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지킨 성철 스님과의 약속
23년 만에 지킨 성철 스님과의 약속
  • 조현성
  • 승인 2015.07.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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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문 여는 지도리 ‘명추회요’

“영명연수 선사는 법안종 3세로 존숭 받는 스님이고, <종경록>은 어려운 책이다. 그러니 <명추회요>라도 번역해서 세상에 유포하면 후학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제. 제대로 번역이 될지 모르겠다. <오등회원>은 남송 시대 사대부들 서가에 꼭 꽂혀 있던 전등서인데, 힘들여 번역한다 해도 우리 시대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선림고경총서> 발간 과정에서 성철 스님(1912~1993)이 상좌 원택 스님에게 열반하던 해인 1993년에 전한 말이다.

원택 스님(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은 성철 스님의 말에 번역 작업을 시작해 <명추회요>를 한글로 펴냈다. 23년 만이다.

▲ 왼쪽부터 박인석 교수, 원택 스님, 선암 스님, 대진 스님

스님은 “성철 스님이 생전에 펴낸 총37권의 <선림고경총서> 시리즈 가운데 2집으로 발간된 <명추회요>에 이어 <오등회원> 등 다수의 선서들을 번역‧출간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명추회요>는 마음공부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종경록>의 핵심을 담은 선서이다. <명추회요>는 영명연수(904~975) 선사가 지은 <종경록> 100권을 회당조심(1025~1100), 영원유청(?~1115) 선사가 요지를 추려 상 중 하 3권으로 펴낸 촬요본이다.

<명추회요>는 <종경록> 100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마음을 둘러싼 다양한 ‘질문·대답·인증의 묶음’들을 모두 인용하거나, 대답이나 인증만을 인용하기도 하지만, 내용은 대부분 마음(혹은 일심)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들로 이뤄져 있다.

‘명추(冥樞)’는 ‘그윽한 지도리’는 ‘마음’을 가리키는 말로, 책이 <심경록>이라고도 불리는 <종경록>에 나오는 마음을 둘러싼 여러 논의들의 요지를 모은 책인 것을 알려준다.

성철 스님은 <선문정로>에서 “<종경록> 100권은 종문(宗門)의 지침(指針)으로 용수(龍樹) 이래의 최대 저술로써 찬앙된다”고 했다. <명추회요>를 펴낸 회당조심에 대해서는 “회당은 역시 임제정전(臨濟正傳)인 황룡파(黃龍派)의 개조(開祖) 혜남 선사(慧南 禪師)의 상수제자(上首弟子)로서 불조(佛祖)의 정맥(正脈)으로 천하가 추앙한 바이다”라고 평가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 번역한 <명추회요>는 일본 가경(嘉慶) 원년(1387) 간행된 판본을 저본으로 삼고, 중국 종교문화출판사가 출판한 <영명연수 선사 전서 상, 중, 하>를 참고해 작업했다.

번역‧윤문‧교열 등을 고전번역원 출신 선암‧대진 스님이 진행했다. <명추회요> 서두의 해제는 박인석 교수(동국대 불교학술원)가 썼다.

선암 스님은 “번역하는데 어려움이 컸던 ‘인용문과 인용문 속의 인용문장에 대한 인용부호와 표점’을 고전번역원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고 했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은 “역경 불사는 역경가와 시간과 재정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어서 어느 한 곳의 암자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계종 종단이나 동국대에서 체계적으로 이뤄가야 할 장기적 사업”이라고 했다.

스님은 “부처님 말씀을 한글로 잘 번역해 온 세대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번역불사야말로 불교 발전을 위한 백년대계의 불사이다”라고 했다.

명추회요┃회당조심 엮음┃벽해원택 감역┃장경각┃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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