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주 A씨, "스님이 햇반 먹고 목탁치는 시절 온다"
공양주 A씨, "스님이 햇반 먹고 목탁치는 시절 온다"
  • 김원행
  • 승인 2017.11.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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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닷컴 대안>"고용창출 차원에서 문화재 사찰에 한해 정부가 공양주 급여 일부 지급해야"

 "조만간 스님이 햇반 먹고 목탁치는 시절이 온다".

 사찰에서 음식을 만드는 공양주(供養主)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인건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일부이기는 하지만 인격적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00넷'과 '00닷컴' 등에는 공양주를 모신다는 구인광고가 넘쳐 흐르고 있다. 그러나 공양주 살겠다는 사람들의 숫자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구인조건은 '월 급여 120만원, 주 4일 휴무, 숙식가능'이다. 참고로 일반 식당에서 일할 경우 월급 200만원에 주 4일 휴무와 숙식을 제공받는다. 식당에서 근무할 경우 병원 및 생활잡무에 적극 응할 수 있는 반면 사찰에서는 큰 마음 먹어야 가능하고 그것도 주지스님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한 식당에 장기 근무한다고 약속할 경우 4대보험도 제공 받는다. 

 현실이 이럼에도 너무 동 떨어진 근로조건 때문에 공양주 수급에 큰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울산의 한 비구니 사찰에서는 궁리 끝에 공양간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공양주를 대신하려 했으나, 신도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현직 울산 모사찰 공양주 A씨는 24일 "월급이 매우 부족하지만 신심으로 하고 있다"며 "조만간 스님이 햇반 먹고 목탁치는 시절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일부 신도들이 (저를)식모취급 하거나, 돈을 어디다 빼돌릴까봐서 그런지 주지 스님이 시장을 직접 보는 등 참으로 민망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타개책을 묻는 <불교닷컴>의 질문에 A씨는 "스님들도 이젠 공양간에 들어가 배우시거나 아니면 급여를 현실화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해 모사찰 공양주 B씨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만 일하고 있다.

 B씨는 "점심공양만 해 주는 조건으로 월 100만원을 받고 있다"며 "추가로 버스 정류장까지 데리러오고 데려다 주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공양주 부재로 인해 각급 사찰 주지스님들의 고통도 심해지고 있다.

 경남 김해 E사 주지 B스님은 "신도 격감이 눈에 보인다. 전깃세만 월 300만원인데 상상해 보라"며 "결국 인건비 줄여야하고 오후불식하는 수 밖에 별다른 타개책이 따로 있겠냐"고 밝혔다.

 부산 M사 주지 W스님은 "모든 것이 돈으로 움직이는 세상이다. 단순히 공양주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찰 규모를 줄이든지 아니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운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 재주는 목탁치는 것 외에는 없다. 어쩔까 싶다"는 심경을 털어 놓았다.

 이와관련 <불교닷컴>은 고령자 고용창출 일환으로 문화재 사찰의 경우에 한해 정부가 공양주 급여를 일부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을 대안 중 하나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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