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불사 보시, 부처님 욕되게 하는 짓”
“큰 불사 보시, 부처님 욕되게 하는 짓”
  • 조현성
  • 승인 2013.11.0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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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스님 “자기희생에서 오는 내적 마음의 정화 추구해야”

“티베트도 요즘은 큰 절 짓고 큰 불상 만드는 게 불교인양 헛짓만 한다. 불상은 부처가 아니다. 부처의 상징일 뿐이다. 불자들도 깨어있는 의식을 갖춰야 한다. 의미 없는 큰 불사에 보시하는 것은 부처님을 욕되게 하는 처사다.”

히말라야의 한인 성자 청전 스님이 맑은 영혼의 기운을 담은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를 펴냈다. 스님은 5일 서울 인사동에서 다람살라 생활, 달라이라마 이야기 등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스님은 “공덕인지 정법인지를 헤아려 바른 시주를 해야 한다. 종교의 본질이라고 할 영성은 큰 성전이나 사원, 커다란 신상에 있지 않다. 자기희생에서 오는 내적인 마음의 정화, 즉 물 없이 목욕하는데서 오는 것임을 알아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전 스님에게는 인도생활을 마치기전 숙제가 있다. 한 거사가 낸 숙제로 '달라이라마의 온화한 미소를 배워오라'는 것. 스님은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한국으로 영구귀국하게 되면 가장 낮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을 만들고, 종교간 화합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했다.

“종교인다우려면 위선 없어야”

청전 스님은 신학교를 다니다가 출가한 이력을 갖고 있다.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구산 스님은 스님에게 ‘전생’을 이야기했고, 스님은 이를 곱씹다가 결국 출가를 했다. 출가 후에는 제방 선원에서 참선을 했다. 수행에서 생긴 의문을 풀기 위해 선재동자처럼 순례를 떠났다. 미얀마 등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수행을 했다.

스님은 “동남아 등지에서 수행하며 느낀 것은 그곳의 큰스님들은 큰스님다웠다. 위선이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동가식서가숙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 가운데 달라이라마와 마더 테레사, 까르마파는 스님에게 큰 감동을 줬다.

스님의 삶은 남지심의 <우담바라>로 소설화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스님은 “소설 속 주인공은 결국 환속하던데, 나는 환속할 마음은 전혀 없다”고 우스개를 했다.

히말라야에서 26년을 사는 탓에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언론의 섭외 1순위이지만 스님은 모두 거절한다고 했다. “TV는 다 조작이다. 위선이 싫다”며.

“법정 스님에게 많은 가르침 받아”

스님은 출가 초기부터 법정 스님과 인연이 깊었다. 1972년 유신에 맞선 후 절에서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법정 스님은 그런 스님에게 ‘어느 행자는 정보원이니 조심하라’며 주의를 줬고, 사중에서 오해를 받을 때면 불일암에서 내려와 해명을 대신 해주기도 했다.

법정 스님은 스님에게 “세끼 가운데 한 끼라도 소홀히 한다면 독신자로서 자격이 없다. 소유는 꼭 필요한 만큼만 하라. 붓다의 가르침을 봐야지 스님을 봐서는 안된다”는 가르침을 줬다.

청전 스님은 배운 대로 찻길도 없는 라다크의 스님과 주민을 위해 한국에서 중고시계, 약품, 보청기, 손톱깎기 등을 져 나르고 나누는 행복을 누리며 산다.

▲ 청전 스님은 26년 동안 히말라야 설산에서 배운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를 모아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를 펴냈다.

“가진 것 넘치면 수행자는 타락”

스님은 승복 안의 옷깃이 헤진 부분을 내어 보이며 “6년쯤 입으니 이렇게 됐다. 주변에서 새 옷 좀 입으라는데 헌 것이 편하고 자유롭다. 편할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와 필수를 잘 알아야 한다.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며 “넘치면 수행자는 타락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스님은 “망명 초기 티베트불교 수행자들은 법에 의지한 진실한 수행으로 누구에게나 존경 받고 인정받았다. 배고프고 가난할 때는 출가정신을 놓치지 않았다. 승려로서 순수성을 잃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큰절과 함께 부유해졌다. 젊고 새파란 린포체들은 일생 수행만 해도 어려운 길을 내던지고 티베트불교 의식을 치른다면서 세계 방방곳곳을 다닌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을 가장 많이 다닌다”고 지적했다.

