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법대로’ 봉암사에서 제2의 결사를”
“‘부처님법대로’ 봉암사에서 제2의 결사를”
  • 진흙속의연꽃
  • 승인 2017.05.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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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연꽃] 봉암사 토론회 참관기-출·재가의 아름다운 만남

빛나는 신록의 계절에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입니다. 신록이 아름다운 것은 꽃과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키높은 나무에는 흰 꽃이 만발해서 화관을 두른 듯합니다. 화단에는 붉거나 흰 영산홍등이 만발해 있습니다. 성하의 계절에는 오로지 녹색일색이지만 신록은 꽃과 함께 해서 일 년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신록이 눈부시게 빛나는 4월 29일 봉암사로 향했습니다. 오로지 부처님오신날 하루만 개방한다는 금단의 구역 봉암사에 가게 된 것입니다. 한국불교 백년대계를 위하여 전국선원수좌회에서 수좌스님들이 재가불교단체들을 초청한 것입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등 각종 재가단체 활동가들이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봉암사순례로 삼은 불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모두 두 대의 전세버스가 봉암사를 향해 갔습니다. 개별적으로 참석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백 명이 넘는 큰 숫자입니다.

봉암사에는 이전에도 와 보았습니다. 2004년 큰법회 모임의 순례법회 당시 와 본적이 있습니다. 그때 당시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커다란 바위산 희양산이었습니다. 바위산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 문경 희양산 봉암사 전경(사진=진흙속의연꽃)ⓒ불교닷컴

봉암사는 꽃대궐

오전 늦게 봉암사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1시부터 토론회가 시작됩니다. 점심공양을 끝내고 도량 이곳저곳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불과 삼심여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볼 것을 다 보았습니다. 그런 봉암사는 신록의 계절을 맞이하여 ‘꽃대궐’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막 신록이 시작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화단에는 영산홍 등 각종 꽃이 만발해 있어서 아름답고 아늑한 분위기 입니다. 드넓은 가람에는 사람들 보기가 힘듭니다. 해제철이라 스님들은 많지 않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 지나 결제철이 되면 수백 명의 스님들이 사는 청정도량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법대로 살자!”

다시 찾은 봉암사는 꿈의 사찰이나 다름없습니다.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서 관광지화된 사찰과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오로지 일 년 내내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만 사는 세계입니다. 더구나 1947년 성철스님 등 뜻있는 스님들이 “부처님법대로 살자!”라며 봉암사결사를 한 바 있는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한국불교가 위기를 겪을 때 마다 봉암사에서는 부처님법대로 살기를 발원하는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가까이는 2007년 1만 명에 가까운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우중에 부처님법대로 살기를 서원했습니다. 그때 당시 한국불교는 심한 종교차별을 받고 있었습니다. 비록 종단주관이긴 했지만 빗속에서 합장하며 부처님 법대로 살기를 발원하는 스님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청정승가 구현과 직선제 실현을 위한 토론회

봉암사는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청정도량입니다. 선원 중에서도 선원이라 불리는 봉암사선방은 가장 치열하게 용맹 정진하는 도량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금단의 구역 봉암사에 스님들이 재가단체와 활동가들을 초청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국불교가 위기를 넘어 무너져 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날 열린 토론회 제목은 ‘청정승가 구현과 직선제 실현을 위한 토론회’라 되어 있습니다.

이번 봉암사모임은 종단 지도부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총무원과 종회 등 종단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권승들과 반대편에 서 있는 수좌스님들이 재가단체를 초청하여 모임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일체 교계신문 기자들을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취재열기는 막을 수 없었던 같습니다. 엠바고를 전제로 하여 참석을 허용한 것입니다.

토론회장에는 재가불자 약 120명가량이 모였고 스님들은 약 80명가량 되어서 모두 합하여 약 2백 명가량 되었습니다. 공양식당이 있는 전각의 2층에 마련된 너른 자리에는 출가와 재가자들로 가득했습니다.

▲ 토론회에 참석한 선원 수좌 스님들과 재가자들.(사진=진흙속의연꽃)ⓒ불교닷컴

전국선원수좌회와 불교계 제 단체와의 토론회는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불청객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토론회 사회를 보고 있던 스님은 “총무원에서 온 스님은 나가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총무원스님은 재차 삼차 나가달라는 요청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마 이날 토론회를 녹음하여 총무원에 보고 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토론회에서는 또 한명의 불청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소위 여당지 신문기자입니다. 기자신분을 속이고 몰래 잠입하여 녹음 등 취재한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다음날 신문기사에서 밝혀졌습니다. 수좌회와 재가불교단체를 맹비난하는 악의적 보도입니다. 놀라운 것은 비보도를 전제로 하여 진행된 토론회에서 규칙을 깼다는 사실입니다.

