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부재의 조계종단 무엇을 할 것인가
희망 부재의 조계종단 무엇을 할 것인가
  • 법응 스님
  • 승인 2018.04.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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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뢰하락, 출가자 감소...집행부부터 솔선해야
조계종 총무원 사무실로 사용 중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희망(希望)은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람 또는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반대말은 절망(絕望)이다. 이 글을 쓰는 것은 절망적인 종단의 현실에서 그래도 잘 될 수 있는 희망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현 조계종과 한국불교를 보는 시각은 절망에 가깝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외부 변동의 요인으로 사회적 탈종교화 현상 및 이웃종교의 약진을 들 수도 있지만. 근원적으로 종단 정치승려들에게서 두드러지는 한계성 및 혁신 부재 등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자수의 감소와 출가자의 급감이 연달아 위기경보를 보내오고 있다.

오늘의 우리현실은 마치 붕괴가 예약된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그 위험을 감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붕괴의 위험이 있는 건물을 살리려면 우선 건물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더불어 보강을 해야 하며, 필요시 철거하고 그 터에 튼튼하고 모양 있는 새 건물을 건축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의 선행 조건은 위기의식에 대한 감각이고 최고지도자의 자질과 역량이다. 조직은 지도부와 그 지도부를 이끄는 수장이 무엇을 생각하며 어디를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명운을 달리하게 되니 조계종도 예외는 아니다.

출가자가 두 자릿수로 감소하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임에도 출범 6개월을 넘기고 있는 현 집행부에서 대책에 부심하는 모습은 고사하고 그 어떤 긴장감도 감지되지 않는다. 부산스럽게 호들갑을 떨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황 인식이 너무나 태평한 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불자와 출가자 감소는 포교원과 교육원 이전에 총무원의 현안이다.

근자 다수의 교역직들의 부정이 보도되고 있음에도 기강확립에 대한 소식은 아예 들리지 않는다. 생소하기만 한 ‘추선제’ 추진으로 선거법 개정도 소통부재와 더불어 무게감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멸빈자를 사면하려면 구체적인 현황자료와 종헌개정이라는 법적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여법한 대안을 선 제시해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했다.

생노병사라는 근본무명은 변함이 없고 다양해지는 삶 속에 새로운 고통들은 연일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종단이 세상에 제대로 된 처방전은커녕 제 한 몸 간수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니, 이러고서 어떻게 우리의 실존을 증명하며 세상에 감동을 줄 수 있겠는가?

벌써 이십여 년째 끌고 있는 관람료 문제 등 악재만 쌓여간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일반적인 종무운영은 재가종무원들의 능력과 기본시스템만으로도 충분하다. 정작 문제는 종단의 살활이 걸린 혁신이라는 대제 앞에서 고위급 교역직들의 한계성이다. 우선 조계종의 수장으로서 총무원장이라면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하거나, 적어도 행정능력이 뛰어나서 종단운영에 거침이 없어야 하며, 수행자로서 청정성을 유지하고 덕과 자비심이 넉넉히 구족해야 한다. 여기에 부지런하고 능력 있는 참모들의 힘이 보태질 때 종단은 희망적이라 할 것이다.

전임 집행부의 정치적 기반 위에 탄생된 현 체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치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인내하거나 극복하지 않고서는 결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종단정치, 종무행정, 도덕성 그리고 화합에 있어 명백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현 집행부가 어떤 내부혁신 또는 탁월한 지도력과 협력을 통해 한국불교와 조계종에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참으로 기대난망이다.

그러나 현 집행부가 종단발전에 기여하고 불교사의 중심에 우뚝 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종단의 현 처지를 제대로 인식하고 종단혁신의 결의를 모으며, 대중과 격의 없는 소통 등 초심의 자세로 이끌어 가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지도력은 순수성과 의지 그리고 긴장감으로부터 출발한다. 종단의 부·실장들부터 종단이 위기라는 인식 하에 중앙 소임을 제외한 모든 직을 내려놓고서 종무에만 전념토록 해야 한다.

고위급 교역직은 종무와 관계없고 출가자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해외여행, 혹은 골프 등 사치성 행각을 한다면 중단해야 한다. 출가자가 줄어 사찰을 경영하고 수호할 최소한의 승려마저도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를 찾아 연구하고 대안을 강구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여유로움을 즐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신심, 공심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종단의 중심부터 긴장하고 모범을 보일 때 대중이 호응하고 종헌의 개정도 가능한 일이다.

중요 수입사찰의 재정의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그 활용에 대한 결단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야권을 망라한 의견의 수렴을 통해 진정한 소통을 도모해야 한다. 언론에 채운 족쇄도 과감히 풀어야 한다.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 자비와 선(禪)을 표방하는 종교가 되레 구차하고 매끄럽지가 못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종단의 최고위급부터 스스로 혁신에 대한 자기 결단과 용기를 내야한다. 종단을 운영하는 고위급들이 혁신을 위한 자기결단과 용기가 없다면 조계종과 한국불교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능력이 안 되면 물러나는 것도 수행이며 자비심이 아닐까한다.

法應 / 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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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렙=법응 스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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