨달았습니까”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할 수 있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깨달음이 무엇이냐”고 하니 스승이 답했다. 백 거사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음에서는 답인 것 같았다”고 했다. (백 거사는 스승에게 누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의 스승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수행은 쉽고 간단했다. 한 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좌선은 오래하지 않았다. 스승에게 물으면 스승의 답으로 시작된 대화는 새벽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쉬운 공부 아니라는 선입견 있었지만”

백 거사는 “처음에는 마음공부가 쉬운 공부가 아니다. 특별한 사람만 깨닫는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깨닫기 어렵다면 힘들게 공부할 마음은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스승에게 물었다. “제 수준이라면 얼마나 공부하면 되겠습니까?” “1년이면 됩니다.”

백 거사는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다. 열심히 하라는 격려 차원의 말 같았다. 지나고 보니 스승의 말은 내게 ‘하면 된다’는 믿음을 줬다. 가장 큰 가르침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공부는 ‘하면 된다’는 믿음이 공부의 승패를 결정한다. 깨달아야 할 것이 마음이지만 (공부가) 안 될 것 같다하면 마음이 닫힌다. 무모할 만큼 자신감을 가져야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

“책 읽으니 말로는 다하겠던데”

스승이 말한 1년이 지났지만 백 거사는 여전히 앞이 캄캄했다. <선문촬요> <육조단경>을 읽었다. 스승이 권한 틱낫한 스님의 책도 봤지만 가슴 한켠의 답답함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백 거사는 “책을 읽고 나니 깨닫지는 못했어도 법문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것이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6개월이 지났고 나는 체념했다”고 했다.

같은 즈음, 함께 사업을 하던 처남이 말썽을 부렸다. 투자했는데 사업이 안 되니 백 거사는 갑갑했다. “이제 망했구나” 싶은 생각에 화도 났다.

백 거사는 그때 진정한 겸손이 무엇인지 배웠다고 했다. 길거리 풀빵 장사, 재래시장 나물파는 할머니가 대단해 보였다고 했다.

백 거사는 “그동안 가식으로 겸손했구나 하고 반성했다. 군생활 등 모범적으로 살아온 삶이었는데 사업은 규칙만 갖고는 되지 않았다. 사업은 안 되고 공부는 막히고 ‘나’는 완전히 죽어버렸다”고 했다.

“죽음도 포기할 만큼 다 놓고 나니”   

백 거사는 사업이 어렵게 되자 빚 독촉에 시달렸다. 처음에는 달라는 돈을 주지 못해 미안했다. 나중에는 양심도 사라지며 뻔뻔해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스스로 되돌아 봤다. 자신도 별 볼일 없는 인간이었다는 생각에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백 거사는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사라지고 나니 사는데 아무 의지가 없었다. 산송장과 같이 지냈다. 당시 안사람이 내 사주팔자를 보고 왔는데 죽은 사람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2002년 1월 17일, 술에서 깼을 때 무심코 책을 한권 집어 들었다. 틱낫한 스님의 <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였다. <반야심경>의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色卽是空空卽是色)’는 구절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백 거사는 “공이 비어있는 상태를 뜻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가르침이었다. 비어있다는 것은 곧 다른 것으로 채워진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원리를 주변의 모든 것에 대입해 보니 모두 이해가 됐다”고 했다.

백 거사는 “마음이 큰 희열로 가득 찼다.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가슴 벅찬 기쁨이 사라질까 싶어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잠을 자면 사라질까 두려워 2일 동안 잠자기를 거부했었다”고 했다. 졸음을 참지 못해 잠이 든 그였지만 잠에서 깬 뒤로도 느낌은 같았다.


“내 말 사람들 귀 기울이지 않아”

백 거사는 그로부터 반년을 혼자 법열 속에서 살았다. 먼 산을 바라보거나 혼자 산책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분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를 체득했다.