권승들이 말하는 소위 해종언론이라 불리는 두 교계신문사에서는 끝까지 엠바고를 지켰습니다. 그러나 몰래 잠입한 여당지 신문기자는 이런 약속을 간단히 깨고 연이어 맹비난 하는 보도기사를 내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고서 어느 법우님은 카톡방에서 “들쥐처럼 몰래 들어와서….”라며 비난 했습니다.

왜 권승이라 하는가?

이날 토론회에는 두 명의 발제자가 있었습니다. 수좌회에서 범허스님이 ‘조계종의 현실진단과 개선방향’이라는 8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발제를 했습니다. 스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읽어 나갔습니다. 내용은 선원의 성찰에서부터 시작 되어 종단운영의 문제점과 대안까지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발제문에서 놀랄만한 문구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권승’이라는 표현입니다. 일부를 옮겨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날 조계종의 일부 권승들이 파당을 만들어 종권을 장악하고, 유력한 사찰의 주지를 차지하는 비승가적 양태를 보이며, 본사와 말사의 주지까지도 자파의 세력으로 채워 승가의 자율성괴 역동성을 말살하고 있다.”(조계종의 현실진단과 개선방향 7쪽)

수좌회 스님들은 총무원과 종회 등 종권을 장악하고 있는 스님들에 대하여 ‘권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수좌회 스님들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라 봅니다. 그러나 오늘날 스님들은 권승들의 눈치 보기에 바쁩니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것은 불이익을 염려해서일 것입니다. 그래서 권승을 권승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수좌회에서는 권승이라 했습니다.

당동벌이(黨同伐異)

또 한명의 발제자는 신대승네트워크 윤남진님이 ‘한국불교(종단)

▲ 청정승가 구혀노가 직선제 실현을 위한 출 재가자 토론회(사진=진흙속의연꽃)ⓒ불교닷컴

의 현실진단’이라는 제목으로 발표 했습니다. 모두 2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입니다. 요점만 발표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말은 ‘당동벌이(黨同伐異)’입니다. 신조어 당동벌이는 어떤 내용일까요? 자료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당동벌이’란 ‘하는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이해가 같은 사람끼리 한 패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배척함’을 말함.”(한국불교[종단]의 현실진단, 12쪽)

당동벌이는 파당을 만들어 같은 편은 밀어주고 끌어 주지만, 다른 편은 철저하게 배격하는 것을 말합니다. 앞서 수좌회에서 언급한 권승들과 같은 개념입니다. 이와 같은 당동벌이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호법부라 합니다.

호법부에서는 권승들이 도박을 하고 음주를 하고 은처를 해도 이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반면 권승들에게 비판적인 스님에게는 공권력정지나 제명 등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권승들의 행태에 보도하는 교계신문에 대해서는 해종이라는 딱지를 붙여서 다섯 가지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것이 당동벌이 권승들의 전형적인 행태입니다.

출재가가 한방에 앉아, 제2 봉암사결사를

약 한 시간에 걸쳐서 두 명의 발제가 끝났습니다. 다음은 자유토론시간입니다. 자유토론을 위하여 장내를 정리했습니다. 큰 방에 둥그렇게 앉은 것입니다. 수좌스님들과 재가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아마 이런 장면은 한국불교 역사에 있어서 흔치 않는 것 같습니다. 출재가가 한방에 앉아 평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이날 토론은 매우 자유로웠습니다. 손만 들면 누구에게나 발언권이 주어졌습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사람은 용주사신도비대위를 이끌고 있는 S거사님입니다. S거사님은 평소 우렁찬 목소리를 자랑합니다. 이날도 특유의 사자후를 토했습니다. 기라성 같은 선방스님들이 보는 앞에서 사자와 여우의 비유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승가와 재가와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봉암사에서 출가와 재가가 모였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결사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봉암사에서 결사가 이루어졌듯이, 파당을 만들어 당동벌이 하는 권승들에 대항하는 결사가 요청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S거사님은 승가와 재가가 합하여 제2 봉암사결사를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왜 직선제인가?

