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왕래가 멈췄다. 최근 잠잠해지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14년 전까지 오갔던 남북불교 교류 이외에도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일환의 남북 공동발원문 채택과 동시발표 등은 감감무소식이다.
더욱이 2021년 1월 말, 지성당(志成堂) 강수린 위원장의 전격사임으로 말미암아 북한불교를 대표하는 조불련 위원장직은 공석이다. 또 그때 소명당(昭明堂) 차금철 서기장의 사임으로 서기장직도 비어 있어 직교류를 위한 파트너십도 불투명하다.
그간 북측에서 ‘사상에서의 오염원’이라는 종교와 ‘자본주의 황색바람’으로 여기고 있는 교류 부문에서 남북 공동발원문이라는 주제가 1997년부터 십 년 동안 실현된 것은 가히 역사적 사건이다. 가장 종교적인 내용과 가치를 보여준 공동발원문의 채택과 동시발표는 겉으론 종단의 봉축 법요식에서 한 번 낭독하는 것쯤으로 보이지만, 이 일이 성사되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과 고통에 의해 일구어진 열매라는 사실이 간과되었다.
오는 5월 10일, 보수정권의 출범으로 말미암아 남북대화는 더 냉랭해질 것이 뻔하다. 이런 국면에서도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심정으로 올해, 북녘의 사월 초파일에 관한 소식과 그 주인공들을 다시 찾아본다. 이것은 남북불교 교류의 파트너십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기도 하다.
국민과 참여정부에서 10년 동안 교류했던 내용들은 어떤 광고의 카피처럼 “예전에는 그것도 분명 좋았지만, 한번 경험한 좋은 것은 다시 과거로 쉽게 돌아갈 수 없다.” 분명 북녘의 불교에서도 많은 부문이 변하였고, 교류를 통해서 얻은 좋은 경험들은 이미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경험을 통해 얻어진 교류 내용은 누군가에 의해 일부러 훼손, 파괴하지 않는 한 다시 대화의 끈을 잇게 하는 교류 콘텐츠인 동시에 무한에너지라 할 수 있다.
남녘에서도 금강산 신계사 온라인 등달기 등 봉축행사가 이어지고, 북녘 하늘 밑에서도 사월 초파일 기념행사가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남측 조계종단에서 ‘부처님오신날’로 명칭 단일화를 외치지만, 북녘에서는 이런 사실을 거의 모른다. 그러므로 이글에서는 생소한 기념일의 명칭보다 누구나 “아. 그날이구나.”라고 알고 있는 불교 명절인 ‘사월 초파일’ 이름을 그대로 쓴다.
북녘에서 음력 기준으로 기념하는 유일한 명절인 사월 초파일은 민중들이 마음으로 기억하고, 대대손손 다시 절을 찾는 그런 명절이다. 여기에다 전국 75개소에 이르는 북녘 사찰의 주인공으로, 그 아름다운 절을 지키고 가꾸는 분들이 살아 숨 쉬고 있기에 소개하는 일은 너무 늦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손이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들의 카메라에 들쭉날쭉 담겼다는 점은 참 부끄러울 따름이다. 흔히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절은 바로 ‘친~절’이라고 한다. 사상과 이념에 친절을 더하면 ‘동지’가 되고, 불교와 사찰에 친절을 더하면 ‘동무’가 된다는 사실을 감히 예시한다.
북녘의 사월 초파일 풍경은 지난 2013년 5월 17일 묘향산 보현사에서 열린 ‘불탄절 조국통일기원법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향산 보현사는 경내 대웅전・관음전・영산전에 불보살을 모셨고, 뒷산 용주봉에 진신 사리탑이 서 있는 불보사찰, 팔만대장경보존고에 보존된 해인사판 재조대장경의 인쇄본과 용천다라니 석당이 있는 법보사찰, 30여 명의 승려와 천여 명의 불교도가 머무는 승보사찰로 삼보사찰의 위상을 가진 절이다. 이곳 보현사의 대웅전 마당과 13층 석탑에 사월 초파일을 맞아 오색천과 비닐 연등을 내걸었던 모습이다. 고려 말에 건립한 팔각십삼층탑에 달린 바람방울(風磬)은 총 108개였는데, 그중 4개는 전쟁 시기에 소실되었다고 전한다.
현재, 북측에서는 주지란 직책과 스님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남측의 주지직과 같은 ○○사 관리인 또는 ○○산 력사박물관의 관장이란 직책을 가진다. 1911년 이해조가 지은 신소설 《쌍옥적》에 처음 기록한 스님이란 용어 대신에 주로 ○○대사 또는 선사 그리고 직책으로 부른다. 2019년 11월, 평양 《조선중앙TV》가 방영한 함경북도 명천군 칠보산 ‘송이 진흙구이’ 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사 중’이라 부른다. 삭발하고 승복을 입고 절에 머무는 사람을 ‘중(衆)’이라고 통칭하는 것과 달리 평양 등 상급 단체의 분들에 대해서는 위원장 등 직함을 부르고 쓴다. 이글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주지’란 직함을 임의로 표기하였다.
또 평양의 조불련 소속 임원 및 승려들과 다르게 지역 사찰의 승려들은 ‘자율적 삭발’을 하고 있다. 이글에서는 남북불교 교류의 공통점과 공감을 이루는 삭발 여미(削髮麗美)한 분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것은 오래도록 우리의 가슴에 남는 명시로 알려진 시인 조지훈이 1939년 발표한 《승무(僧舞)》에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라며 묘사한 모습과 같이 남북불교가 함께 가지고 있는 공감대의 영역이다.
▎묘향산 보현사 주지 청백대사
▎평양 광법사 주지 수덕대사
▎평양 정릉사 주지 정진대사
▎외금강산 신계사 주지 진각대사
▎개성 오관산 영통사 주지
▎개성 안화사 주지와 내방객"
▎개성 관음사 주지 청맥대사
▎황북 성불사 주지 법성대사
▎함북 칠보산 개심사 주지
▎함남 함흥 귀주사 대웅전과 승려
위의 사진과 같이 외금강산 신계사, 함경남도 함흥 귀주사의 붉은 승려들은 모두 대한제국 때 승려들로 북한불교의 계보를 잇게 한 주인공들이다. 이분들의 옛 모습을 통해 지금 북녘의 절과 수행자들을 가늠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주요 사찰의 역사와 그 주인공들에 대한 해설은 부득이 생략하였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이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사랑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하는 마음에서 필자의 잡설은 생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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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범은
경북 경주 출생으로 1984년부터 불교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에 참여하다가 1990년 초, 법보종찰 해인사에 입산 환속했다. 1994년부터 남북불교 교류의 현장 실무자로 2000년부터 평양과 개성・금강산 등지를 다녀왔으며, 현재는 평화통일불교연대 운영위원장과 북한불교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북불교 교류 60년사’ 등과 논문으로 ‘북한 주민들의 종교적 심성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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