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 공산성으로의 신록 나들이
마곡사 공산성으로의 신록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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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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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내달리는 아이 웃음처럼

신록의 길. 오월의 나들이는 초록에 흠뻑 물들며 녹음 속으로 떠나는 여행길이다.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볕까지 날씨는 자꾸만 나가라고 부추긴다. 신록의 숲길을 걸어보자. 여린 잎들이 바람을 살랑이는 소리는 까르르 웃어대는 어린 아이의 웃음을 닮았다. 그래서일까 새봄의 초록길을 걸을 때는 산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해진다.

마곡사와 공산성이 있는 충남 공주로 신록여행을 떠났다. 가벼운 걸음으로 초록의 봄날을 만끽하기에 제격인 곳이다.

춘마곡 추갑사(春麻谷 秋甲寺)라 했다. 가을엔 갑사가 좋고 봄경치는 역시 마곡사가 제일이라는 것. 아마도 4월 마곡사를 감싼 태화천변에 벚꽃이 흐드러졌을 때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지금은 오로지 신록뿐. 그래도 마곡의 봄은 곱다.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해 고려때 보조국사가 재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주차장에서 10여 분 맑은 물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걸으니 절 입구다. 바로 경내로 들어서기가 아쉬워 숲길로 에둘러 들어가기로 했다.

절을 감싼 태화산 능선은 멋들어진 소나무가 5km가량 길을 안내한다. 송림욕을 하며 등산을 하는 코스가 3가지. 이중 은적암 입구에서 백련암을 거쳐 마곡사 경내로 내려오는 가장 짧은 코스(1시간 30분)를 택했다.

신록의 사이에 도열한 소나무들은 초록이 짙다. 지난 겨울 독야청청 홀로 푸름을 지탱해왔기 때문인지 색이 지쳐보인다. 아마도 그 옆에 피어난 다른 나무들의 아기 연둣빛과 대비돼 더욱 늙어 보이는 것일지도.

목줄기에 제법 땀이 흥건해질 즈음 오르막이 끝나고 능선은 걷기 편해진다. 봄바람에 땀이 알맞게 식었을 때 이정표가 백련암을 가리킨다. 백범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분개해 황해도 안악에서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는 몸을 피했던 곳이다.

백련암에서 제일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한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는 마애불 기도처’. 큼직한 바위에 돋을새김된 부처는 그 모습이 진중하지 않고 장난끼가 가득하다. 녹음의 그늘에 덮여 초록의 미소를 짓고 있다.

백련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포장길을 따라 터덜터덜 내려와 마곡사 경내로 들어섰다. 해탈문과 천왕문을 지나 맑은 시내를 건너니 생소한 모양의 길쭉한 탑이 서있다.

라마교 양식으로 지어진 5층석탑(보물 제799호)이다. 대광보전의 현판은 조선후기 문인화가인 강세황이 쓴 것이고, 대웅보전의 글씨는 신 라때 명필 김생의 것이라 하고, 영산전 현판은 세조가 김시습을 보러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남긴 것이라 한다. 현판의 글씨 만으로도 마곡사의 건물들은 하나 하나 쉽게 지나칠 수 없다.

금강변에 둥지를 튼 곰나루(웅진ㆍ熊津) 공주시. 시가지와 금강이 함께 내려다 보이는 곳에 공산성(公山城)이 자리하고 있다. 공주에서 백제의 풍경을 느끼기에 제일 좋은 곳이다. 공산성은 백제가 한성에서 내려와 부여로 옮기기 전까지 웅진시대(475~538년)를 지켜온 곳. 성곽의 둘레만 2,660m로 조선초에 석성으로 개축됐다고 한다. 공산성은 지금 봄볕을 받아 나른한 강물 위로 연둣빛 녹음을 흘려보내고 있다.

동서남북 4개의 문중 금서루가 산성 관람의 주 출입구다. 성 안에서 처음 만나는 쌍수정은 조선시대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파천했던 곳이다. 지금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남문인 진남루를 거쳐 도성안 사찰인 영은사와 만하루, 북문인 공북루를 거쳐 다시 금서루로 나오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신록의 그늘 아래 서로의 손을 잡고 성곽 위를 걷는 가족들의 표정엔 봄햇살 만큼이나 환한 미소들이 담겨있다. 공주시관광안내센터 (041)856-7700

공주=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기사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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