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 스님의 홍류동 계곡 보물찾기
종현 스님의 홍류동 계곡 보물찾기
  • 조현성
  • 승인 2015.06.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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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찾은 석각 이야기 풀어 담은 '보장천추'

‘대방광불화엄경’
  해인삼매는 바다에 바람과 파도가 멈출 때 삼라만상이 드러나는 경지를 뜻한다. 홍류동 계곡에도 해인삼매를 그려내는 바위가 있다. 구선암 아래쪽 물속의 평평한 바위에 있다. 물속에 있기 때문에 물살이 세다든지 수량이 많거나 탁할 경우, 석각이 드러나지 않는다. 물살이 잔잔해지고 맑은 물일 때에야 수중 바위에 새겨진 석명이 드러난다.
  각자刻者가 이를 의도하고 제작했다면 대단한 기획자요, …(중략) 요즘시대에도 감히 생각하기 힘든 석각 중의 최고의 기획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홍류동 암각명 중에 최고작이라 할만하다….

홍류동 계곡은 가야산 해인사의 바위가 만든 길을 따라 흐른다. 바위 곳곳에는 한문으로 새겨진 글들이 있다. 해인사의 한 산승이 홍류동 계곡의 석각을 3년 동안 파헤쳤다. 월간 <해인> 편집장을 지낸 종현 스님이다.

스님은 홍류동 석각문에 담긴 이야기를 한데 묶어 처음으로 세상에 내어놓았다. <보장천추寶藏千秋-비밀의 계곡>이다.스님이 홍류동 석각문 조사는 해인사 초대 주지였던 환경 스님이 새겼다는 석각이 계기가 됐다. 석각의 흔적을 쫒던 스님은 불명호와 개인 이름까지 범위를 넓혔다. 그러다 선비 이호윤이 쓴 <유가야기>의 “조정 인물의 반이 이곳에 있다(此所謂石面半朝廷者)”라는 문구를 접하고는 본격적으로 홍류동 석각 조사를 시작했다.

홍류동은 가야산 해인사와 함께 옛부터 성지였다. 유교, 도교, 불교에 뛰어났던 대학자인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의 역사와 전설이 남아 있는 곳이 홍류동이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선비들은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더불어 생에 꼭 한번은 참배해야하는 성지로 홍류동을 꼽았다. 그리고 홍류동에 자신들이 다녀간 자취와 흔적을 방명록처럼 고스란히 돌에 새겼다.

홍류동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긴 석각은 1600~1900년대로 집중된다. 청빈한 삶을 살았던 선비들을 비롯해 전국 지도를 만들기 위해 팔도를 뛰어다닌 정항령, 조선시대 화사들, 대구 칠성동 전설을 만들어낸 이태영 관찰사, 고구마를 최초로 들여온 조엄 관찰사 등 많은 인물이 이곳에 기록을 남겼다.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 운동가나 친일의 행적을 보인 이들도 있다.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인 조선시대 기녀들의 이름도 있다.

종현 스님은 “사람은 죽어야 이름과 기록을 남기지만 홍류동 반석 위에 새겨진 이름들은 생전에 방문하거나 부모나 후손에 의해서 기록되고 석각된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동 김씨, 전주 이씨, 풍양 조씨, 반남 박씨, 여흥 민씨, 파평 윤씨, 의령 남씨, 달성 서씨 등 홍류동 계곡에 새겨진 다양한 성씨의 이름들 또한 우리나라 역사를 이끌어간 우리의 선대조상이며 팔만대장경을 지키고 보전하려 애썼던 흔적과 자취이기도 하다”고 했다.

책에는 최치원의 둔세시와 월간<해인>을 통해 처음 소개하는 그의 차운시 석각문이 담겼다. 차운시는 칠언절구의 1행,2행,4행의 마지막 한자음을 맞추는 것으로, 고운 최치원을 흠모하며 그의 둔세시를 차운한 것이다.


광분첩석후중만 狂奔疊石吼重巒   미친 물 바위치며 산을 울리어
인어난분지척간 人語難分咫尺間   지척에서 하는 말도 분간 못하네
상공시비성도이 常恐是非聲到耳   행여나 세상 시비 귀에 들릴까
고교유수진농산 故敎流水盡籠山   흐르는 물을 시켜 산을 감쌌네

위의 고운 최치원의 둔세시를 차운한 다음의 시는 옛 문헌이나 학계에 한 번도 소개된 적이 없다. 종현 스님이 월간 <해인>의 ‘보장천추’에서 처음으로 소개했다.

권연염삭협경만 圈然炎削夾璚巒    깎아지른 산등선을 끼고
백도유천사양간 百道流泉瀉兩間    여기저기 흐른 물이 한골짜기로 쏟아진다
욕축고운반부득 欲逐孤雲攀不得    고운(최치원)을 따라잡고 싶어도 여의치 않으니
유공도처창공산 流筇到處悵空山    지팡이 닿는 곳마다 텅 빈 산이 서글프다
-불처지공생희 不肖子工生羲 

보장천추┃글‧사진 종현┃해인사출판부┃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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