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3일간의 기적
템플스테이, 3일간의 기적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2.18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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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필자가 운영하는 노숙자쉼터(부산보현의 집)에 가끔씩 나와 자원봉사를 하고 가는 어머니가 있다. 그에게는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귀하게 자라서인지 대단히 이기적이고 반항적이라며 걱정이 많았다.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가 갖고 싶은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몇날 며칠이고 문을 걸어 잠근 채 학교에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낭비벽도 심해서 적지 않은 용돈을 주는데도 늘 적다고 떼를 쓰며 어머니를 볶아대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어머니에게 아들과 함께 템플스테이에 참여해보라고 권하곤 했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제 멋 대로인 녀석이 순순히 따라나서겠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곤 했었다. 그러던 그 모자(母子)가 산사체험을 하고 왔단다. 따라나서기만 하면 무슨 요구든 다 들어주겠노라는 약속으로 녀석을 꼬드겨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던 것이다.

▲ 백담사 템플스테이 현장 ⓒ불교문화사업단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사흘간의 산사생활을 견디는 동안 녀석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고분고분해진 것은 물론 낭비벽도 사라지고, 반찬 없는 밥상을 차려줘도 고마움을 표시하는 등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녀석을 그렇게 변화시킨 것은 템플스테이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서도 발우공양 체험을 통한 깨달음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알다시피 발우(鉢盂)는 스님들이 식사할 때 쓰는 그릇이고, 공양(供養)은 식사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때 사용하는 그릇은 모두 4개에 불과하다. 제일 큰 그릇은 밥그릇, 두 번째는 국그릇, 세번째는 물그릇, 가장 작은 것은 찬그릇이다.

발우를 차려 놓는데도 법도가 있다. 가부좌를 튼 채 고요히 앉아 밥그릇은 왼쪽 무릎 끝에, 국그릇은 오른쪽 무릎 끝에, 또한 찬그릇은 밥그릇 뒤에, 물그릇은 국그릇 뒤에 가지런히 놓고 순서를 기다렸다가 차례가 오면 허기를 면할 만큼만 담아먹는다.

스님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발우공양은 몸과 마을 비우는 수행의 한자락일 뿐이다.

이 밥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밥을 받으리라.

스님들이 식사 전에 외우는 게송이다.

어머니를 따라 템플스테이에 참가했던 녀석도 사흘간의 끼니때마다 이 게송을 따라 외웠을 것이다. 그러면서 한 숟갈의 밥을 먹기까지에는 땅과 물, 공기와 불, 농부와 부모를 비롯한 수많은 존재의 수고로움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웠을 것이고, 쌀 한 톨이 생명에 보탬이 되어주듯, 그 자신 역시 사회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스스로 우러났을 것이다.

템플스테이는 이처럼 절제된 생활을 몸소 보여줌으로써,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종교를 떠나, 각박한 세상에 지친 이 시대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체험해볼만한 ‘참사람’ 수련장인 것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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