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서 스님 만난 전두환 "내가 뭘?"

회고록 '공권력으로 대응해야 했던 일들'서 "10.27법난 당시 몰랐다"

2017-04-11     조현성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0년 군홧발로 불교계를 짓밟은 10.27법난을 8년이나 지나 백담사 유폐 당시 알았다고 했다. 10.27법난은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일이라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최근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 제2권 3장 다함께 열린 사회로 가운데 '공권력으로 대응해야 했던 일들'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 씨는 "'10.27법난'이란 말을 들은 것은 그 일이 일어난 지 8년도 더 지난 1988년 겨울이었다"고 했다.

"악연도 선연될 수 있다" 말에 갸우뚱

전 씨가 10.27법난을 알게 된 것은 백담사 유폐 시절이다. 전 씨를 위로하기 위해 찾아온 스님들은 "악연도 선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전 씨는 "(스님들의) 그 말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일을 했기에 불교와 악연을 지었다고 하는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받아본 정보보고서에 10.27관련 내용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나는 기억조차 해낼 수 없었다. 노태우 보안사령관한테서 직접 보고 받은 기억도 없었다"고 했다.

전 씨는 "당시 사회 각 분야 개혁 작업이 진행돼 왔기에 불교계에 대해서도 적폐를 도려내는 작업을 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면서 자신은 제5공화국 헌법을 만드는 일, 경제 살리기에 매달려 있었다고 했다.


무슨 특별한 정보가 있었을 것

전 씨는 "노태우 보안사령관이 작심 하고 불교에 대해서 몹쓸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무슨 특별한 정보가 있었을 것이다. 폭력배 마약사범 탈영병 등이 깊은 산속 암자에 은신해 있다는 얘기들은 나도 듣고 있었다"고 했다.

전 씨는 "내 모친과 누이들, 형수가 모두 불심 깊었다. 노태우 보안사령과도 불자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불교를 박해하려고 했겠느냐"고 했다.

전씨는 훗날 알게 됐다면서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가 스님 등 불교계 인사 100여 명을 연행하고, 전국 사찰과 암자 5000여 곳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당시 '불교 정화' 사회적 의제

이 조치와 관련해 계엄사는 "상당 기간이 경과해도 불교계 자체가 정화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아 자력으로는 도저히 갱생의 힘이 없는 것으로 판단, 부득이 사회정화 차원에서 철퇴를 가한 것이며, 그 목적은 불교 내부의 분규 종식, 부정 축재와 비리행위자 색출 및 종단 재산관리와 해외활동을 둘러싼 사기행위자, 국위 손상자 색출에 있다"고 발표했다.

전 씨는 "그 시절 불교계는 각 종단 간 다툼, 종단 내 분규, 일부 승려들의 탈선행위, 폭력배 등 무자격 승려들의 행패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언론에서 '불교 정화'를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씨는 "국정 최고 책임자였던 내 불찰과 책임을 통감한다. 이 일로 적지 않은 사람이 피해 입은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전두환 '천도' 기도 70일 만에 가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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