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된다면서 제사 계속 모시는 이유?
'천도'된다면서 제사 계속 모시는 이유?
  • 조현성
  • 승인 2013.01.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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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래 박사 ‘한국불교의 일생의례’ 펴내

한국불교에서 제식(祭式)은 주요한 재정 수입원 가운데 하나이다. 상식을 넘는 횟수의 천도재가 한국불교총본산에서 봉행됐던 적도 있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1000만원대 기부금이 천도재 비용이었다고 해명할 만큼 널리 행해지고 있다.

구미래 박사는 최근 <한국불교의 일상의례>(민족사 刊)를 펴냈다. 책은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불교가 민간의 종교적 삶을 지배해 온 민족종교임을 강조한 학술서이다.

구 박사는 책에서 “성직자의 매개에 의해 영혼의 중요한 변화를 실감하는 천도재는 제사에서 가능한 종교적 체험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찰에서의 제식은 제사가 아니라 재(齋)임을 강조하는 것은 망자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구 박사는 “사찰에서 지내는 제사로서 ‘재’는 불교와 유교에서 죽음을 다루는 두 의례간의 결합”이라며 “천도재 속에는 저승에 편입되지 못한 망자가 어딘가 떠돌고 있고, 생전의 업에 따른 심판을 앞두고 있다는 설정이 전제돼 있다”고 말했다.

불교에서는 고정불변 하는 실체적 자아를 부정하고 윤회 주체를 업으로 본다. 인과관계에 따른 체계적인 연기로 윤회가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천도재에 투영된 죽음인식은 몸과 분리된 영혼을 ‘나’의 실체로 보면서 이 영혼이 사후에도 남아 윤회한다고 본다. 스스로 지은 업대로 받는 인과 법칙도 방편불교에서는 타력에 의해 업을 없애거나 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 박사는 “천도재는 방편불교의 특성이 집약된 의례”라며 “‘판결을 받는 망자’와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유족’의 관계 속에서 의례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로써 유족에게 미치는 공덕과 선업을 강조하는 구도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교 제사를 ‘천도’로 이해하거나 ‘조상공양과 선근공덕 쌓기’로 보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 제사를 ‘조상공양과 선근공덕 쌓기’라는 주장에서는 ‘천도’라고 부르게 되면 제사의 대상은 조상신이 아니라 구제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귀거나 명계에서 고통 받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강조한다. 

매년 명절 차례와 제사를 지내며 천도까지는 하는데도 여전히 영가가 명계에 있다면 불교의 자비ㆍ법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구 박사는 “사십구재를 지난 뒤라도 영가를 향한 의식은 지속적으로 천도의 의미를 지닌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상이든 고혼이든 먼저 떠난 이를 위해 불법을 전하며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는 의식이 곧 천도이고, 이미 다른 몸을 받은 영가라고 해도 생전에 혈육으로 만났던 인연으로 지속적인 천도를 빌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만해 스님은 “제사를 통해 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면 한 번 제사하는 것으로 족할 것이며, 제사한데도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만 번 제사해도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불교의 일상의례┃구미래 지음┃민족사┃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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