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고이면 썩지 않겠습니까"
"물이 고이면 썩지 않겠습니까"
  • 이혜조
  • 승인 2008.11.18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향산거사 블로그서 '人平不語 水平不流' 비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최근 종교편향 정국에 일갈을 했다. 인평불어(人平不語), 수평불류(水平不流)가 그것이다.

향산거사는 이 말에 갸우뚱했다고 18일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lestofilos)에 썼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많다'로 시작하는 이 글은 "꽤 오래 전에 조계종 총무원장이 정부 관계자에게“人平不語, 水平不流”라고 하며“일갈을 했다”고 보도가 되었다"라고 소개했다.

향산은 "그런데 아주 큰 현수막에 이 말을 큰 글씨로 써서 조계종 총무원 벽에다 걸어놓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나는 처음부터 이 말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람이 말을 하지 않고, 물이 흐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독재정치가 행해지고 물은 썩지 않는가? 그러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뜻을 전하면 대개 “아, 그렇군요. 그런데 왜 저 말을 저렇게 크게 붙여놓고 있을까요?”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향산은 이어 "어제 어청수 경찰청장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는 조계종 총무원장의 언행을 두고 오늘 아침, 누군가 “없던 걸로 하면 없는 일이 되는 걸까?”라고 쓴 글을 보고,“아, 나 말고도‘인평불어(人平不語), 수평불류(水平不流)’에 갸우뚱한 사람들이 있었구나.”"라고 썼다.

그는 "나는 총무원장이 썼다던 그 말을 이렇게 바꾸어 쓰고 싶다. "人平不語, 卽君專而民甚苦 水平不流, 卽其腐而不生命”"라고 했다.

향산거사의 해석에 따르면 "사람들을 억지로 획일화하고 억누르면 불평하는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대통령은 독재를 행하고 국민들은 크게 고통을 겪는다. 물을 그릇[연못]에 가두어 높이가 같아지면 흐르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것이 아무런 생명도 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혹 ‘무위이치(無爲而治)’를 말하던 옛날 노장(老莊)의 사상가들이나 세속을 떠나 은둔한 사람들이 '불평과 불만의 소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 태평성대, 이상세계’를 꿈꾸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고 가상세계에서나 가능한 정말 ‘꿈’에 지나지 않는, ‘말이 되지 않는 말'이다"고 덧붙였다.

"아니면 정말로 ‘인평불어(人平不語), 수평불류(水平不流)’하여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물이 아무런 생명도 살리지 못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인가?"라고 쓴 향산거사는 "사회에 ‘소금’이 되고 ‘목탁’이 되어야 할 분들이 이제 억지로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웃기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말을 자유롭게 하는 사회가 살맛나는 세상이고, 물이 고이지 않고 쉴 새 없이 흘러서 썩지 않는 세상이 정토(淨土)이다"고 글을 맺었다.

공직자들의 종교차별 발언에 이어 정부 전자지도에서 사찰을 모조리 삭제하거나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등의 사건으로 1,300만 명의 불자들이 공분하고 8월 27일 서울광장에 전국의 20만 명의 불자들이 모였던 사실이 총무원장 스님의 '없는 일'한마디로 사그라들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글이다.

불교지식인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가 으뜸 종교이고 '살아있음'의 증거다.

/ 향산거사의 블로그 바로가기 http://blog.naver.com/lestofilo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