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사 주지 결의대회 그 끝은?
본말사 주지 결의대회 그 끝은?
  • 불교닷컴
  • 승인 2009.07.0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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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부 불만·국민 괴리 넘어 공감대 형성해야

1. 무엇이 문제인가

7월 2일 오전 11시부터 통도사에서 본말사 주지 결의대회가 봉행됐다. 조계종의 주장은 결의문에 적시된 5개항이다. 주된 내용은 사찰 경내지를 자연공원(국립, 도립, 군립)에서 해제할 것과 현행 「문화재보호법」을 「문화유산법(가칭)」으로 개정하고,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문화재자료, 전통사찰경내지 등을 포괄하는 ‘문화유산지역(가칭)’의 신설이다.

정부가 조계종의 요구들을 수용하려면 5, 6겹으로 불교계를 규제하는 ▶자연공원법 ▶도시공원법 ▶개발제한특별법 ▶전통사찰보존법 ▶문화재보호법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관련법들에 대한 개정은 정부의 근본적 인식변화가 선행돼야 하며 국토와 역사문화 그리고 환경에 대한 시대적 패러다임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토록 중요한 법 개정이 직접이해당사자라 하나 불교계의 물리적 압박으로 추진되도록 그냥 내버려둘 만큼 우리사회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조계종은 해당 법 개정과 관련된 국회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정부 관계 부처장들의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계종은 종단의 재산권 지키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와 생태환경에 대한 일대 혁명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승려대회나 산문폐쇄 같은 방식이 아닌 몇 차원 높은 사회운동으로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중을 동원한 물리적 시위는 늘 일회성이고 그 동력의 유지가 힘들며, 불교 말살세력의 탄성만 강화시키는 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찌할 것인가?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며, 해결의 열쇠는 어디에 있는지를 분석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답은 통도사 본말사 주지결의대회의 시작과 끝에 다 포함돼 있다는 생각이다.

대회시작 전 식전행사로 상영된 영상물은 1967년 지리산국립공원지정 과정 및 화엄사 등 본사들의 반발에서부터 출발하여 거리시위와 승려대회, 수차 정부에 해제건의 요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북한산관통 반대활동, 그리고 전국명산과 전통사찰의 경관을 해치는 로프웨이 설치에 관한 기록 등을 담고 있었다. 이후 행사는 식순에 따라 무미건조하게 진행되었고 구호가 적힌 인쇄된 종이판을 들고 통도사 경내를 행진하는 것으로 마감되었다. 

▲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대회를 마친 후 만장을 앞세우고 '불교자주권 수호'등의 구호를 외치며 해탈문까지 행진했다.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고 해결책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하자.

첫째, 조계종 정체성과 자주성 확립차원의 초심자세의 필요

조계종은 1969년 6월 국립공원제도 시행 이후 40여 년 간 약 25회에 걸쳐 정부에 국립공원문제, 문화재관람료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으나 단발성이며 전략과 전술이 부재했다는 분석을 해본다.

국립공원제도와 관련 법령들에 의해 불교가 과도하게 지배당함은 삼국시대 이래 고려와 조선, 해방 전후시대를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전자처럼 대물림 되어온 정권 종속성에 기인한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파벌에 따른 색깔만 조금씩 다를 뿐 세속 정치권력에 종속하고 안주하려는 일단의 기운이 종단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하니 이런저런 일로 불교의 위상이 추락하고 시민단체들이 과격한 언사로 사찰 문화재관람료 문제를 거론해도 제대로 대응할 동력을 얻지 못하고 지지분진하게 시간만 흘려보낸다.

종단의 지도그룹은 누대에 걸쳐 지속된 이 징그럽고 질긴 업의 끈을 미련 없이 끊어버리고 불교를 새롭게 열어가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사사로운 인연, 정치권력에 읍소하는 일체의 것들을 버리고 초심의 자세에서 불교의 생명성을 살리고, 한국사회에 새로운 문화혁명의 바람을 일으킨다는 소명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33대 총무원장 선거를 목전에 앞둔 종단은 지금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 2007. 8. 28. 중앙종회 종책모임인 보림회·금강회 그리고 불교사회정책연구소는 ‘위기의 국립공원 외면당하는 사찰문화재‘ 홍보책자에서 정부에 사찰림에 대한 공원지역 해제와 중첩규제에 따른 문제를 공식거론 했다.

