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현장엔 불교인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여기 현장엔 불교인이 보이지 않는다”
  • 이혜조
  • 승인 2013.02.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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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 《지금 당장》서 일갈 “종교집단 물신화, 영혼이 없어”

도법 스님이 신간 《지금 당장, 도법 스님의 삶의 혁명》을 통해 한국 불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도법 스님은 “출가한 몸으로 평생을 살아온 어눌한 승려가 하는 이야기라서 별 신통치 않은 이야기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면서도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길이라면 “불교와 조계종단에 그리고 교회 앞에 엎드려 절해야 한다면 절하겠습니다. 청와대에 가서 읍소하라면 읍소하겠습니다”라는 심정으로 썼다고 했다.

책은 주로 ‘존재의 실상’, ‘지금 여기’, ‘전도몽상’, ‘생명평화’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자주 한국 불교의 현실을 엄정히 짚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수행자의 관습적 태도가 첫 번째 지적 대상이었다.

“불교 수행자에게서도 가끔 이런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은 힘들지만 참고 견디면서 오랫동안 수행을 하면 먼 훗날 깨닫게 된다. 그런 다음에야 완성자인 붓다로 살고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옳고 바람직하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고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을 할 경우, 그것이 아무리 옳고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결코 참되고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이런 사고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가는 헛된 생각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사고를 전도몽상이라고 합니다.(16쪽)”

'지금 여기' 삶의 현장에서 중생의 아픔을, 아픔의 원인을 찾아 근원적인 치유를 해야 한다는 도법 스님은 그 현장조차 가보지 않는 조계종 ‘큰스님들’의 형태도 꼬집었다.

“내가 절집에 몸담고 있는 동안, 조계종단 출범 50년 동안에 고승이라고 하는 분들이 붓다처럼 첨예하면서도 절박한 문제의 현장에서 중생과 고락을 함께했다는 얘기를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도들 집에 찾아가거나 죽은 사람 천도재 지내러 다니는 것만이 그분들에게 현장이었습니다.(52쪽)”

스님은 이어 “결국 극단적으로 현실에서 떠나 은둔하여 지난 50년 동안 참선에 골몰하는 것이 최고의 길로 인식되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동안 그 많은 사람들이 참선에 골몰했음에도 우리가 희망하는 깨달은 사람이 안 나온다는 점입니다. 언제까지 그 궁색한 논리를 믿고 기다려야 할까요? 계속 기다리는 것이 옳다고 한다면 결국 한국 불교는 오늘의 종교가 아니라 먼 훗날을 위한 종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참으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53쪽)”라고 진단했다.

스님은 비슷한 맥락에서 정형화된 한국 불교의 수행체계를 문제 삼았다.

“붓다는 자신의 가르침이 지금 여기에서,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국 불교는 대체적으로 일상 속에서 적용되도록 해석되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수행을 하려면 일상의 현실을 떠나 특별히 법당에 가서 절을 해야 하고, 선방에서 용맹정진해야 하고...... 그래야만 되는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삶에서 적용되었을 때 그 내용이 확인되고 증명되도록 해석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여기 현장엔 불교인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를 자꾸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을 극복해야 비로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불교가 될 수 있습니다.(102쪽)”

도법 스님은 “불교 교리나 수행법이란 것은 결국은 붓다가 당시 사람들에게 응병여약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불교의 정신과 원리로 볼 때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화두는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고 끊임없이 창조되어야 옳”으나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간화선’과 ‘화두’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불교 최고의 수행이라고 하는 이 간화선이 지금 시대에 잘 통하고 있는 것이냐? 그렇게 수행하면 깨달음을 성취하여 붓다가 되는 것이냐? 왜 그렇게 많은 스님들이 간화선 수행을 하는데 깨달은 사람이 안 나오냐? 왜 참선을 오래 한 스님들이 더 권위적이고 독선적이고 배타적이고 이기적이고 신경질적이냐?... 솔직히 나도 간화선 수행을 하고 있지만 시원한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해마다 산중 100여 개의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출가수행자들이 간화선 수행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물음이 단순한 물음만이 아니고 오늘날 한국불교 현실에서 그런 문제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못 찾아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는 오늘의 한국불교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 입장에 서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불교가 진짜 불교인가 하는 끝없는 의문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114쪽)”

그는 종교평화선언(21세기 아쇼카선언) 준비과정에서 한 주장은 굽힘없이 되풀이 했다.

“성자들, 현자들이 하는 얘기는 사실 대동소이합니다. 누구는 하느님이라고 하고, 누구는 붓다라고 하고, 누구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언어, 개념이라는 것은 강을 건너기 위해 잠시 필요하고 강을 건너면 버려야 하는 나룻배, 뗏목입니다. 그 말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뜻이 무엇인가가 중요한데 그것은 실상 다 같은 얘기라는 것입니다. 하느님, 부처님 이런 것은 인격화시킨 개념이고, 도나 진리, 법이라는 말들은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개념입니다. ... 문제는 우리가 불교 수행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156쪽)”

스님은 종교집단의 물신화를 넘어 아예 영혼이 없다고 일갈했다.

“영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표적인 사회조직인 종교집단에 영혼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입니다. 영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종교집단에 더 큰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종교집단마저도 물신화되고 근본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깊어지는 것이고 더욱 깊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도법 스님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한국 현대사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특수 위치다"라며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이 곧 당선자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므로 대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도법 스님은 이 책에서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도법 스님의 삶의 혁명 지금 당장,┃도법 스님 지음 ┃다산초당 ┃252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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