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찰입구에서만 받으면 안 될까요”
“정말 사찰입구에서만 받으면 안 될까요”
  • 진흙속연꽃
  • 승인 2018.03.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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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연꽃] 국민을 화나게 하는 문화재관람료
지난 17일 열린 새로운불교포럼 세 번째 세미나‘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노웅래 의원의 말도, 황평우 소장의 말도, 안진걸 위원장의 말도, 강동효 기자의 말도 같았습니다. 문화재관람료는 절 앞에서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8년 3월 17일 토요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 있었습니다. 새로운불교포럼 세 번째 세미나가 열린 날입니다. 주제는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입니다. 이날 토론자로는 김형남 변호사, 황평우 소장, 안진걸 위원장, 강동효 기자였습니다. 토론의 좌장은 최연 소장이 맡았습니다.

토론에 앞서 민주당소속 노웅래 의원의 인사말이 있었습니다. 노웅래 의원은 지역구가 마포 갑입니다. 역시 같은 민주당 소속 제주시을의 오영훈 의원은 일이 있어서 못나왔습니다. 두 의원은 모두 불자의원들입니다.

문화재관람료는 부당요금 징수

노웅래 의원이 제기한 문제점은 구구절절 맞는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재관람료는 ‘부당요금징수’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국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 절에서 일방적으로 받는 문화재관람료입니다.

발언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길을 막아 놓고 돈을 받는 행위는 부당징수이며 불법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돈을 받고 싶거든 사찰입구에서 받으라는 것입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매우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중2론’입니다. 중학교 2학년은 사춘기 청소년으로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고 질풍노도의 나이입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중2가 가장 무섭다고 합니다. 중학교 2학년 학생에게 “길 막아 놓고 돈 내게 하면 되냐?”라고 물어 보면 답이 나온다고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문화재와 문화재관람료에 대하여 연구해 온 황평우 소장에 따르면 “무엇이든지 보기 좋아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연상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문화재관람료 징수가 부당한 것을 말합니다. 질풍노도의 중2학생에게 물어 본다면 틀림없이 “그건 XXX인데”라고 말할 것이라 합니다.

“그건 XXX인데”

현재 전국적으로 문화재관람료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는 사찰은 67개소에 이릅니다. 길을 막아 놓고 산에 가는 사람 모두에게 징수하는 행위에 대하여 사람들은 불쾌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불쾌감은 불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조계종 신도증이 없는 불자는 예외 없이 돈을 내야 합니다. 마치 강탈당하고 털린 듯 한 기분입니다. 불자들이 이런 정도면 비불자들은 말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일 년에 산에 가는 사람들이 4,200만 명가량 된다고 합니다. 국립공원 등 명산에 가면 꼭 볼 수 있는 것이 도로를 막아 놓고 문화재관람료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국립공원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는데 유독 사찰에서 돈을 받고 있는 행위에 대하여 국민들은 분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들은 아마도 입장료 문제 때문에 불쾌를 겪었고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입니다. 이에 시민단체에서는 청원하여 승소한바 있습니다. 대법원에서는 ‘부당이득’으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조계종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불명예’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조계종에서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여전히 길을 막고 돈을 받고 있습니다.

조계종에서는 대법원의 판례를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조계종의 힘이 세어서 일 것이고, 또 하나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후자 쪽이 더 가깝다고 봅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자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자들은 어떤 일이든지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습니다. 양심과 수치심이 결여 되어 있기에 도덕적으로 금하는 것도 거리낌 없이 자행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 했습니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두 가지 밝은 원리가 세상을 수호한다. 두 가지란 무엇인가?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밝은 원리가 세상을 수호할 수 없다면 어머니나 이모나 외숙모나 선생의 부인이나 스승의 부인이라고 시설할 수 없을 것이고, 세상은 염소, 양, 닭, 돼지, 개, 승냥이처럼 혼란에 빠질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두 가지 밝은 원리가 세상을 수호하므로, 어머니나 이모나 외숙모나 선생의 부인이나 스승의 부인이다라고 시설하는 것이다.”(It.36, AN.I.51)

부끄러움(hiri)과 창피함(ottappa)은 이 세상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른다는 것은 두 개의 기둥이 무너진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도덕의 붕괴입니다.

동물들은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릅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기에 어떤 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나 이모나 외숙모나 선생의 부인이나 스승의 부인이라고 시설할 수 없을 것”이라 했습니다.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기에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국민을 불쾌하게 하면

현재 길을 막아 놓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는 곳은 국립공원 21개소를 포함하여 모두 67개 사찰입니다. 그런데 징수한 입장료가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사람들은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찰에서는 정부로부터 ‘문화재보수비’를 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민들에게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국민이 낸 세금을 지원받고, 또 한편에서는 길을 막고 돈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이중으로 혜택 받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합니다. 그것도 지난 10년 동안 되풀이 되었습니다. 이제 날씨가 풀리고 꽃피는 계절이 오면 사람들은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산으로 나들이 갈 것입니다. 그때 마다 사람들은 또 다시 불쾌를 경험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불쾌는 불교의 교세의 약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조계종 신도증이 없는 불자들도 길을 막고 돈을 요구했을 때 불쾌한데 일반국민들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종교인구 총조사에서 불교신도가 3백만 명 줄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 국민을 불쾌하게 한 이유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문화재관람명목의 입장료 징수라 봅니다.

“정말 사찰입구에서만 받으면 안 될까요?”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작년 촛불혁명으로 국민을 생각하는 민주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과거 10년 동안 기득권의 입장에서 기득권의 입장만 대변하는 정권은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종교계는 여전히 성역입니다.

절을 차지하고 있는 권승들은 불교가 망하든지 말든지 불자들이 떠나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길을 막아 놓고 돈을 받을 것입니다. 중2 학생이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거 XXX인데”라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입장료 징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소를 옮겨 달라는 것입니다. 안진걸 위원장은 “정말 사찰입구에서만 받으면 안 될까요” “입구에서만 받으면 될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려우신지”라 합니다.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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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렙=서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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