원래 승가는 청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토론회 제목은 ‘청정승가구현’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승가가 청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승가는 본래 청정한 것임에도 승가가 청정하지 않기 때문에 청정승가구현이라 하여 토론회를 했습니다.

청정승가는 무소유로 실현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스님들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권력을 가진 권승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모든 것을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총무원장선거가 간선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불과 삼백 여 표밖에 되지 않는 선거인단을 돈으로 매수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권승들은 많은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매관매직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직선제를 도입하면 매관매직을 할 수 없습니다. 현행 간선제의 경우 선거인단으로 확정되는 순간 매수의 대상이 되지만 직선제는 그 많은 숫자를 매수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록 직선제가 최선은 아니지만 청정승가를 위하여 차선책은 된다고들 말하는 이유입니다.

▲ 출 재가자가 함께한 연등 나르기 운력.(사진=진흙속의연꽃)ⓒ불교닷컴

육군비구(六群比丘)가 있었는데

오늘날 한국불교가 청정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것은 권승들의 불교, 권승들에 의한 불교, 권승들을 위한 불교로 전락된 지 오래 되었기 때문입니다. 능력 있고 많이 배운 똑똑한 스님들은 주변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권승들이 파당을 만들어 당동벌이 하는 현상은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율장에서 볼 수 있는 여섯 무리의 수행승들, 즉 육군비구(六群比丘)가 그것입니다.

부처님은 여러 가지 법문으로 계율을 설하고 계율을 찬탄 했습니다. 특히 계율과 관련하여 우빨리존자를 찬탄 했습니다. 수행승들은 우빨리 존자에게 계율을 배우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여섯 무리의 비구들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여섯 무리의 수행승들]

“벗들이여, 지금 다수의 수행승들, 장로들과 신참들과 중진들이 우빨리에게서 계율을 배우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들이 계율에 통달하면, 그들이 원할 때, 그들이 원하는 만큼, 우리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돌려 끌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계율을 비방합시다.”

(율장비구계 Vin.II.143 , 5.8.2 속죄법 제72조, 1651p, 전재성님역)

육군비구라 하면 못된 짓을 일삼는 스님들의 대명사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무리를 지어 다니며 악행을 일삼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꼭 여섯 명씩 무리를 지어 다닌다고 하여 여섯 무리의 수행승들, 즉 육군비구(六群比丘)라 합니다.

육군비구들은 수행승들이 율장을 아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율장을 알면 자신들의 행동에 제약이 생길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오늘날 권승들에게서도 볼 수 있습니다. 권승들은 불자들이 많이 아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불자들이 무지해야 자신들의 권위가 올라 갈 것입니다.

권승들은 이시대의 육군비구

권승들은 이시대의 육군비구입니다. 그들은 부처님 법대로 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율장을 무시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느 모로 보나 수행자라 볼 수 없습니다. 그들은 ‘반승반속(半僧半俗)’일 뿐입니다. 마치 소 뒤를 따르는 당나귀 무리와 같고, 화장터에서 타다만 나무토막과도 같습니다. 그들에게 공양해 보았자 아무런 공덕이 없습니다. 반승반속은 사실상 재가자와 같습니다.

한국불교는 재가자의 불교가 된 것 같습니다. 처자식이 있는 스님이 교구본사 주지직을 맡고 있는 것이 극명한 예입니다. 한국불교는 악취 나는 오물장과도 같습니다. 믿을 것은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입니다. 그래서일까 어느 재가불자는 “스님들은 이제 일어나십시오.”라고 요청했습니다.

▲ 토론회 후 원형으로 모여 앉아 현안을 논의하는 출재가자들.(사진=진흙속의연꽃)ⓒ불교닷컴

출가와 재가의 아름다운 만남

불자들이 삼백만 명 빠져 나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권승들은 전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지금 붙잡고 있는 기득권만을 유지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화를 요구하는 세력을 불온시합니다. 부역언론을 동원하여 이간질하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출가와 재가가 힘을 합하면 반승반속의 무리를 퇴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봉암사에서 보았습니다.

4월 29일 빛나는 신록의 계절에 봉암사에서 출가와 재가가 모였습니다. 어쩌면 한국불교 역사에 있어서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역사적 사건이 될지 모릅니다. 어쩌면 출가와 재가의 제2봉암사 결사가 될지 모릅니다. 아름다운 계절에 출가와 재가가 운력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동그랗게 둘러 앉아 한국불교 현실에 대하여 고민했습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mytrea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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