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남 괴롭히지 말어”
“어떻게 살아야?...남 괴롭히지 말어”
  • 조현성
  • 승인 2016.04.29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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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스님 ‘어떻게 살 것인가’…“지도자는 겸손하고 너그러워야”
▲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 (불교닷컴 자료사진)

“누구에게나 자유의 가치가 소중하다. 그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도 하고 전쟁도 한다. 남을 힘들게 하지 않는 것이 복 짓는 일이고 잘사는 거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 스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출간됐다. 책에서 스님은 수덕사 정혜사 해인사 등에서 함께 수행했던 선사들과의 에피소드, 수행의 길에서 겪은 경험담, 우리 사회와 승가가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박원자 작가와의 대담 형식으로 밝혔다.

“나는 아직 완전하지 않아”

스님은 “나는 아직 완전한 사람이 아니다.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아무 장애가 없는 자유자재한 상태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느끼고 있다. 구경의 경지인 해탈이나 열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스님은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편하고 감각적인 것을 추구한다.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이고 나태한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중생은 오욕을 내 것이라 생각하고 집착하고 있다”고 했다.

스님은 “오욕은 재물과 명예, 이성간의 사랑, 먹는 것, 잠자는 것에 대한 욕구이다. 이런 오욕으로 꽉 채워진 나는 진정한 나가 아니다”고 했다.

“부처와 난 수직 아닌 수평 관계 ”

스님은 “자유롭다 자유롭지 않다는 말도 주관적인 느낌이다. 탁한 중생의 눈으로 보이까 세상이 힘들고 슬픈 것이지 깨친 맑은 마음으로 보면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 화장세계, 깨친 사람들의 세계는 누가 주어서 받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깨침은 부처님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나와 부처와 마음이 하나이다.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이다”고 했다.

스님은 “대부분 사람은 진리의 몸[법신]을 사용하지 못하고 육신과 업신 만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업신이 있는 한 윤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수행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법신이 갖는 무한대의 능력을 쓰고 살아가는 것에 있다”고 했다.

“좋은 성격 가지려 노력하라”

스님은 “어떤 공부를 하든 어떤 종교를 갖든 좋은 성격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곧 수행이다”고 했다.

스님은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대인 관계가 원만한 사람 ▷자신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사람 ▷자기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사는 사람으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편협하거나 남을 의심하고 교만한 성격, 욕심이 너무 많고 부정적이고 시기 질투 분노가 나쁜 성격이다. 성격이 좋지 않으면 나도 불행하지만 남도 힘들게 한다”고 했다.

“욕망을 원력으로 승화해야”

스님은 “나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 건강 편리를 위해서 돈을 벌고 명예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욕망을 원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 원력의 덩어리가 커지고 넓어지면 내 마음도 편해지고 당당해진다”고 했다.

스님은 “아무리 수행을 해도 번뇌가 바글바글 끓으면 안 된다. 참선한다는 것은 잘못된 견해를 자르는 것이다. 화두를 들어서 번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꽉 잘라 버리는 거다. 화두는 사방에서 몰려 들어오는 탁한 기운을 쳐 내는 방편이다”고 했다.

스님은 “계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인과 법칙은 우주의 정확한 파장으로 생긴 것이다. 계를 지키는 것은 결국 자기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성실의 가치를 알아야”

스님은 “우리 사회가 나쁜 쪽으로 치닫고 있다. 예전에는 함께 잘 살자고 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저 사람을 누르고 내가 더 잘살까를 궁리하기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이어 “행복을 추구하고 지혜롭게 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성실이다. 사회에서 인륜과 도덕이 깨졌다는 것은 성실성이 없어졌다는 이야기이다”고 했다.

스님은 “행복은 지나가다가 우연히 돈 가방을 줍는 요행과는 다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감당하고 참고 기다리는 자세[堪忍待]이다. 자기에게 온 그 일을 감당해야 한다. 감당한다는 것은 자기 역할을 다 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성실성이 빠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매사에 성실해야 한다. 성실은 우주 만물을 기르는 기틀이다. 성실이 결여되면 아무것도 성취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설정 스님은 혜월 스님의 일화를 소개했다. 기차에서 만난 소매치기가 나중에 스님을 찾아와 참회하면서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혜월 스님이 답했다.

“남 괴롭히지 말어.”

설정 스님은 “이는 남을 힘들게 하거나 괴롭게 하지 않는 것, 남을 분하게 하거나 슬프게 하지 않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혜월 스님의 말씀에 소매치기는 과거를 뉘우치고 새 삶을 살았다고 한다. 이는 수행자의 법력 때문”이라고 했다.

스님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말로 상대방 마음을 움직여 삐뚤어진 삶의 방향을 바르게 해주는 사람이 선지식이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의 공업”

스님은 세월호 참사 관련 “불신 사회가 된 것은 공업 때문이다. 국가가 바로 서지 않으니까 잘못된 기업인이 자리하고 사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위기가 기회이다. 날을 분명히 세운 정책이 나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그 일을 다루는 사람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사람인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스님은 “지금은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어떻게 새로운 각오로 삶을 일궈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 있는 사람 대표자여선 안 돼”

스님은 “자질이나 전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지도자나 한 집단의 대표자가 돼선 안 된다.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흠집을 가진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면 대중은 저 사람이 얼마나 교활한 짓을 할까 생각하고 믿지 못한다. 이게 큰 문제이다”고 했다.

스님은 “대표자‧지도자는 내 물건을 그 사람에게 다 주어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뢰만 있다면 뭉치게 되고 뭉치면 힘이 생긴다. 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불신이 가장 문제이다. 우리나라가 근사해지려면 하루빨리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했다.

“소통하려면 내 전체를 열어라”

스님은 “소통은 내 전체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는 당당하고 자신 있게 통치를 해야 한다. 저 사람이 나를 해하려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최고 통치자는 정당 계파 신앙을 초월해 전체가 내 식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통치자가 확

고한 신념과 의지가 있는 것은 좋다. 그 바탕에 진실이 있어야 한다. 국민 앞에 겸손하고 사회 앞에 너그러워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투명해야 한다. 특히 절 집안에서는 지켜야 할 규범이 같아야 한다. 사상과 규범과 이익이 평등해야 한다”며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부터 정돈 정비해야 한다. 진실과 이성, 양심이 바탕이 되면 공정무사할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설정 스님, 박원자 지음┃나무를심는사람들┃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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