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비리 까발려 ‘신도들 받은 상처 어떡하냐’고?
종교비리 까발려 ‘신도들 받은 상처 어떡하냐’고?
  • 조현성
  • 승인 2013.07.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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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종교가 창피하다’…개신교야, 네 모습 어디서 본 듯하구나

“다만 하나님의 자리에 오른 목사를 인간 본래 자리에 앉히고 싶은 마음뿐이다. 모든 인간은 죄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사는 설교하는 죄인이다. 이 정체성을 겸허히 인정하는 순간, 개신교의 부패와 비리는 최소화 될 수 있다.”

‘나는꼼수다’ 4인방 가운데 한 명인 ‘목사 아들 돼지’ 김용민은 <한국 종교가 창피하다> 머리말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말에서 ‘하나님’을 ‘부처님’으로, ‘목사’를 ‘스님’으로, ‘설법’을 ‘법문’으로, ‘죄인’을 ‘중생’으로, ‘개신교’를 ‘불교’로 바꾼다면? 이 책의 묘미는 이들 단어를 바꿔 읽어도 수긍이 가는 데 있다. 창피하다 못해 쪽팔릴 정도로 닮은 모습에 얼굴이 화끈해지면서.

책은 김 목사가 한국종교의 어두운 치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2012년 총선 낙선 후 국민TV에서 막장드라마 ‘나비효과’를 만들어 대형교회 목사들의 온갖 비리와 추문, 종교인으로서 차마 상상할 수 없는 온갖 엽기적인 사건들을 수년간 파헤쳤다.

저자는 기독교가 맛 가기 시작한 배경을 ▷로마제국의 기독교 공인 ▷아우구스티누스의 ‘정의로운 전쟁’ 발언 ▷칼빈의 부자 옹호 주장에 있다고 분석했다.

390년 테오도시우스 1세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하면서 갈릴리 변방에서 기득권세력과 맞섰던 청년 예수가 대로마제국의 국교 교주가 됐고, 그 자체로 권력이자 기득권이 됐다는 설명이다.

또, 아우구스티누스가 ‘정의로운 전쟁’이 있다고 말하면서, 평화의 왕 예수가 전쟁의 발화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칼빈이 예정론을 구실로 부자 되는 것이 하나님 뜻에 합치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은 부와 자본에 대한 무비판적 수긍을 부른 억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칼빈이 말한 청빈 겸손 성실 등은 어디까지나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은 팟캐스트 1위를 기록한 ‘나비효과’를 소설로 수정·보완한 것이다. 저자는 “독자들은 픽션·논픽션 구분할 수 없는 흐름에 빠져 몇몇 현실 속 인물과 오버랩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제2장은 현대사 속에서 한국의 개신교가 어떤 관계를 맺고 성장해 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박정희 정권과 개신교계가 ‘팽창’을 접점으로 만나 ‘조국근대화’와 ‘민족복음화’, ‘잘살아보세’와 ‘삼박자 축복’ 등과 등식을 이루며 긴밀히 관련됐다는 내용이다.

제3장은 ‘나비효과’ 주인공인 육봉기 목사와 저자 김용민 간의 종교 배틀 토크를 수록했다.

저자는 “결국 종교가 가야할 방향은 특정인물 몇몇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 함께 누리고, 공감하고 모두가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개신교 성장에 감동과 교훈이 작은 이유는 예수의 정신이 외면된 채 정체 없고 변태적이기까지 한 승리지상주의에만 매몰됨 때문일 것이다. 이 근원도 알 수 없는 속물적 성취 논리를 버리지 않는 한, 개신교인들에게 볕들 날이 없을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책 가운데 주인공 육봉기 목사가 저자 김용민 목사에게 묻는다.

“나꼼수로 얻은 한 줌의 인기를 등에 업고 그대가 기독교를 모독하고 공격해 교인들이 받은 각종 상처에 대해 어떻게 참회하겠나?

저자 김용민이 답하기를

“(짝퉁)‘너훈아’의 창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게 ‘나훈아’를 비난하는 것인가? 육봉기 목사는 예수가 아니다. 당신이 우스워서 우습다고 말하는데 이게 어떻게 기독교 공격인가?

신이 누릴 영광과 존엄을 무도하게 탈취해 그 권위를 행사한 삯군들을 욕한 것이 기독교 모독일 수 있겠는가.

교인들도 그렇다. 이걸로 각종 상처받은 이들이 있다면 상처가 아니라 부서지고 깨지는 충격파가 필요하다. 온갖 오입질과 금전 사기에도 ‘아멘, 아멘’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사과가 아니라 임상병리학적 치료일 뿐이다.

우리 덕에 당신이 세계적 영적 지도자가 아니라 ‘영점’ 지도자라는 본질이 확인되지 않았나. 사람을 돈으로, 힘으로 제압하면 돌들이 다음 타자로 등장할 것이다.”

저자는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맺음말에서 2008년 한미소고기협상에 분개했던 국민들이 2013년 부정선거에 눈 감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렇게 말한다.

“지난 5년 우리는 정부에 대항하면 밥줄 끊긴다, 나서는 놈이 바보다, 이렇게 길들여져 왔던 것일까. 조선놈은 패야 말을 듣는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말을 우리 스스로 그렇게 입증하는 꼴일까. 우리는 이렇게 무릎을 꿇은 것일까. 어둠이 이긴 나라인가, 곧 빛이 진 나라인가.”

그러면서 강조한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역사의 정의를 믿는 이들은 새겨야 한다. 우리는 세상의 빛이다. 빛이어야 한다. 어둠을 몰아내는 세상의 빛이어야 한다”고.

한국 종교가 창피하다┃저자 김용민┃휴먼큐브┃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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