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 공부 않는데 살 수가 있나”
“스님들 공부 않는데 살 수가 있나”
  • 조현성
  • 승인 2015.07.2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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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교림, ‘화엄경합론’ 한정판 100질 끝으로 폐업

“스님들이 공부를 안 해서 책을 안 보는데 출판사가 무슨 수로 버팁니까? 이제 문 닫을 랍니다. 소회요? 그런 거 없어요.”

1979년 승가교육에 힘썼던 탄허 스님(1913~1983)의 뜻을 받들어 서우담 대표(83ㆍ사진)가 설립‧운영해온 ‘도서출판 교림’이 40년 만에 문을 닫는다.

도서출판 교림은 보련각, 홍법원, 불서보급사 등과 함께 불교출판의 효시로 불교계를 견인해 왔다. 교림은 지금까지 <초발심자경문> <능엄경> <금강경> <원각경> <기신론> <주역선해> <도덕경> 등 26종 58권의 책을 만들었다. 용성 스님의 <귀원정종>과 각성 스님의 <능엄경>을 빼고는 모두 탄허 스님의 저술이다.

서우담 대표는 21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엄경합론> 23권 한정판 100질을 금장 최고급 제본으로 제작했다. 교림의 마지막 책이다”라고 했다.

<화엄경합론>은 탄허 스님이 1956년부터 10년 동안 200자 원고지 6만2500장 분량을 저술한 역작이다. 먹고 살기 어려울 당시, 탄허 스님은 글을 쓰다가 잉크와 원고지가 없어 쉬는 때도 있었다. 오직 한국불교와 승가교육을 생각하며 회향한 대작불사이다.

승가교육 체계 바뀌어 한문 경시

서 대표는 “전통강원의 교과목인 <치문> <사집> <사교> <대교>는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추려 모은 것이다. 탄허 스님은 강원을 안가고도 공부할 수 있도록 이들 과목의 교재를 저술했다. 교림이 탄생한 배경이다”라고 했다.

서 대표는 “조계종이 승가교육을 개편하면서 탄허 스님이 저술한 교재활용이 안 된다. <화엄경> 등 스님이 심혈을 기울인 저술들은 팔린 책보다 복사본이 더 많이 유통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탄허 스님이 ‘조계종은 무식을 종(宗)으로 삼은 종단이다’라더니 요즘 보니 정말 그렇다. 재가자들이 스님들보다 책을 더 많이 사간다. 최근 들어 더 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처 불[佛]자를 파헤쳐 보면 ‘스님은 사람이 아니다’다. 글자 대로다”라고 했다.

서 대표는 “부처님 30년 복력으로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 아니냐. 스님들이 공부 하지 않아도 불상 모시고 목탁 치면 밥 먹고 사는 세상이다. 스님들이 제발 공부 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교 저문다”…천년 생각하고 책 제작

공자는 자신이 쓴 칠서를 살던 집 벽에 감춰뒀다. 후손이 집수리를 하다 책을 찾았다. 그 사이 세상에서는 분서갱유로 공자의 저술이 모두 사라진 뒤였다.

서 대표는 “<도서>를 보면 불교는 300년, 700년 등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불교계를 보니 긴 암흑기가 올 것 같다. 해가 저무는데 밤이 얼마나 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서 대표는 “공자의 심정으로 <화엄경합론> 한정판을 만들었다. 제작비가 비싸도 좀이 슬지 않게 금칠도 했다. 100질을 유통시키면 적어도 1~2질은 어딘가 남아 1000년을 버틸 것 아니냐”고 했다.

서 대표는 “탄허 스님은 원뜻이 전달되지 않는 의역을 경계했다. 탄허 스님은 <화엄경합론> 등 저술마다 원뜻을 쉽게 알 수 있게 토를 달아놓았다. 내가 만든 책을 통해 후학이 원본을 왜곡하지 않는 바른 의역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화엄경합론 전23권 한질 161만원, 보급가 150만원. 100질 한정 (02)733-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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