 둘째,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조직체계적이고 지속적 활동의 필요

국가법령과 행정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현 종단의 시스템만으로는 어렵다. 최소한 ‘3개년 이상 5개년 정도의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이미 만성 질환처럼 고착화된 자연공원법과 전통사찰보존법 그리고 문화재보호법의 개정과 운영을 고치는 일에 앞장설 정부의 책임 있는 장이나 정치세력은 부재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종단은 불교문화에 애정이 있는 법률, 역사, 문화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조직을 구성하여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냉철하고 끈기 있게 자료를 구축하고 법 개정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비정하리만치 벼랑 끝으로 몰아세울 필요가 있다. 문화와 생태환경의 세계사적 조류를 외면하는 몰지각한 인사로 매도해 버려야 한다. 

▲ 우리나라 국립공원에서 야생동물을 쉽게 볼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국립공원 관리 정책을 근본적으로 돌아볼 때다.(그림출처, 엘로스톤 국립공원 홈페이지)

셋째, 신뢰성과 존엄성의 회복이 우선 돼야

현재 종단에서 정부에 요구하는 것들은 국민으로부터 불교에 대한 신뢰와 존엄성이 적정 수준에 이르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간 종단은 종권투쟁과 국고금의 횡령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지탄의 대상이 되곤 하였으며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종단 사회 여론으로부터의 지지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종단이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는 없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국립공원문제의 해결은 내부자정이 우선돼야 성공가능하다.

넷째, 기회주의 눈치 보는 버릇을 고쳐야

이번 본말사주지결의대회에서 보여준 영상물이나 몇 가지 주장을 살펴보면 솔직히 종단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던 사안들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미륵산 케이블카 문제 등 각 사안별 관심과 노력은 했겠으나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았음이 사실이다.

경부운하나 4대강 개발에 대해서도 그렇다. 종단에서 강력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소식을 접하기 어려웠던 사안들이다. 그저 몇 줄 논평이나 발표하고 외부단체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 정도로 치부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 하여 외부단체나 그런 일을 하는 활동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느냐 하면 딱히 그런 적도 없는 것으로 안다.

4대강개발과 전국 명산에 케이블카 설치 문제 등 모든 것이 불교와 직접 관련된 것들이다. 종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은연중 정권의 눈치를 보며 귀찮다는 식의 나태한 근성과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다섯째, 불교계 환경운동가들을 공개 지지해야 

▲ 지율스님홈페이지 http://www.chorok.org
종단 풍토 중 수행환경수호나 불교관련 환경운동은 비주류의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운동 정도로 치부하는 인식도 문제다. 지율 스님에 대해 사회언론이 2조원에 이르는 국고 손실을 보았다며 오보를 쏟아냈을 때, 스님의 호칭대신 법명 뒤에 비하적인 표현을 해야 한다고 모 언론인이 누차 주장해도 종단은 침묵했다.

지난 6월 29일 한나라당의 ‘최고위원회의 주요내용[보도자료]’ 중 공성진의원은 “천성산 도룡뇽을 보호하기 위해 100일 단식농성을 하는 그런 스님이 얼마나 많은 국민세금을 낭비했으며,” 라는 발언을 했다. 종단은 지율 스님 개인이 아닌 불교계 전체에 던진 비하의 발언임을 깨달아야 한다.

종단은 불교의 자존심을 지키고 수행환경을 수호하려고 애쓰는 스님들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 오체투지중인 수경스님

 여섯째, 종단부터 일상에서 문화유산보호의 자세 필요

사찰 일각에서 벌어지는 자연과 역사문화 환경의 파괴가 결코 만만치 않다. 재정수입을 목적으로 전통사찰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 공사는 다반사고 심지어는 납골당 사업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설사 그것이 경내지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해도 전통사찰에서 벌일 불사는 아니다. 절다운 정취를 우리 스스로 파괴한 사실에 대하여 스스로 비판해야 한다.

