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법문 가졌던 스님의 ‘무문관’ 평송
무진장 법문 가졌던 스님의 ‘무문관’ 평송
  • 조현성
  • 승인 2013.01.0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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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일 거사 ‘설봉 도인 무문관 평송’ 펴내

어느 날 성수 스님(1923~2012)이 부산 초량 금수사에 들렀더니 한 노승이 빨간 홍가사를 입고 심지법문(心地法門)을 설하고 있었다. 성수 스님은 그냥 갈 수 없어서 노승이 하단한 후에 인사를 드리고 나서 이렇게 물었다.

“현재 하신 법문이 당신 거요, 남의 거요?”
노승이 답했다. “내 것도 무진장(無盡藏)인데, 남의 재산 탐하겠소?”

이를 두고 스님은 “누더기 속의 옥동자로구나”라고 말했다.

“요즘 선방에 장값(찬값)하는 중이 있구려”라며 노승이 미소를 띠자, 성수 스님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모양은 남루하나 정신은 살아 있네.”

성수 스님과 법거량 했던 노승이 설봉학몽(1890~1969) 선사이다.

선사는 만공ㆍ용성 스님 등 선지식 문하에서 정진하고 1969년 4월 17일 선암사에서 열반에 들 때까지 후학을 제접했다.

<설봉 도인 무문관 평송>은 <무문관> 48칙 공안에 대해 설봉 스님이 평과 송을 붙인 것이다.

역저자 심성일 거사는 선사의 법문집 <설봉대전>에서 <무문관>이 설해진 것을 발견해 기연이 될 만한 설화들을 덧붙여 엮어 이 책을 펴냈다.

심 거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설봉 스님과 그 분의 선풍을 제 부족한 솜씨로나마 되살려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끄러움을 알면서도 작업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행여 내 불찰로 선사의 뜻이 잘못 전달됐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호랑이를 그리려 했으나 고양이 밖에 그리지 못한 내 미숙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사는 ‘선가한화 연기(禪家閑話 緣起)’에서 “나는 제방(諸方)의 점검과 꾸짖음을 마다하지 않고 무문 화상의 평송(評頌) 말미에 나 자신의 소견을 평송으로 덧붙였으니, 훗날 벗들과 탁마하여 서로 성장하는 도구로 삼기 위해서이다. 만약 긍정치 못하는 사람은 청컨대 일전어(一轉語)를 내려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설봉학몽 스님은 1890년 11월 25일 함북 부령에서 장영교 선생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902년 한성중앙학교를 거쳐 공업전문학원에 들어가 신학문을 배웠다. 1910년 20살 되던 해에 조선총독부 문관으로 취직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항일운동에 관련돼 검거되었다. 이후 한동안 투옥ㆍ도피 생활을 하다 1915년 25세에 함경남도 안변의 석왕사로 출가해 참선 공부에 전념했다.

1920년 만공 스님 회상에서, 1925년 도봉산 망월사 용성 스님 문하에서 정진했다. 이후 20여 년간 오대산 금

강산 설악산 태백산 등에서 정진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조선불교의 정통성을 계승하기 위해 선학원 등에 주석하면서 정화불사(淨化佛事)에 전력을 기울이다, 1955년 불교정화가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한 뒤 남쪽으로 주석처를 옮겨 후학들을 제접했다.

부산 범어사와 대각사, 선암사 등에서 머물던 스님은 1969년 4월 17일 선암사에서 세수 80, 법랍 55세로 원적에 들었다. 스님은 <선문촬요> <선관책진> <선문염송> 등 원전을 현토 주석한 저술을 남겼다.

설봉도인 무문관 평송┃무문혜개 지음┃설봉학몽 평송┃심성일 역주┃비움과소통┃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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