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7선 종회의원이 본 권력
조계종 7선 종회의원이 본 권력
  • 조현성
  • 승인 2017.09.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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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휴 스님 '백담사 무문관 일기'서 "누구나 빈손으로 가야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고언을 듣고 바른말을 하는 참모들을 곁에 둔 지도자를 많이 보지 못했다. 오히려 바른말을 하거나 고언을 서슴치 않는 참모들을 멀리하는 모습만 많이 봐왔다."

충언은 쇠망치와 같은 것
듣기 싫은 것이 충언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종회의원 7선을 역임하며 한 때 조계종 정치를 좌지우지하던 정휴 스님(사진)은 최근 펴낸 저서 <백담사 무문관 일기> '바른말은 쇠망치' 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님은 책에서 조주 선사(778~897) 어록 가운데

어느 날 운수 한 사람이 찾아와 대뜸 "무엇이 충언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대의 어미는 못 생기고 추하다."
"충언이 무엇입니까?"
"쇠망치를 맞아라."

를 인용하면서 "이 대화는 높은 지위에 있거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들어야 할 법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고언이나 충언일수록 귀에 듣기 좋은 말이 아니다. 특히 바른말은 권력자를 분노케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듣기 싫은 말을 듣는 경청의 지혜가 있어야 지혜는 깊어지고 헤아림은 넓어진다"고 말한다.

스님은 "바른말이나 충성스런 말은 쇠망치로 맞는 것 같아 아프고 충격적이다. 쇠망치로 얻어맞아야 정신이 번쩍 들고 미망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조주는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천하를 호령했어도 갈 때는 빈손
사람은 떠나는 모습 아름다워야

스님은 '누구나 빈손으로 가야한다' 편에서는 "몇 명의 권력자의 죽음을 살펴보면 마지막 마무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고 지적한다.

스님은 중국 대륙을 통치했던 마모쩌둥과 그의 뒤를 이은 덩샤오핑 죽음을 예로 들며 "죽음을 통해 인간의 삶을 살펴보면 꿈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아침 이슬과 같고 번개처럼 지나가고 마는 것"이라고 한다.

"절대 권력을 잡았던 두 사람은 자기 영혼을 제외하고는 세상에 그대로 두고 가야 한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고 있었기에 빈손으로 가는 울림이 크다"는게 스님의 생각이다.
 

독재자들 민중 궐기 도망치다 죽음 맞아 
잘사는 것보다 잘죽는 것이 어려운 이유

스님은 독재자였던 리비아의 가다피를 예로 들면서는 "그의 죽음은 비참했다. 그는 민중 궐기로 권력을 잃고 지하 터널로 도망치다가 목숨을 잃었다. 외신에 따르면 그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시내 정육점이었다"고 지적한다. "이라크 후세인 역시 비참하게 일생을 마친 독재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고 덧붙인다.

스님은 "잘사는 것보다 잘 죽는 것이 어렵다. 누구나 살아 있을 때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몸에 익혀야 한다"고 권유한다. 그러면서 "일찍이 몽테뉴도 죽음을 몸에 익히는 것은 자유를 실습하는 일이다. 죽는 방법을 배우는 사람은 노예가 되지 않는 방법을 배운 사람이다"고 말한다.

스님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화두를 참구하다가 입적하고, 나뭇가지를 붙들고 서서 열반에 드는 것은 최상급의 죽음이고 열반이다. (이것이) 가장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고 수행인이 죽어서 도달해야 할 최고의 이상 경지이다"고 강조한다.

소유하고 채우는 데 집착했던 젊은 날
채우고 싶은 것 비워내야 가치 얻더라

책 서문에서 스님은 "젊은 날에는 고통과 좌절만이 반복되고 즐거움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래서 소유하고 채우는 데만 집착해 허둥댄 날이 많았고 삶 속에 죽음이 공존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육십이 넘어 사유가 깊어지면서부터 많은 사람이 채우고 싶어 하는 것을 비워야 소중한 가치를 얻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인간에게 이익을 주고 숭고한 정신은 고통 속에 다듬어 지고 깨달음은 번뇌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고백한다.
 

정휴 스님은 밀양 표충사로 동진 출가했다. 용주사에서 관응 스님에게 <능엄경>과 <기신론>을, 청암사에서 고봉 스님에게 선적 낭만과 푸른 직관을 배웠다. 청암사, 원주 구룡사, 구미 해운사, 서울 호압사 주지를 역임했다. <불교신문> <법보신문> 사장, <불교방송> 초대 방송 상무 등을 지냈다. 조계종 종회의원 7선을 한 스님이다. 1971년 <조선일보> 시조 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금강산 화암사 토굴에서 정진 중이다.

저서에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선재의 천수천안> <적멸의 즐거움> <고승평전> <깨친 사람을 찾아서>(전강평전) <선문에 뜨는 달은 말을 하더라 Ⅰ·Ⅱ> <슬플 때마다 우리 곁에 오는 초인>(소설 경허) <열반제> 등 다수가 있다.

백담사 무문관 일기┃저자 정휴 스님┃우리출판사┃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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