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세력 안주에 슬펐던 세종의 선택
혁명세력 안주에 슬펐던 세종의 선택
  • 조현성
  • 승인 2015.08.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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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희의 ‘왜 세종은 불교 책을 읽었을까’

조선 세종(1397~1450)은 열린사회를 꿈꾸던 이단이었다. 열린사회를 위해 세종은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우리글로 부처님 가르침을 옮겼고, 이를 책으로 펴내 백성의 의식을 깨우고자 했다.

세종은 둘째 아들 세조(1417~1468) 등 자식들과 불서를 읽고 우리말로 옮기며 이야기 나누기를 즐겼다. 왕실의 불교 책 읽기는 대를 이었다. 둘째 아들이던 세조는 ‘간경도감’을 설치해 불교 책 편찬에 힘썼고, 증손자 성종은 언해불전을 펴냈다. 유교에 바탕을 둔 나라 조선에서 세종이 불교 책을 탐독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불전의 전산화를 위해 노력해 온 오윤희 선생(前 고려대장경연구소장)이 저서 <왜 세종은 불교 책을 읽었을까>에 그 해답을 담았다. 오 선생은 18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유학자에게 불교 제대로 알리려

오 선생은 “불전의 전산화를 위해 문헌 구조를 알고자 11종의 언해불전을 봤다. 원문에 우리말 번역‧주석까지 단 편집 형식에 감탄했다”고 했다. 이어 “언해불전이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은 편집 형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오 선생은 “세종이 언해불전을 만든 것은 유학자들에게 불교를 바로 알리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세종은 이중적인 것을 용납하지 않는 성품을 갖고 있었다. 조선을 건국한 성리학자들에게 불만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혁명세력이 세습되고 안주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해불전에는 조선시대 지적‧사상적 지형에 대한 단서가 담겨 있다. 언해불전에 담긴 문헌들은 한국불교 정체성을 대변하는 책들이다”고 했다.

오 선생은 “당시 성리학자들도 기복을 위해 절을 찾았다. 세종은 불교에 대해 표리부동했던 성리학자들을 경계했다. 언해불전을 통해 어린 백성이 계몽되길 바랬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부처님 가르침처럼 백성에게 기회의 평등을 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선조들의 우리말 바꾸기 놀라워

오 선생은 “선조들은 가르침의 본질인 교체(敎體)를 (가르침이 아닌) ‘가르치는~’으로 번역했다. 동사로 번역한 것에 놀라웠다”고 했다. 이어 “소쉬르의 언어이론을 본보기로 들자면 기호 기표 기의 등 추상어들은 학술용어에 머물고 있다. 언어불전에서 선조들은 추상어를 동사로 번역해 냈다”고 했다.

오 선생은 “소리의 굴곡에 의미의 굴곡을 담은 것이 불교 소통의 시작이다. 시대를 사는 우리보다 선조들은 우리말 쓰임새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본보기이다”라고 했다.

오 선생은 <왜 세종은 불교 책을 읽었을까>를 시작으로 언해불전의 대중화를 위한 저술 작업을 이어간다. 언해불전 가운데 <능엄경> <원각경>과 데카르트 논쟁의 결론이 비슷해도 각각 무아와 존재한다로 귀결된다는 내용을 담은 2권과, 세종이 두 아들과 읽고 번역했던 <증도가남명계송>을 (가칭)<세종과 함께 읽는 증도가>로 펴낼 계획이다.

봉선사 추천도서로…흥국사 탱화는 10월 공개

배석한 선우 스님(봉선사 총무국장)은 “언해는 소통하자는 말이다. 부처는 근본을 뜻한다. 봉선사는 대강백 운허 스님이 우리말 경전 번역에 힘썼다. 언해불전은 함허‧신미 스님 등 당대 엘리트가 주도한 소통 프로그램이었다”고 했다.

스님은 “봉선사 문도들은 함허-운허 스님에 이어지는 전통을 계승하는데 관심이 많다. 오윤희 선생의 <왜 세종은 불교 책을 읽었을까?>를 교구 추천도서로 선정하려 한다”고 했다.

한편, 스님은 “봉선사 수장고에 있는 흥국사 탱화는 오는 10월 이운법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다음달 새 주지가 선출되면 차기 집행부에서 이운법회를 주관한다”고 했다.

왜 세종은 불교 책을 읽었을까┃오윤희 지음┃불광출판사┃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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