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방장 불신임을 이끈 해인사 주지 혜일 스님의 사퇴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방장 원각 스님이 주지 혜일 스님에게 함께 사퇴하자고 했다. 임기를 마치는 방장스님의 이같은 제안을 절반 넘게 임기를 남겨둔 주지스님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은 31일 '해인총림의 안정과 여법한 산중총회를 위한 입장'을 발표했다.
원각 스님은 "불조를 우러러볼 면목이 없다. 그간 해인사와 인연한 수행자들에게도 참담한 심정임을 밝힌다. 해인총림이 내분에 휩싸이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변질된 것은 산승의 허물이자 부덕함"이라고 했다.
이어서 "방장임기를 불과 6여 개월 남은 시점에 교구종회는 방장의 좌복에 대추(大錐)를 박았다. 이 또한 나의 부덕함이며 주지의 우치에 기인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스님은 "한편에서는 산중총회를 서두르고 다른 쪽에서는 주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지금 방장으로서 책임을 하겠다"며 주지와의 동반 사퇴를 제안했다.
총림의 실권자라 할 수 있는 방장과 주지를 모두 비워둔 채 산중총회를 진행해 새 방장스님을 추대하고, 이후 방장스님이 새 주지를 추천하자는 게 방장 원각 스님의 제안이다.
앞선 29일 해인사 안정과 해인총림 수호를 위한 산중 원로중진 특별대책위원회(선용, 혜문, 원학, 원택, 종림, 여연, 원타, 종본, 반야, 대오, 경성, 도현 스님)는 다음달 10일 오후 2시 해인사 보경당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사실상 주지 혜일 스님의 사퇴를 촉구하는 무력시위다.
원로중진 등의 움직임에도 주지 혜일 스님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혜일 스님은 지난 23일 원로중진스님들과 면담에서도 팔짱을 낀 채 실소를 흘려 스님들의 원성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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