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참회·보은·사모해야 비로소 사람”
“어머니 참회·보은·사모해야 비로소 사람”
  • 조현성
  • 승인 2013.02.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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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지원 스님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 때’

책의 서문은 저자가 온갖 공력을 기울여 쓴 글이다. 표지가 책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면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 보이는 서문은 그 첫인상을 다시금 확인시키고, 책의 대강을 알게 하는 조개 속 진주이다.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 어떤 과정으로 썼는지, 어떻게 읽을지를 친절히 설명하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불서의 서문을 소개하며 세 번째로 송암 스님(안성 도피안사 주지)의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 때>(종이거울 刊)을 옮긴다. 편집자 주.


효심(孝心)이 불심(佛心)이고, 효행(孝行)은 불행(佛行)이다.
따라서 불교는 효의 종교다. 아니, 새삼스런 일이 아닌 본래부터 효의 종교였고 가르침이었다. 부처님께서 그렇게 이르시고 몸소 행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오늘날 현실은 그 반대의 분위기가 되었을까?

사실 불교는 지극한 효행을 갖췄으면서도 근세조선시대 유생들에게 ‘불효·불충’의 가르침이라고 심한 핍박을 받았다. 다만 가르침이 다르고 방법이 달랐을 뿐인데, 불교를 근본(孝와 忠)이 없는 가르침이고 집단이라고 험한 비난을 퍼부었고 온갖 오해와 핍박을 가했다. 그래도 아무 소리 않고 머리 숙여 묵묵히 지내왔다. 그것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부처님과 역대조사나 뛰어난 선지식들의 효심과 효행을 찾아 불교의 본래면모와 본래자리를 되찾아 놓으려고 한다. 또한 바른 가르침을 펴온 불교가 어찌 인간의 일차관계인 효에 대한 가르침이 없었을까? 도저히 어불성설이다. 이에 강개해 불교의 바른 면모인 효행의 사례를 찾아내어서 세간에 거듭 널리 드러내고자 한다.

또 그동안 일부 출가자들마저 효에 대한 무지와 편견, 무자각의 방임 속에서 살았던 것도 감출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출가자들은 생나무 가지를 찢는 아픔을 부모의 가슴에 안겨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도 닦는다는 이유가 미화되어 효에 대한 일각의 무지가 여지껏 방치되어 왔다.

그런 오류와 착각을 부처님의 가르침과 고인의 일화와 대덕의 사례를 통해 엄히 지적하고 싶다. 다소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 불교적인 효를 깨닫게 하고 싶어서다. 그리하여 출가자 자신과 세간에 불교적인 효의 자리를 되찾아주고, 동시에 출가자는 즉각 실천하는 인간계의 사표가 되도록 해야겠다.

불교적인 효의 전범은 근본인 부처님으로부터 시작하여 지리적으로 인도와 티베트를 거쳐 중국과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출가선지식들을 통해 여러 면모를 살펴본다. 설령, 아무리 뛰어난 고승이라고 해도 어머니 앞에서는 단지 아들이고 딸일 뿐이다. 아들로서 딸로서 어머니에 대한 참회와 보은의 마음과 사모의 마음이 있어야 당연히 인간의 반열에 든다 할 것이다.

그리고 훌륭한 어머니가 있어야 장한 자식이 태어날 수 있고, 나아가 출가할 수 있다. 어머니가 신심이 없으면 출가가 어렵기도 하지만 출가했다고 해도 그 소임을 다하기가 어렵다. 자식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나 어머니가 자식에 대한 마음은 공히 자비심의 발로이고, 결국 그 자비심의 지향점은 일체중생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출가자와 어머니와의 관계는 현실적으로는 동떨어져 있으면서도 근원적으로는 매우 밀접하다. 이것이 신앙의 단초인 깨달음이다.

자신의 목숨과도 같이 귀하게 키운 자식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산으로 떠나보낸 그 어머니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생나무가지를 찢는 아픔이라고 해도 될까! 하지만 그런 말도 미치지 못하리라. 어머니의 그 자리는 언어사랑 부도처(不到處)인가?

인류 유사 이래 뛰어난 인물들은 어머니로부터 감화를 받은 사람이 많다. 불교 역시 그렇다. 그것은 어머니의 위대성인 모성의 힘 때문이리라. 그 힘은 생나무가지 찢는 극한 아픔마저도 묵묵히 받아들인다.

특히 불교는 사상성이 강하고 신앙성이 뛰어나다. 이 두가지를 동시에 잘 갖추고 있기에 출가자가 특출하지 않으면, 불교의 가르침이 온전해지지 않고 감당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출가자의 특출함, 이 또한 어머니의 특출함과 그 영향으로 비롯된다.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아니, 어머니를 그리워한다기보다 어머니의 절대적인 사랑을 그리워한다. ‘절대적인 사랑’이라는 말은 무조건을 뜻한다. 조건을 두지 않고 이유를 세우지 않고 싫증이 없으며 중단이 없다. 따라서 무조건이다.


이 무조건적인 절대의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세간에서는 출세하게 되고 성공하게 하며, 출세간에서는 도를 이루게 하고 바른 삶을 살게 한다.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본성회귀의 생명원동력이다. 이 책의 원고가 말해주고 있다.

출가자는 산문에 들어오는 날부터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사회로부터 정신적인 지도자 대접을 받는다. 당연히 출가자 자신은 지도자 수업을 닦아가야 한다. 불심이 곧 효심이고 불행(佛行)이 곧 효행이라는 원초적 믿음과 태생적 본능의 출발지에서부터 지도자교육은 시작되고 그 근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 때┃송암지원 편저┃종이거울┃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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