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느라 돈세탁하느라 바빴을 것"
"연구하느라 돈세탁하느라 바빴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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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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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전교수 28억 횡령·사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돈세탁 수법은 ‘전문 세탁업자’의 그것을 능가한다. 검찰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 수사 검사는 “저명한 학자의 머리에서 어떻게 그런 범죄 수법이 나올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연구하느라, 은행을 돌아다니며 돈세탁 하느라 무척 바빴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비로 ‘환치기’를 하는가 하면, 부인 차량을 구입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금융거래 방식 황 전 교수가 사용한 차명계좌는 63개에 달한다. 연구원들 계좌뿐 아니라 소ㆍ돼지 판매업자, 고교 선배, 친척 등의 계좌가 총망라돼 있다. 계좌를 관리하는 개인 비서를 별도로 고용했고 입ㆍ출금은 대부분 현금으로 했다. 검찰의 표현을 빌면 “연구에 전념해야 할 교수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연구비를 관리했다.

황 전 교수는 간편한 계좌이체 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커다란 가방을 든 채 직접 여러 은행을 돌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꺼번에 거액이 입ㆍ출금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에 통보될 것을 우려, 1,000만~3,000만원씩 3~4차례에 걸쳐 입ㆍ출금했다.

한 은행에서 1,000만원을, 옆 은행에서 3,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가방에 넣었다가 또 다른 은행으로 가서 입금하는 식이다. 검찰이 이유를 묻자 황 전 교수는 “은행직원들이 거액의 현금 인출을 꺼려해서 그랬다”고 답했다고 한다. 현금으로 인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실험용 소를 판매하는 업자가 현금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교수는 미국에 있는 고교 동창의 계좌에 2억원을 입금한 뒤 미국에 갔을 때 달러로 받아 사용하는 환치기 방법도 이용했다.

돈 사용처 황 전 교수는 2004년 9월 각지에서 후원금이 답지하자 이 중 2,688만원을 사용해 부인에게 고급 승용차를 사줬다. 2001~2002년에는 자신에게 후원금을 낸 대기업 인사들에게 답례하기 위해 병풍 등 선물 구입비로 1,663만원을 썼다. 지난해 말 논문조작 사건이 불거진 후에는 2억9,495만원을 정기적금 계좌에서 인출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연구원들한테 나눠주는 인심을 썼다.

황 전 교수는 2001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0만~300만원씩 여야 정치인에게 꾸준히 정치자금을 줬다. 총 5,490만원에 달한다. 물론 이 돈은 정부에서 지원한 연구비가 들어있던 통장에서 나왔다.

민간 지원금도 황 전 교수에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황 전 교수는 기자재 구입 비용 등으로 SK㈜에서 10억원을 받아 일부는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일부는 김선종 연구원 등을 회유하는 데 사용했다.

검찰이 이번에 밝혀낸 황 전 교수의 횡령ㆍ사기 금액은 28억여원이다. 검찰은 그러나 “황 전 교수가 연구비와 개인 돈을 섞어서 관리하는 바람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많았다”며 부적절하게 사용된 돈이 더 있다고 밝혔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 기사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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