동양에서의 전통과 역사, 수행도량의 생명은 공간성이며, 보존은 그 공간의 보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종단이 문화유산보전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당장 전통사찰에 노 타이어 존[No tire zone/ 대웅전 중심 일정 반경(500m 내외)에 차량통행 및 주차금지 구역의 설치]부터 설치하여 경내분위기부터 수행도량의 정취가 풍기도록 해야 한다. 본사앞마당 까지 주차장이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은 현실이다. 일주문 안이 더 복잡한 현실이다.

사소한 듯 하지만 이번 결의대회의 준비 자세 또한 전통문화를 계승한 것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지에 손수 먹을 갈아 작성한 ‘금란방’과 ‘만장’이라면 전통과 문화 그리고 정성과 의지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석유냄새 나는 인쇄된 반듯한 활자체의 ‘금란방’과 ‘만장’에서 무슨 전통과 문화와 성의와 의지를 느끼겠는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만장에 대나무 사용을 금하자 반발한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전통사찰의 운영과 각종불사, 행사부터 전통과 문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득이하게 현대의 문명이기를 수용하려면 유무형의 전통과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달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2. 조계종 무엇을 어찌할 것인가?

국토와 역사문화 그리고 환경정책의 대 혁신을 기업이 직장폐쇄 하듯, 어느 공장의 노동자들이 투쟁하듯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불교계가 나섰다면 세속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진정성 없는, 종단의 대중부터 한마음으로 이끌어 내지 못하는, 관련 시민단체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서는 결코 목적달성이 불가능하다. 형식적인 계획과 진행은 되레 역효과임도 알아야 한다.

이번 통도사 결의대회로 대중 저변에 국립공원 및 각종 법령에 의한 불이익을 공감함에는 어느 정도성과가 있다. 반면 내부의 불만과 국민으로부터의 괴리도 감지되고 있다.

국립공원에 경내지가 포함된 현실에서의 문제점 그리고 공원구역에서 해제 시 자연생태 및 역사문화 환경의 변화, 그리고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가는 유무형의 이익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 모든 것들에 대해에 솔직한 대화마당이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책안의 내용은 언론에 공개할 수 없으나 건실한 운영조직부터 꾸려야 함이 순서다. 일은 사람이 하기에 그 책임자와 간부는 그야말로 애종심이 있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객관적 인사로 해야 한다. 종단과 대중의 물심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2007. 8. 28. 중앙종회 종책모임인 보림회·금강회 그리고 불교사회정책연구소가 정부와 종단에 건의한 ‘관람료문제 해결’을 위해 로드맵이다. 국립공원. 불교문화재 관련한 문제에 정부와 합동기구를 구성하여 사회적 합의하에 법과 제도를 개정하자는 제안이다. 당시 종단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에 임했어야 했다.

3. 끝내며

종단은 일을 저질렀으니 끝을 보아야 한다. 종도와 국민에게 성공적 결과물을 내 놓아야만 한다. 사회지도층 및 국민들로부터 어떻게 지지를 받아낼 것인지 스스로의 자세를 정립하고 방편을 찾아야 한다. 본 말사 주지 스님들은 물론 각 분야의 재가자들 역시 지혜와 힘을 꾸준하게 보태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국토를 건강하게 관리하며, 국민의 정신문화의 질적 개선의 차원에서 이번 조계종의 요구를 반드시 수용하여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현 문화유산과 국립공원 관련정책의 문제가 무엇인지, 미래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치우침 없는 검토를 해야 한다. 불교계의 요구를 색안경 끼고 바라보거나 당장의 거센 저항이기에 우선 피하고 보자는 시각을 경계한다.

정부는 OECD 가입국으로서 문화야만국, 생태환경 파괴의 나라, 국민소득 300불에도 못 미치는 국가보다도 국립공원과 문화재를 외면하는 국가라는 지적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며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전통문화와 생태환경보전에 대한 정책방향에 따라 결정됨을 잊어서는 안 된다.

/法應(불교지도자넷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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