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왕국 황금사원엔 머리 잘린 불상들만
‘불멸‘의 왕국 황금사원엔 머리 잘린 불상들만
  • 휴심정 이길우
  • 승인 2016.03.01 0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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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아유타야 폐허같은 불교 유적
버마와 끊임 없는 전쟁 끝에 400년 역사 막내려
조선과도 교역…임란 때 명에 조선 원조 제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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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의 머리가 없다. 그나마 남아있는 몸체도 처참하게 파괴됐다. 마치 내장을 드러낸 주검처럼, 해체된 불상은 내리쬐는 햇살 아래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팔뚝이 사라진 손목은 상체가 모두 없어진 불상의 허벅지에 간신히 붙어 있다. 사원이 아니라 공포 영화를 찍는 세트장 같다. 파괴된 것은 불상만이 아니다. 황금으로 외부가 장식됐던 사탑은 모두 황금이 뜯겨나가 흉물스럽게 속살을 들어낸 채 서있다.
 불교 왕국인 타이에는 철저히 파괴된 불교 유적이 있다. 방콕에서 북쪽으로 64㎞ 지점에 있는 아유타야는 1350년부터 400여 년간 아유타야 왕조의 수도로 발전했다가 1767년 버마(미얀마)의 침략으로 파괴된 불교 유적지이다. 타이 역사상 가장 수명이 길었던 왕조답게 왕궁 3곳, 사원 375곳, 요새 29곳, 대문이 94개가 있으나 방콕으로 수도가 옮겨가면서 일부 유적만 남아있다. ‘아유타야’는 ‘불멸’의 뜻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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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유타야는 짜오프라야강 중류에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섬이다. 농업 생산력이 높고 강을 따라 바다로 통하기도 쉬워서 경제가 발전했다. 아유타야 왕조는 흔히 아유타야 왕국으로 불린다. 왕조라 하지 않고 왕국이라 하는 것은, 이 나라의 역사 속에서 두세 번의 찬탈이 있었으나 수도를 옮기거나 정치 체제가 바뀌거나 사회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유타야의 경제적 기반은 농업이었고, 짜오프라야강 유역의 쌀 생산은 국부의 원천이었다. 그래서 짜오프라야강 유역의 개발과 경작을 위한 인력 공급은 아유타야 왕실의 큰 관심사였다. 아유타야 왕국이 존속했던 기간 동안 발생했던 버마와의 크고 작은 전쟁은 인력 쟁탈전이었으며, 특히 ‘몬족 빼앗기’는 치열했다. 아유타야가 승리하는 경우 버마 동남부의 몬족들은 끌려가서 짜오프라야강 유역에 식민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아유타야 내 몬족들이 버마 지역으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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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 교역을 활발하게 펼친 아유타야는 아시아의 동쪽 한자 문화권인 일본, 조선, 중국과의 교류가 두드러졌다. 고려 말과 조선 초에 아유타야로부터 상인들이 왔고, 고려와 조선의 사절이 아유타야로 파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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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유타야의 안정은 16세기 초 버마에 뚱구 왕조가 들어서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유타야 왕실이 소유한 흰 코끼리를 버마가 요구했고, 그 요구를 거부한 것이 원인이 돼 시작된 전쟁이다. 흰 코끼리가 부처의 화신인 성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버마는 치앙마이 방면으로 나아가 남하하여 아유타야를 침공했고, 아유타야는 항복했다. 짜끄라팟 왕을 비롯한 아유타야의 백성들이 버마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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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와의 전쟁 동안 나레수언이라는 영웅이 탄생했다. 한때 버마에 볼모로 잡혀 있었던 적도 있었던 나레수언은 버마에 항거하며 캄보디아의 도전을 물리치기도 하며 아유타야를 재건하는 듯 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 조선을 도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18세기 들어 다시 버마와의 사활을 건 전쟁이 시작됐고, 18세기 중반에 꼰바웅 왕조라는 강력한 권력이 출현한 버마에 아유타야는 완전히 정복됐다. 찬란했던 황금빛 왕국이었던 아유타야는 버마의 침략 흔적을 그대로 남긴 채 관광자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금도 타이인들은 미얀마에 대해 민족적인 감정이 매우 나쁘다고 한다.

*이 글은 휴심정과의 제휴에 의해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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