“달라이라마의 매력? 그건 인간다움이지”

스님은 “살면서 큰 감동을 주는 누군가를 만난 다는 것은 행운이다. 반대로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런 스님은 달라이라마를 만나 큰 감동을 받았다. “일생에 이런 어른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히말라야에서 26년을 살게 한 계기가 됐다.

스님은 “달라이라마는 ①인간성 향상 ②종교의 화합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는 지금까지 만났던 어느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달라이라마가 스스럼없이 슬리퍼를 신고 만난 일, 같은 비구로서 선배에게 예를 갖추겠다고 하자 가사를 입고 나와 절을 받아준 사연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큰스님들에게 ‘성적 충동이 일어날 때는 어떻게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큰스님들은 ‘이놈아, 한 생각 돌이키면 된다’고 했다. 달라이라마는 ‘내게도 성적 충동이 일어날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위기가 오면 불제자로서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승려의 정신은 법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

청전 스님은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불편한 인도에서 살았기 때문에 출가자로서 ‘나’를 지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려의 정신은 법에 대한 확신에 있다. 나는 달라이라마를 가까이서 만나며 확신을 다졌다”며 “출가자에게 법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명예, 돈 등이 꼬이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다람살라 도서관 인근에 방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새벽 일어나 명상과 절 수행을 하고 낮에는 주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정식 교육을 받은 의사는 아니지만 아픈 사람을 돕는 것도 스님의 낙이다.

스님은 “황순원 작가의 책이 좋다. 항상 끝맺음이 인간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내가 스님이라고 사람들은 내 종교가 불교인 줄 알지만 아니다. 민중이 나의 종교”라고 강조했다.
 

▲ 청전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이 저지른 적광 스님 폭행사건은 인간이라 말할 수 없는 짓"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폭행을 저지른 자들을 인간쓰레기라고 칭하며 "인간쓰레기는 재활용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스님 폭행한 인간쓰레기들은 재활용도 안 돼”

청전 스님은 다람살라를 찾은 한국스님이 전화로 다짜고짜 반말부터 해 싸울 뻔 했던 일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스님들에게 당부하건데 ‘반말 좀 하지 말라’”고 했다.

스님은 “사람이 성직자가 되면 신분상승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포장지만 바뀐 것 뿐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성경에도 ‘예언자는 늘 외롭다’고 한다. 바른말 하는 사람들은 안티를 극복해야 하는데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스님은 최근 인터넷을 배워 한국 소식을 수시로 접하고 있다. 도박·폭행 등 조계종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다.

스님은 “적광 스님 폭행사건을 저지른 것은 인간이라 말할 수 없다. 비폭력·자비문중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마음 같아서는 (조계종 총무원에) 쳐들어가 날려버리고 열사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조계종 승려 도박사건은 유럽에 가서 알게 됐다”며 “쓰레기는 재활용되지만 인간 쓰레기는 재활용할 수 없다. 없애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 행복하냐?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남 위해 사는 사람이 붓다고 예수”

스님은 “행복은 주관적이다.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만족을 모르면 감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연구했더니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했다. 남을 위한 삶을 사는 사람은 아프지 않다. 사람이라면 상대를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인도에서의 내 삶이 행복한 것은 불편함 속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봉사는 양보다 질이다. 한사람을 돕더라도 마음을 담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종교인이라면 실체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스님·목사·신부는 만나기 어렵다. 자기들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폭력을 행사하고 가장 많이 사람을 죽인 것은 히틀러·스탈린 등 위정자가 아니라 종교인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기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불공이고 예수를 바로 모시는 삶이다. 절이든 교회든 갖다 바치라고 할 것이 아니라 ‘바르게 잘 살아야 한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전두환·이명박 등을 예로 들며 “사람이라면 자기 잘못을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민중이 붓다고 예수고 하나님이다. 민중을 속이는 사람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여러 지인을 만나고 법문 등을 한다. 머무는 동안 히말라야 라다크로 가져갈 의약품 보청기 손톱깎이 시계 등을 챙겨 연말에 스님을 산타처럼 기다리는 라다크 사람들에게로 돌아간다.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저자 청전┃휴┃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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