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으로 종단 이끌 분이어야 한다"
"공심으로 종단 이끌 분이어야 한다"
  • 허정 스님/전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 승인 2017.05.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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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스님] 승가 재산 공유 각자도생 않도록
▲ 허정 스님.ⓒ불교닷컴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이 선출됨으로써 나라다운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세속보다 더 엄중한 윤리와 청빈성이 요구되는 곳이 출가자 집단인 승가입니다. 이번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는 도덕적으로 흠집이 있는 후보자나 금권선거가 펼쳐져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지난 세월처럼 구태의연하게 ‘돈 선거’를 치른다면 불자들은 물론 새로운 시대의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후보자로 나서는 분들은 공심(公心)으로 살아오신 분들이어야 하고 종단을 공심(公心)으로 이끌 준비가 된 분이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종단은 세속보다 더한 경쟁을 하고, 공동체를 생각하기보다는 각자도생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승가공동체의 화합은 무너지고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00만 불자가 떠났습니다. 새로운 지도자는 승가가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1. 대중의 공의(公義)를 살려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직선제를 실행해야 합니다. 대중이 원하는 일을 추진하는 것은 승가의 오래된 전통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도 81%의 대중이 원하고 있지만 대중의 의견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대중의 뜻이 무시되는 집단은 희망이 없습니다.

2. 구족계를 받은 대중스님들에게 매달 수행보조비, 연구비가 지급되어야 합니다. 출가해서도 의식주의 생존문제에 매달린다면 제대로 수행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더구나 승가구성원들이 빈부의 차이가 크다면 소외감과 차별감이 깊어져 화합이 안 될 것입니다.

3. 수행자는 평생 동안 가사와 승복이 무상으로 지급되어 승가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이 살아나게 해야 합니다. 출가할 때는 모든 것을 버리라고 가르치고 다시 스님이 돼서는 가사와 승복을 개인이 구입하라는 것이 현 종단의 태도입니다. 종단이 나서서 소유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종단에서 실시하는 연수비도 받지 않아야 합니다. 스님들의 생활이 안정되면 저절로 화합하고 포교가 활성화 될 것입니다.

4. 모든 사찰에 스님들이 거주하거나 잠시 방문할 수 있도록 객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소규모사찰엔 1개 이상, 규모가 큰 사찰엔 5개 이상의 객실이 의무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스님들을 모텔이나 여관으로 내몰면서 승려의 자존감을 가지라 할 수 없습니다. 전국의 객실의 상태는 종단 홈페이지를 통해 사진과 함께 공개되어야 하며 전화나 메일로 예약하고 오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5. 전국 사찰의 주지가 공개적으로 채용되어야 하고 재임 시에도 포교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되어야합니다. 소임자가 없는 사찰도 낱낱이 공개되어 소임살기를 원하는 스님들이 선택해서 소임을 살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절은 텅텅 비고 토굴은 점점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적어본 것입니다. 우리 승가는 돈이라는 마라에 포박되어 공심과 정의감을 가진 이가 극히 드물게 되었습니다. 승가의 시설물과 재산은 출가하는 누구나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유물입니다. 스님은 누구나 사찰의 소유권은 없지만 사용권은 있습니다. 승가의 재산이 공유되고 공정하게 활용된다면 각자도생의 경쟁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이 ‘승가는 풍족해도 스님은 청빈하게’ 사는 승가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며 승가가 사회의 목탁이 되는 길입니다.

허정 스님/전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전 천장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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