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화쟁? 이 책 읽고 스스로 가름하길”
백기완 “화쟁? 이 책 읽고 스스로 가름하길”
  • 조현성
  • 승인 2016.01.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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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흠 교수의 ‘원효와 마르스크스의 대화’

이도흠 교수가 최근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를 펴냈다.

책은 지난 2000년 조계종이 발간하는 <법회와 설법>에 연재했던 것을 15년 동안 다듬은 것이다. 저자는 “책으로 꾸려내는데 15년이 걸렸다. 대신 진지하게 공부하고 정직하게 묻고 답하면서 한 글자, 한 문장을 온 몸과 마음으로 썼다. 지극히 암울한 상황에서 희망의 지평을 여는 데, 한국의 진보운동이 이론적으로 성찰하는 데, 억압받고 소외받는 이들이 좀 더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데 미천하나마 조금이라도 도움을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고 했다.

다음은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의 추천사 전문.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갓 꾸린(가본) 글묵(책)을 손에 든 때는 매우 무더운 한낮, 나는 단 한 장도 들추질 못하고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어야만 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그릇됨을 논리적으로 깨우치고 그 끝장을 매듭질 알기(주체)를 그 누구보다도 또렷이 매기면서 자본주의 다음의 벗나래(세상)를 이론적으로 빚기까지 한 사람, 따라서 단 한치도 남의 바람을 타지 않을 그런 사상가다.

여기에 원효는 누구던가. 사람이 무엇인가를 나름의 불성으로 깨우친 사람일 뿐만 아니라 그 불성을 종교적 벽장 속에서 끄집어내 사람의 끝없는 변혁· 발전에서 얻으려고 한 사상가다.

더구나 이 두 사상가는 천년이라는 때새(시차)를 두고 있는데 그들을 쉽사리 마주앉게 할 수가 있는 것일까. 더듬는 시간이 한동안 흘렀다. 하지만 막상 글묵을 펴보자 내 눈이 이들 글귀 하나하나에 곧바로 붙박혀 떨어지질 않았다. 그때 나는 어쩌다 내 다리가 부러져 그 무더운 한여름에도 춥고 떨려 이불을 뒤집어쓰고 병원에 누워 있었지만서도 글묵을 들추면서 한 서너 번 감탄의 혀를 찼다.

첫째, 이것은 ‘말뜸’이다라고 혀를 찼다. ‘말뜸’이라니 무슨 말일까. 말을 하되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하는 말, 다시 말해 문제의 제기요, 문제의 해결이라는 뜻이다. 이 글묵을 지은 이도흠 교수는 용감하게도 서로 엇갈리는 두 사상가를 오늘의 신자유주의의 범죄와 죄악, 부패와 타락의 가파른 바투(현장)로 끄집어내 서슴없이 마주앉게 했다. 이것만으로도 이 글묵은 오늘의 그 어떤 기회주의, 그 어떤 왜곡과 날조를 갈라칠 ‘말뜸’이라고 혀를 차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이것은 ‘길내’(과학)라고 무릎을 쳤다. 둘이서 마주앉은 것뿐인데 그것이 어째서 갈마(역사)의 된깔(본질)을 이르는 낱말 ‘길내’라는 것일까. 이 교수는 두 사상가를 마주 앉히되 둘이 걸치고 있는 모든 것, 사상과 이론뿐이랴, 권위와 명예, 품새까지를 홀랑 벗겨 오늘의 신자유주의의 폭학과 만행, 반인류, 반문명, 반누룸(자연)적 죄악과 소름에 정면으로 부대끼게 했다고 보여 졌던 것이다. 바로 그것이 ‘길내’의 샘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한마디만 더 하면 이 글묵은 참으로 무엇일까. 나는 ‘한내’다 라고 혀를 찼었음을 털어놓고자 한다. ‘한내’라니 무슨 말일까. 일꾼들의 몸에서 배어나오는 땀 한 방울, 피 한 방울, 그리고 눈물 한 방울이 모여서 큰 흘떼(강)를 일구는 것을 일러 ‘한내’라고도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우주를 일러 ‘한내’라고 하는 것이다. 모진 일로 땀과 피와 눈물을 흘려보면 이 땅의 쓸 것들은 모두 땀의 열매 아닌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우주도 땀으로 빚어지는 것이라고 깨우쳤던 것이다.

어째서 한줌의 글묵이 어마어마하게도 우주를 이르는 ‘한내’란 말일까. 이 글묵의 중심, 두 사람의 사상 및 그 이론과 실천이 제아무리 위대한 것 같아도 무지땀을 흘리는 일꾼들로 보면 인류의 갈마(역사) 45억년 동안 사람들이 숱하게 흘려온 땀과 피눈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닐까. 아… 어즈버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번쯤 읽어 보시고 스스로 가름을 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이도흠 지음┃자음과모음┃3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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