백 거사는 도반들에게 자신이 깨달음을 얻은 <첫사랑은 맨 처음 사랑이 아니다>를 선물했다. 자신처럼 깨닫기를 기다렸다. 반응이 없었다. 그들에게 직접 자신이 깨달은 공의 도리를 설명해 보기도 했다. 호응이 없었다.

고민 끝에 경전을 읽기 시작했다. 백 거사는 “경전마다 내가 깨달은 내용을 다양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4년 가까이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 살았다. (깨달은 지) 5년이 지나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백 거사는 인터넷 카페 대적광을 열고 법보시를 시작했다. 백 거사는 “선은 마음공부의 엑기스이지만 친절하지 않다. 혼자 공부하다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돕고 싶었다. 내가 공부했을 때를 떠올리며 문답 형식으로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했다.

백 거사는 “지금은 영성 시대이다. 잘못된 가르침을 펴는 곳만큼은 문 닫게 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인터넷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적광의 모토가 ‘바르고 건강한 깨달음’이다”고 했다.

“수행이 목적이어선 안 돼”

백 거사는 “깨달음이 아닌 수행이 목적이어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재가자들의 이 같은 모습을 바로 잡아주지 않는 스님들의 모습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것이 깨달음이다>는 백 거사의 두 번째 책이다. 2011년 <명쾌한 깨달음>이 첫 출간이다.

백 거사는 “<명쾌한 깨달음>이 실용서 트렌드에 분량을 맞춘 것과 달리 <이것이 깨달음이다>는 분량만으로는 나도 사보기 싫을 만큼 800페이지짜리이다. 그러나 이 책 한권이면 깨달음에 관한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깨달음이다>를 펴낸 까닭은 ‘읽다가 깨우치라’는 의미”라고 했다.

“깨달음 위해선 연기부터 바로 알아야”

백 거사는 “만물은 원인‧조건으로 말미암아 형성된 연기적 존재이다. 연기를 모르고 공 개념부터 접하면 사상누각이 된다. 연기만 알아서는 일체 환이라는 공병(空病) 빠지고 만다. 연기를 알고 공을 알아야 <금강경>에서 말한 환과 몽을 알고 무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백 거사는 “대승불교는 석가모니 가르침의 결정체인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스님들이 공부를 많이 해서 두루두루 알아야 제대로 포교를 할 수 있다. ‘부모미생전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만 갖고는 안 된다”고 했다.

백 거사는 “깨닫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깨닫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고 있는 본성”이라고 했다. 개인이 문학‧예술 등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깨달음을 향한 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백 거사는 “깨닫고 나니 예전에는 관심 없던 그림도 작가의 의도를 읽고 이해할 수 있고, 싫어하던 클래식 음악도 내 본성을 두들기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얽매여 있으면 깨닫지 못해”

백 거사는 “스님들은 계율에 매여 있어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스님도 사람인데 욕구를 억누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면에서 재가자가 출가자보다 깨닫기 위한 환경이 좋다”고도 했다. 그는 이를 아이들이 어릴 때 장난감을 실컷 갖고 놀아야 미련을 갖지 않는 것에 비유했다.

백 거사는 “깨닫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소비한다. 그러다보니 죽어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깨닫는 데 평생을 소비해서는 안된다. 하루라도 빨리 깨달아야 활발발하게 살 수 있다. 속히 깨달아 깨달음을 실천하는데 (수행하는 것보다) 더 큰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백 거사는 “그동안 깨달음은 스님들이 가진 또 하나의 벼슬이었다. 재가자들이 깨달음을 얻어 깨달음을 대

중화시켜야 한다. 재가자들이 더 많이 깨달아 CEO, 장관, 대통령 등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불국토 건설이 앞당겨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3년 안에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인터뷰는 재가자도 사부대중의 일원으로서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부처님 말씀을 증명하고자 기획됐다.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재가자  수행을 장려한다는 취지에서 독자 제위의 넓은 혜량을 바란다. <편집자 주>

이것이 깨달음이다┃백창우 지음┃김영사┃2만8000원

[기사제보 cet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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